[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9일 처음 방영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지난 9일 처음 방영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시간을 분과 초 단위로 나누어 외로워하고 쓸쓸해하는 것, ‘신피질’의 재앙일 뿐이죠. 고양이는 인간의 뇌처럼 신피질이 없어요. 그래서 똑같은 하루를 살아도 지루해하지 않죠.”

지난 9일 처음으로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스무 살도 아니고 나이 서른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라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정소민에게 이민기가 한 말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어른이 되고 무언가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 아래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처럼 작고 신선한 충격을 주며 시작됐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집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된 윤지호(정소민)가 ‘하우스푸어’ 집주인 남세희(이민기)를 만나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스 드라마다.

5년 차 드라마 보조작가로 일하던 윤지호는 작품을 끝낸 후 3개월 만에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자신이 없는 사이에 남동생이 혼전 임신으로 신혼 부부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렸을 때부터 가부장적 집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동생 부부의 일을 떠맡게 될 것임을 직감한 윤지호는 독립을 하기로 결심했다.

윤지호는 집을 알아봤지만 현실의 벽 앞에 부딪혔다. 그러다 친구의 소개로 남세희의 집에 하우스메이트로 입주했다. 이름만 알고 만난 남세희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야근을 하는 날에는 고양이를 돌봐줄 것, 분리수거를 해줄 것, 일주일 간 수습 기간을 가지는 것이었다.

윤지호는 그의 고양이를 정성스럽게 살피고 곳곳에 메모를 남겨 두는 배려를 보여줬고 남세희는 윤지호와 계약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계약하자는 말에 윤지호는 남지호의 회사를 찾아갔지만 둘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서로의 이름 때문에 윤지호는 남세희를 여자로 알았고 남세희는 윤지호를 남자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윤지호는 드라마 종방연에 참석했다. 같은 시각 남세희 역시 회사의 회식에 참석했다. 윤지호는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한 드라마 조감독에게 고백하기 위해 한껏 꾸미고 갔지만 조감독이 드라마의 여배우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목격했다. 우연처럼 이를 지켜보게 된 남세희도 이 모든 정황을 알게 됐다.

회식이 끝난 후 윤지호는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남세희는 버스정류장에 앉아 윤지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남세희의 말에 윤지호는 “이번 생애는 망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열심히 해보겠다”며 악수를 건넸다. 그러자 남세희는 “건투를 빈다. 이번 생은 어짜피 모두 처음이니까”라고 윤지호의 손을 맞잡았다.

남세희의 말에 윤지호는 그에게 갑자기 키스했다. 키스 후 황급히 버스에 오른 윤지호는 집으로 돌아갔고 그녀는 집으로 들어온 남세희를 보지 못한 채 잠에 들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표면은 로맨스였지만 심한 가부장적 집안에서 자라난 88년생 여성들의 남모를 고충부터 엄청난 집값에 하우스푸어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현실까지 등장인물의 삶을 다각도로 비추며 몰입도와 재미를 높였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로맨스의 전개도 탁월한 한 수였다. 정소민이 연기한 윤지호는 이솜이 연기한 그의 친구 우수지처럼 당돌한 캐릭터가 아니었지만 1회의 말미에 돌연 남세희에게 키스하게 된다. 조곤조곤 위로를 건넨 남세희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면 나는 한번도 내 인생에 공격수였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적당히 수비하고 적시에 물러섰다’고 생각한 후 처음으로 공격수처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호감을 품은 남성에게 키스를 한 것이다. 이처럼 타당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로맨스의 흐름은 다음 회도 기대하게 만들었다.

카메오들과 조연들의 활용도 재미를 더했다. ‘식샤를 합시다’를 연출한 박준화 연출의 새 작품인 만큼 그의 전작들에 출연한 윤두준, 윤소희가 깜짝 등장해 웃음을 안겼다. 게임 회사의 직원을 맡은 윤보미의 변신도 웃음을 담당했다. 넘치는 야근에 언제나 정색 모드지만 핑크색 세라복을 입고 회사를 누비는 윤보미의 변신은 완벽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30분에 tvN에서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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