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영상취재팀 기자]



텐아시아 연예 기자로 새 출발한 개그맨 황영진…이문재o한다혜 개그 커플 결혼 특종기사로 주목
‘웃찾사’ 폐지 후 실업자 된 개그맨 150여 명…제2의 삶 찾는 개그맨들, 막노동부터 식당 영업까지 다양

“다른 방송사로 이직하는 데 성공한 친구는 1명밖에 없어요. 대부분 개그맨 직업을 숨기고 다른 삶을 살죠. 다들 꿈과 열정은 여전한데 이어가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개그맨 황영진)

저조한 시청률로 위태롭던 SBS ‘웃찾사’가 끝내 막을 내린 지 세 달째다. 매주 수요일 웃음을 안겨주던 150여 명의 SBS 개그맨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행사 진행자나 인터넷방송 BJ가 되는 경우는 예상 외로 많지 않다. 자영업부터 회사원·공무원·시간제 아르바이트·일용직 노동자 등 개그맨들의 두 번째 삶은 각양각색이다.

SBS 7기 공채 개그맨 황영진은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텐아시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개그계는 물론 연예계 전반의 뉴스와 이야기를 기사로 전해주는 ‘연예 기자’가 됐다. 그는 최초의 연예인 출신 연예 기자다. 텐아시아에서 수습기자 교육을 받았고, 다른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기사를 쓰고 있다. 연예계 활동도 병행한다.

지난 1일엔 특종도 낚았다. KBS ‘개그콘서트’의 훈남 개그맨 이문재와 웃찾사의 미녀 개그우면 한다혜가 내년 1월 결혼한다는 기사였다. 그의 특종기사로 인해 한다혜는 인터넷 포털의 ‘실검’ 1위에 올랐고 이문재도 상위권에 올랐다. 초짜기자의 ‘빅 히트’였다. 그러자 다른 매체들이 ‘기자 황영진’을 인터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 텐아시아가 본지 기자를 인터뷰한다. 황영진은 기자가 된 이유와 소감,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동료 개그맨들의 근황을 전해주며 한국 개그계의 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10. ‘웃찾사’ 폐지 후 생활이 궁금하다.
황영진: 행사 진행 등을 하면서 양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다니고 양성평등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다.

10. 연예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황영진: 나름 연예인으로 생활한 지 14년째다. 그동안 부당한 대우나 소속사의 갑질 등 여전히 남아있는 연예계 전반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해왔다. 또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 연예인들과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이런 부분들을 공유하고 소리를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한 만큼 재미난 에피소드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기자가 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 첫 출근 당시의 소감은?
황영진: 8월 1일 처음 출근했다. 모든 직장인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개그맨 출신 연예 기자는 내가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그맨들을 대표해 나만의 시각으로 좋은 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

10. 개그맨 출신 연예 기자의 특별한 점은?
황영진: 일단 친한 연예인들이 많아서 인터뷰 섭외를 할 때도 보통 기자들과는 다를 것 같다. 인맥을 활용해 연예계의 부조리한 사건들을 더 깊게 취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기를 살려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기사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또 보통 기사에는 기본적인 형식이나 문체 등 정해진 틀이 있는데 저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조금 더 특별하게 내용을 풀어내 보고 싶다.

개그맨 황영진이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김유진 기자 fun@tenasia.co.kr
개그맨 황영진이 서울 중림동 텐아시아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사진=김유진 기자 fun@tenasia.co.kr
10. 다른 개그맨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황영진: 벌써 세 달이 흘렀다. 많은 친구들이 실업자 상태다. 많은 친구들이 타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에 지원했는데 홍윤화만 합격했다. KBS2 ‘개그콘서트’의 경우 자사 공채 개그맨을 쓰고 있기 때문에 출연하려면 다시 개그맨 시험을 보고 신인 개그맨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슬픈 현실이다. 실제로 KBS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아직까지 공채 일정이 안 나왔다. 보통 상반기에 날짜가 뜨는데 걱정스럽다.

10. 새로운 직업을 찾은 개그맨도 있나?
황영진: ‘남자끼리’ 코너에 출연하던 강재준은 최근 식당을 열었다. 잘 풀린 경우에 속한다. 최국과 박영제도 초밥집을 열어 사장님이 됐다. 평범한 직장인이 된 친구도 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친구도 있다. 수입이 적은 상황에서도 개그를 이어나가는 친구들도 있다. ‘태니스’‘부당거래’ 팀은 여전히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고 ‘흔한남매’ 정다운·한으뜸은 직접 촬영한 개그 영상을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 하고 있다. ‘LTE뉴스’ 김일희 역시 웃음강사로 활동하면서 여전히 개그맨으로 살아가고 있다.

10. 가장 안타까웠던 상황은?
황영진: 등촌동 SBS 4층에 가면 개그맨들이 사용하는 코미디언실이 있는데 ‘웃찾사’ 폐지 이후 유명무실한 공간이 됐다. 아마 지금은 아무도 없을 거다. MBC도 같은 상황에서 코미디언실이 몇 년간 방치돼 있다가 결국 사라졌다고 들었다. 개그맨들 역시 소수만 남고 나머지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들었다. SBS 개그맨들도 같은 상황을 겪을 것 같아 가장 안타깝다. 한 번은 우연히 신촌 거리에서 후배 개그맨을 만났는데 길거리에서 음식점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서울 집값을 못 견뎌 고향에 내려간 후배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로 지내고 있는 후배들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아프다.

10. 프로그램 폐지 이후에도 개그맨들끼리 자주 만나나?
황영진: 아직까지 교류는 활발하다. 개그맨들끼리 1인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개그를 짜서 올려보자는 얘기도 오간다. 원래는 일주일 내내 SBS에 출근해서 같이 생활하고 개그 짜고 그랬는데 이제는 밖에서만 보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10. 몇 년 전처럼 개그 열풍이 부는 날이 다시 올까?
황영진: 최근 ‘개그콘서트’도 위기를 느끼고 많은 레전드 개그맨들을 불러 힘을 뭉쳤다. 덕분에 시청률이 오르는가 싶더니 결국 다시 떨어졌다. 지상파 유일 개그 프로그램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가 볼 땐 대중들이 공개 코미디에 지친 것 같다. 어떤 새로운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개그계의 슬럼프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공개 코미디 형태의 개그가 무려 15년여 간 이어졌다. 이쯤 되면 새로운 개그 형태가 나와야 하지 않나 싶다. 모든 개그맨들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개그맨 황영진 / 사진=김유진 기자 fun@
개그맨 황영진 / 사진=김유진 기자 fun@
10. 최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부코페)과 같은 행사가 도움이 될까?
황영진: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진 행사는 아니지만, 국제 페스티벌인 만큼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해 5회째로 알고 있는데 한창 개그 분야가 인기 있던 당시 열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개그콘서트’와 ‘웃찾사’가 시청률 30%를 오르내리던 시절 ‘부코페’가 열렸다면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을까? 이 행사마저도 유명 코미디언들 위주로 섭외가 진행돼 신인 개그맨들이 설 무대가 부족하다는 점 또한 살짝 아쉽다.

10. 만약 개그 프로그램이 다시 생긴다면?
황영진: 만약 생긴다면 저를 포함해 모든 개그맨들이 무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다들 기다리고 있는 일이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코너를 짜고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봐야만 행복해지는 개그맨들의 피는 부정할 수 없다. 개그맨은 정말 즐거운 직업이다.

10. 기자로 활동하기 위해 뭘 준비했나?
황영진: 방송 출연과 기자 일을 병행하면서 주 2~3일 스케줄이 없는 날 정시에 출근해 인턴 기자들과 함께 기본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끝난 상태다. ‘묵언수행이라는게 이런 건가’ 싶더라. 사무실 안에서 조용히 기사쓰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개그맨들이 회의할 때 웃고 떠드는 분위기와는 정말 극과 극이었다. 하지만 내가 쓴 문장 하나로 상대방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지하게 교육에 임했다. 기사는 항상 사실을 근거로 진중하게 써야한다는 중요한 가르침을 주신 편집국장께 감사드린다.

10. 지난주 개그맨 이문재와 한다혜의 결혼기사를 특종으로 썼는데 기분이 어땠나?
황영진: 주변에서는 재밌어하고 신기해했지만 나는 무덤덤했다. 앞으로도 단독 기사를 더 많이 쓰고 싶은 생각이다. 사실 단독에 대한 욕심보다는 지금껏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서 소외당한 연예인들을 조명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그런 분들이 내 기사로 인해 잠깐이라도 화제가 된다면 그때가 내겐 진정한 의미의 단독이 될 것 같고 진심으로 기쁠 것 같다.

10.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황영진: 이제 정식으로 기자가 됐으니까 그동안 묻혀있던 아까운 인재들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해주고 싶다. 또 텐아시아 영상취재팀과 함께 아이돌 팀을 만나서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이나 자주 가는 장소 등을 함께 체험하고,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기획 영상을 준비 중이다.

10. 앞으로의 각오는?
황영진: 연예계에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 어떠한 포장 없이 100% 팩트만 전달할 예정이다. 앞으로 취재에 응해주실 많은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리고 싶다. 제 앞에서 속일 생각하시면 안 된다. 전부 알고 있으니…(웃음) 황영진 기자의 활약을 많이 기대해 달라.

김유진 기자 f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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