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패신저스’ 공식 포스터
영화 ‘패신저스’ 공식 포스터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광활한 우주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이다. 우주에 비해 턱없이 미비하지만, 이들이 그려가는 희망을 그저 허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영화 ‘패신저스’(감독 모튼 틸덤)는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에서 예정된 120년의 동면을 깨고 90년이나 일찍 깨어난 두 남녀의 이야기다. 지극히 판타지지만 우주선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생을 마감할 위기에 놓인 두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우주선 안에 둘 뿐인 짐(크리스 프랫)과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유일한 말동무가 돼주며 사랑에 빠진다. 정해진 죽음 앞에서 절망하던 두 사람이 사랑을 만나며 우주선을 즐기게 된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오로라는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담은 책을 쓰고 짐은 그것을 읽으며 행복해한다. 우주복을 입고 나가 우주 데이트를 즐기거나 별을 커튼 삼아 잠이 드는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묘한 황홀함마저 선사하다.

행복함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여느 SF판타지 장르가 그러하듯 위기의 순간이 오는 것. 인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나게 된 이유를 깨닫는 과정과 더불어 치명적인 우주선 결함의 발견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 패신저스 스틸컷
영화 패신저스 스틸컷
확실한 기승전결과 우주가 선사하는 화려한 비주얼이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지만,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인간이 그려가는 희망이다. 우주공간이 러닝 타임 116분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영화의 제목이 ‘패신저스(Passengers, 승객)’라는 것 역시 극이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특별한 수혜자들처럼 모였지만, 승객들의 등급에 따라(비록 두 명밖에 안 나오지만) 먹을 수 있는 식사의 종류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가 차등 지급되는 우주선 내부에 갇혀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우주여행을 담은 극임에도 불구, 이상향보다는 현대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SF장르 안에 담긴 허무하리만큼 현실적인 이야기 속에서 관객들은 극중 두 남녀가 남들보다 먼저 깨어난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 이유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라는 듯 보인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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