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이민호, 이희준 / 사진제공=SBS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이민호, 이희준 / 사진제공=SBS
“아득하게 아름답고 비밀스런 우리의 전설을 추억하면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은 부부가 된 허준재(이민호)와 심청(전지현)이 그들의 추억을 회상하며 바닷가를 바라보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전생에서부터 유기적으로 이어 온 모든 이들의 ‘전설’ 외에도 우리는 ‘푸른 바다의 전설’속 배우들을 회고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스토리 구조나 캐릭터 설정 면에서 아쉬웠던 드라마라고 해도, 그러한 극을 힘있게 끌고 갔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력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전지현은 인어라는 환상적이면서고 파격적인 소재를 “전지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는 호평을 불러올 정도로 훌륭하게 소화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제작사 측은 전지현이 손짓과 수중 기포 하나 하나까지 신경쓰며 심청을 ‘진짜 인어’처럼 그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얼굴이 안 보이는 수중 신은 대역을 쓸 수도 있었지만 연출의 완성도를 위해 깊은 수조, 다이빙풀, 수족관, 깊은 바닷속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물에 들어가 소화해낸 장면도 다반수다.

이민호 또한 전지현과 훌륭한 합을 이뤘다. 사기꾼이라는 직업에 맞게 검사로, 의사로, 사업가가 되어 팔색조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이민호의 허준재는 보는 즐거움을 줬다.

조연들의 연기 또한 빛났다.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었던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것은 특급 카메오들이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첫회 김성령, 크리스탈을 시작으로 안재홍, 홍진경, 차태현, 박진주, 조정석, 정유미, 김슬기 등 화려한 카메오 라인업으로도 화제였다. 그 중에서도 ‘패션 거지’로 분해 바다에서 갓 나온 심청에게 사랑의 3단계를 가르쳐주며 웃음을 자아낸 홍진경과 남자 인어로 등장한 조정석, 제주도와 우도를 왔다갔다하며 심청에게 가르침을 받은 인어 김슬기는 톡톡한 재미를 보증했다.

황신혜, 이지훈, 성동일로 이루어진 악역 3인방 또한 훌륭한 ‘악의 축’이었다. 이들은 거듭되는 악행으로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큰 힘을 실었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이 악의 축을 보기 좋게 배신하며 반전으로 통쾌함을 준 이희준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돋보였다.

이미 심청을 사랑하고 있는 허준재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후, 노래방에서 “나는 정말 많이, 정말 오랫동안 좋아했단 말이야”라면서 울먹이는 차시아의 오열 신 또한 허준재-심청-차시아의 삼각관계로만 소비될 수 있었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드는 명장면이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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