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배우 박광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을 짓고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박광현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를 갖기에 앞서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을 짓고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997년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로 데뷔한 배우 박광현은 드라마 ‘점프’ ‘학교3’ ‘단팥빵’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청춘스타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 아빠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 출연 중인 박광현을 만났다. 그는 극 중 아내 김은향(오윤아)을 속이고 재벌가의 딸인 구세경(손여은)과 불륜 행각을 벌이며 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추태수 역을 맡았다.

“많은 분들이 불륜남 캐릭터 때문에 이미지에 부담 없느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런 건 없어요. 배우가 한 캐릭터를 잡고 오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저런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데뷔한 지 20년이 됐기 때문에 저에 대한 이미지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드라마 속 캐릭터 승부죠. 더 나쁜 캐릭터도 할 용의가 있습니다.”

추태수는 김순옥 작가의 작품 ‘아내의 유혹’에 나오는 정교빈 못지않게 지질한 역이다. 돈과 야망에 눈이 멀고 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제일 중요할 뿐이다.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라면 ‘멍멍’ ‘꿀꿀’도 서슴없이 외친다. 그야말로 ‘국민 지질남’이다.

“사실 처음에는 완전한 악역이었어요. 극중 악녀 캐릭터로 따지자면 다솜 씨 처럼요. 그런데 제가 캐릭터를 입는 과정에서 순화시켰죠. 저만의 색깔을 넣어야겠더라고요. 다행히도 감독, 작가, 시청자 모두 좋아해주셨습니다. 멍멍, 꿀꿀도 제가 넣은 애드리브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이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더 망가질 수 있어요.”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더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배우 박광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더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배우 박광현.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박광현은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그는 아내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으며 캐릭터 연구에 힘쓰고 있단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아빠와 남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는 힘들죠. 밖에서 욕심 내서 일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하지만 가정에 있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죠. 최근에 바빠져서 육아를 많이 도와주지 못하지만 아기가 자기 전에 촬영이 끝나면 서둘러 집에 가서 적어도 30분이라도 놀아주죠. 웬만하면 집에 일찍 들어가서 아기랑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하는 편이예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결 여유가 생겼고 배우로서도 제한된 역할에 얽매이지 않았다. 연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에 제가 짊어져야 할 무게가 남다르죠. 분량에 상관없이 뭐든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힘들어도 아기 얼굴을 생각하면서 또 버티고요. 앞으로도 어떤 역이든 분량 상관없이 제가 잘 살릴 수 있는 캐릭터라면 할 생각이 있어요. 요즘은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자기가 맡은 캐릭터를 잘 살리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다시금 주목 받게 된 박광현에게 추태수는 남다른 캐릭터다. 하지만 그는 종영을 앞두고 “추태수의 개과천선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추태수는 개과천선의 대상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악랄한데 끝날 때 어떻게 착해지겠어요. 추태수가 갑자기 전도사로 나오면 웃기겠네요. 하지만 가족을 등진 것도 모자라 사람을 죽이려고 한 추태수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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