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포스터 / 사진=KBS 제공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포스터 / 사진=KBS 제공
‘막장 드라마’에 쓰이는 소재들이 발랄하고 신선한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등장했다. 우리가 알던 그 드라마가 맞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이상하다.

KBS2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이 의도를 알 수 없는 라미란의 병부터 실어증에 걸린 박준금까지, 개연성 부족한 전개를 펼쳐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앞서 극은 네 남자 이동진(이동건)·배삼도(차인표)·성태평(최원영)·강태양(현우)과 이들의 곁에서 응원군이 돼주는 나연실(조윤희)·복선녀(라미란)·이동숙(오현경)·민효원(이세영)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로 신선한 주말극의 탄생을 알렸다. 여느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사랑의 힘으로 헤쳐 나갔다.

특히 강태양·민효원 커플과 고은숙(박준금)의 조합은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했다. 고은숙은 가난한 취업준비생인 강태양을 반대하면서도 그의 다정한 모습에 점차 마음이 녹았고, 결국엔 광고 모델이 된 강태양에 기뻐했다. ‘한류스타 사위’를 만들겠다며 물심양면 뒷바라지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 사진=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지난 22일 방송된 44회에서는 고은숙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그려졌다. 며느리 최지연(차주영)과 강태양이 과거 연인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고은숙이 화를 내는 모습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전개는 영 이상했다. 헤어지라는 엄마 고은숙의 말에 민효원은 호적을 파고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고은순은 순간 말을 잃었다. 이를 지켜보던 최지연은 “어머님이 실어증에 걸렸나보다”라고 굳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실어증에 걸려 노트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고은숙의 모습과 그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는 민효원, 허락해달라며 무릎을 꿇은 강태양의 모습에 억지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이동진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홍기표(지승현)에게 납치되는 나연실의 모습 역시 황당했다. 홍기표는 극 초반 조폭이지만 나연실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드러내며 반전매력을 선보였다. 그런 그가 포악해지다 못해 결국 나연실을 납치하는 전개는 긴장감은 커녕 답답함만 자아냈다.

괴이한 전개는 복선녀의 병도 마찬가지였다. 배삼도·복선녀 부부의 동네에 배삼도의 첫사랑 오영은(최지나)가 베이커리를 차렸고, 배삼도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밝고 사랑스러운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던 부부의 금슬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고구마 전개가 이어졌다.

복선녀는 두통을 호소하다가 병원에서 “뇌종양일지 모른다”는 진단을 받고 영정사진까지 찍으며 죽음을 준비했다. 시청자들은 복선녀가 초기 임신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또 한 번의 반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복선녀는 뇌종양도, 임신도 아닌 두통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배삼도가 정신을 차리긴 했으나, ‘왜 복선녀가 두통을 앓아야 했나’라는 의문점을 남겼다.

황당한 전개 속에서도 배우들의 열연은 빛났지만, 극은 종영까지 10회나 남은 상황이다. 열연이 진정 빛을 발할 수 있는 전개가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기획의도대로 “재기하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유쾌한 이야기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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