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김주혁/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김주혁/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토사’라고 하니 ‘구탱’이라고 대답했다. 배우 김주혁은 그렇게 ‘구탱이형’이 됐다. ‘1박2일’의 맏형으로 활약하며 친근한 매력을 어필했던 그가 극악무도한 악역으로 돌아왔다.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특수부대 출신 북한형사와 임무를 막아야 하는 생계형 남한형사의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그린다. 김주혁은 극중 북한에서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해 서울로 달아난 조직의 리더 차기성을 연기한다.

현빈과 유해진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극 초반부터 김주혁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그는 이익을 위해 나라를 배신하는 것은 물론, 자신과 반대의 뜻을 가진 동료들을 살해하는 모습으로 몰입을 높였다. 자연스러운 북한말과 섬뜩하지만 여유 있는 표정은 긴장감을 배가했다.

서울로 배경을 옮겼을 때도 김주혁은 빛났다. 현빈과 유해진이 점차 가까워지며 진정한 공조를 이뤄가고 있을 때, 그는 목소리 하나로 비열함을 보여줬다. 콜라 한 잔을 들이키는 모습으로도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었던 것은 눈빛에 꿍꿍이를 숨긴 김주혁의 힘이었다.

영화 ‘공조’ 스틸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조’ 스틸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앞서 김주혁은 영화 ‘좋아해줘’ ‘커플즈’ ‘광식이 동생 광태’ ‘싱글즈’ 등을 통해 다소 찌질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특히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에 맏형으로 합류한 이후에는 진정한 아재의 매력을 여과 없이 발휘하며 대중들과 가까워졌다.

그런 그가 ‘비밀은 없다’에서 속을 알 수 없는 대권후보를 연기하며 기존 색과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결국 절대악(惡) 캐릭터까지 제 옷인 양 소화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주혁은 “로맨틱 코미디를 주로 하다보니 갈증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혁은 “악역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극에 등장하진 않지만 차기성 역시 나라에 의해 아내를 잃고 배신을 당했다. 때문에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고 믿고 연기했다”며 섬뜩한 캐릭터를 소화해낸 소회를 털어놨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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