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2016년 4월 28일, 인천 부평 공단의 재래식 화장실 옆에서 발견된 백골. DNA대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던 여성은 누구일까.
1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년 간의 취재를 통해, 조금씩 좁혀지는 용의자의 윤곽 일명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 공장 계단 밑, 백골 시신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 분지에 위치한 청천공단. 1980년부터 영세한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한 공단은 낡은 기계음들로 한낮을 채우고 있었다. 공단에서 10년 넘게 보수공사를 해 온 강씨에게 2016년 4월 28일, ‘그날’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 콘크리트 속의 차가운 진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콘크리트 속에서 백골과 함께 발견된 담배갑, 라면스프봉투 등의 유류품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범행의 시기를 압축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1년 전 사건 발생 직후, 백골이 발견된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피해자 신원에 관한 주변 탐문을 시작했다. 또한, 경찰이 감식을 마친 후, 실제 타설되었던 콘크리트 조각의 일부를 수거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현장에서 확보한 콘크리트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콘크리트가 타설된 시점을 역추적해서,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좁혀보기로 했다. 범행을 덮기 위해 범인이 단단하게 쌓아올렸을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제 범행을 이해시켜 줄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콘크리트가 오랜 시간 품고 있었을 ‘시간’에 관한 비밀은, ‘부평 암매장 사건’의 실체를 풀어줄 첫 번째 퍼즐일 것이다.
◆ 소문들, 그리고 범인의 그림자들
백골이 발견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공단 내에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소문은, 범행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개업한 공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굿을 수차례나 벌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장소, 백골이 발견된 공장 1층이었다.
◆ 덕성 63
얼마나 제 이름으로 불렸을까? 아직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확인한 그녀의 이름은 ‘덕성 63’, 무연고 묘비에 적혀있는 이름이다. 그녀는 현재 인천 강화도 외곽의 한 공설묘지에 묻혀있다. 과거 한센인들에 대한 세상의 오해와 편견으로, 집단 이주되었던 공간, 인천 부평 청천공단에는 이후 영세한 공장들이 빈 공간을 찾아 질서 없이 들어섰고, 다시 그 곳은 가장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동안 대물림 되어 왔다.
누구도 쉬이 눈길을 주지 못한 사이, 참혹하게 죽어 차갑게 묻혔을 생명. 그 죽음에 얽힌 실체적 진실을 풀기 위한 긴 추적을 시작해본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13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1년 간의 취재를 통해, 조금씩 좁혀지는 용의자의 윤곽 일명 ‘부평 콘크리트 암매장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 공장 계단 밑, 백골 시신
인천시 부평구 원적산 분지에 위치한 청천공단. 1980년부터 영세한 공장들이 줄줄이 들어서기 시작한 공단은 낡은 기계음들로 한낮을 채우고 있었다. 공단에서 10년 넘게 보수공사를 해 온 강씨에게 2016년 4월 28일, ‘그날’은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하기만 하다.
“시멘트를 확 제끼니까 해골이 뚝 떨어져서 뚜루루 굴러서 이리로 내려오더라고, 나는 동물 뼈 인줄 알고 발로 툭 차려고 그랬어요.” – 최초 신고자 강씨보수공사를 하던 공장건물에 딸린 재래식 화장실 옆에 타설된 콘크리트 구조물, 그 속에서 백골이 발견된 것이다. 그 곳에는 사람 한 명의 형체가 온전하게 보관돼 있었다. 경찰이 곧 수사에 착수했고, 현장 감식을 통해 피해자 신원 확인에 우선 주력했다. 백골로 발견된 이는 20대 여성으로, ‘몽골계’로 확인됐지만, 수 천 명의 실종자 DNA 대조작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정확한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변의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고 지나쳤을 그 곳, 낡은 공장만큼이나 오랜 죽음을 알리지 못했던 그녀는 누구일까?
◆ 콘크리트 속의 차가운 진실
경찰은 현장 감식을 통해, 콘크리트 속에서 백골과 함께 발견된 담배갑, 라면스프봉투 등의 유류품을 확인했고, 이를 통해 범행의 시기를 압축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1년 전 사건 발생 직후, 백골이 발견된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피해자 신원에 관한 주변 탐문을 시작했다. 또한, 경찰이 감식을 마친 후, 실제 타설되었던 콘크리트 조각의 일부를 수거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현장에서 확보한 콘크리트 성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실제 콘크리트가 타설된 시점을 역추적해서,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좁혀보기로 했다. 범행을 덮기 위해 범인이 단단하게 쌓아올렸을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제 범행을 이해시켜 줄 단서가 될 수 있을까? 콘크리트가 오랜 시간 품고 있었을 ‘시간’에 관한 비밀은, ‘부평 암매장 사건’의 실체를 풀어줄 첫 번째 퍼즐일 것이다.
◆ 소문들, 그리고 범인의 그림자들
백골이 발견된 이후, 수개월이 지나면서 공단 내에는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문제의 소문은, 범행 장소에 관한 이야기들이었다. 몇 해 전, 추석 연휴를 보낸 후 돌아오니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부 도망쳤다는 이야기부터, 새로 개업한 공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형태의 굿을 수차례나 벌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오동나무가 사라졌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한 장소, 백골이 발견된 공장 1층이었다.
“건물에 임대를 해서 들어와 있거나, 이 건물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원래 있던 건물에 구조물을 새로 지어서 변형하는 것을 매장방법으로 택하기 굉장히 어렵죠.” –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제작진은 관할 등기소에서 발급받은 ‘폐쇄 등기부등본’을 토대로 해당 건물을 소유했던 건물주들과 실제 건물에서 공장을 운영한 사업자들을 찾아 나섰다. 박스 공장을 운영한 첫 번째 건물주부터, 현재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까지의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나아가 해당 공간에 관한 이들의 기억을 통해 범행이 발생한 시기를 한 번 더 압축해보고자 한다. 범인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을 것이란 ‘수상한 소문들’이, 그렇게 서서히 ‘범인의 그림자’로 변하고 있었다.
◆ 덕성 63
얼마나 제 이름으로 불렸을까? 아직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확인한 그녀의 이름은 ‘덕성 63’, 무연고 묘비에 적혀있는 이름이다. 그녀는 현재 인천 강화도 외곽의 한 공설묘지에 묻혀있다. 과거 한센인들에 대한 세상의 오해와 편견으로, 집단 이주되었던 공간, 인천 부평 청천공단에는 이후 영세한 공장들이 빈 공간을 찾아 질서 없이 들어섰고, 다시 그 곳은 가장 값싼 노동력을 제공할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동안 대물림 되어 왔다.
누구도 쉬이 눈길을 주지 못한 사이, 참혹하게 죽어 차갑게 묻혔을 생명. 그 죽음에 얽힌 실체적 진실을 풀기 위한 긴 추적을 시작해본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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