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18일 개봉하는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제작 우주필름)을 통해 군입대전 찍은 ‘쌍화점’(2008) 이후 9년 만에 충무로 나들이에 나섰다. 권력자들의 부조리를 해학과 풍자로 그린 작품에서 조인성은 양아치 고등학생부터 검사가 되고 권력의 중심이 되는 박태수를 연기했다. 10대부터 40대까지 30년의 세월을 변화무쌍한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내가 너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걱정했지만, 조인성은 왜 이제야 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한 인간의 흥망성쇠를 제대로 표현하며 절정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10. 오랜 만에 영화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기분이 어떤지.
조인성 : 작년 한해 열심히 농사 지은 것을 수확하는 느낌이다. 영화도 열심히 촬영했고, 후반 작업이나 내레이션도 많아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제야 수확을 한다. 물론 걱정도 있다. 처음에는 ‘여자 관객들이 보기에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멜로를 많이 해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너무 남자 이야기로만 비춰질 것 같았다. 가볍게 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주제의식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 ‘쌍화점’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조인성 :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딱 내 마음에 걸리는 작품을 기다리다 보니까 시간이 꽤 흘렀다. 나는 1차 창작자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까 오래 걸렸다. 사실 배우를 쉬고 있을 때 인간 조인성으로도 꽤나 바쁘다. 운동도 하고, 친구들이나 후배들도 만난다. 예능도 봐야 하고. 너무 바쁘다.(웃음)

10. ‘더 킹’은 어떤 면이 마음에 들었나?
조인성 : 일대기 형식이 재미있었다. 한 인물을 계속 따라가면서 사회를 보여준다. 그게 흥미로웠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열정에 찼던 모습들이 시나리오 안에 다 있었다. 꼭 내가 쓴 이야기 같았다. 정치적인 이야기만 걷어내면 한 인물이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이 다 있더라. 시나리오 속에서 박태수가 어떤 선택을 하고, 또 그 선택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도 궁금했다.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10. ‘더 킹’을 촬영할 때와 세상에 내놓았을 때의 정국이 바뀌었다. 시국 자체가 ‘더 킹’을 그저 풍자로만 느낄 수만은 없게 한다.
조인성 : 풍자하고 비꼬려고 했는데 진짜 현실이 됐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설마 이렇게 까지 했겠어?’라는 부분이 진짜 현실이 되지 않았나. 예고편에 나왔던 굿을 벌이는 장면은 정말 웃으면서 촬영했다.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검사들이 무속인에게 기대는 모습이 비현실적이었다. 조인성·정우성·배성우가 굿판에서 뛰는 것도 너무 웃겼는데, 지금 시국에선 웃지 못 할 광경이 된 거 같다.

10. 박태수를 연기하기 위해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조인성 : 검사로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장면은 없었다. 다만 인물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공감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했다. 또 내 출연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자칫 톤이라도 잘못 잡으면 그건 영화의 톤과 맞닥뜨리는 일이라서 예민하고 예리하고 감독님과 연구를 했다. 톤앤매너를 잡는 게 힘든 작업이었다.

10. 박태수의 권력욕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조인성 : 출세욕이라고 하지 않나. 누구나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있다.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성공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인데, 우리가 살면서 한번 즈음 고민해볼 수 있는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10. 조인성도 출세욕이 있는지.
조인성 : 당연하다. 데뷔 때는 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스타가 되려 연기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피아노’를 찍을 당시에 든 생각이었다. 조재현 선배 앞에서 연기를 하는 나의 모습에서 깨달은 게 많았다. 연기로 인정을 받으면 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더라. 배우의 본질은 연기니까.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10. 정우성·배성우와 함께 클론의 ‘난’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조인성 : 안무 선생님이 정말 어려운 안무라고 하더라. 자신도 카피하는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한재림 감독님이 처음에 그걸 춰야 한다고 해서 농담하시나 했다. 진짜 시키더라.(웃음) 웃겼으면 됐다. 조인성·정우성·배성우가 합쳐져서 우스꽝스럽게 보였으면 되는 장면이었다.

10. ‘더 킹’은 ‘내부자들’과도 비교 선상에 있다. 차별점을 설명해준다면.
조인성 : 통쾌함이 아닐까? 우아함을 떨고 있지만 그들의 모습은 그저 추악한 구경꺼리고 전락을 한다. 그 지점이 재미있다. 고학력자들이 우아한 행태를 하고 있지만 어린애보다 못한 모습이다. 아주 꼴값을 떨고 있다고 느끼실 거다.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고 외치는데 우리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주인의식을 가져야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0. 지금 시국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조인성 : 나 역시 요즘 시국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 지금 상황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결과물인거 같기도 하다. 이 시국이 나를 깨우치게 했다.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든다.

10. 800만 공약을 하기도 했다.
조인성 : (차)태현 형이 제안을 했다. ‘1박2일’에서 입수를 하라고 해서 대답을 했다. 800만 된다면야 기분 좋게 할 거다. 감사한 마음으로.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10. ‘더 킹’에서 가장 걱정되는 지점이 있다면.
조인성 : 내가 너무 많이 나왔다. 주인공이라고 해도 분량이 많다. 나를 다소 싫어하는 분들은 힘들지 않을까 한다.

10. 너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자신의 모습을 봐서 어색함이 있었던 게 아닐까.
조인성 : 그럴 수도 있다. 큰 화면에 내가 나오면 좋기도 하지만 분명 어색한 부분도 있다.

10. 배우 조인성의 목표는?
조인성 :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드는 것이 목표다. 단순하지만 그 자부심이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다. 공감할 수 있고, 제시를 할 수 있는 형태의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10. ‘더 킹’ 이후의 차기작 계획은?
조인성 : 내일이라도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선택하겠지만 지금은 보고 있는 것도 없다. 사실 당장 영화 개봉이라는 이슈가 있어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너무 불안해서 다른 거는 눈에 안 들어온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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