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영화 ‘판도라’ 에서 열연한 배우 김주현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판도라’ 에서 열연한 배우 김주현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 김주현이 연기하는 연주 캐릭터는 강렬하다. 재난의 상황 속에서 허둥대거나 위험을 자초하지 않고 마을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줄도 안다. 큰 목청으로 카리스마를 과시하며 ‘걸크러시’ 매력을 뽐낸다. 실제로 만나본 김주현은 연주와는 사뭇 달라 보였다. 청순하고 청초한 얼굴에 체구도 작았다. 가냘픈 그의 모습에서 연주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주현은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는 멋있는 연주와 꼭 닮아 있었다.

10. ‘판도라’에서 연주는 해내야하는 몫이 컸던 인물이었다. 부담은 없었는지?
김주현 : 부담감이 컸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고. 감독님이 믿고 캐스팅했는데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여러모로 애착도 갔고, 욕심도 나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컸다. 겁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선배님들과 스태프들이 도움을 줬다.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줬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족처럼 편안하게 촬영했다.

10. 영화 속에서는 덩치가 꽤 커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김주현 : 몸이 크게 보이게 옷 안에 보정물을 넣었다. 그래서 실제로 나를 본 사람들이 작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처음에 감독님이 나를 보고 자신이 생각한 연주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열정과 의지를 많이 반영해줬다. 그래서 캐스팅이 된 후에 감독님과 외형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분장하는 분에게도 어떻게 하면 화면에 크게 보일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했다. 살도 많이 찌웠다. 물론 너무 많이 찌웠지만.(웃음)

‘판도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판도라’ 스틸컷 / 사진=NEW 제공
10. 재난극이지만 화장도 안 하고 단벌 차림의 모습이 아쉽지는 않았는지.
김주현 : 좋았다. 장르가 재난극이고 연주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예쁘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다. 거울도 하도 안 보니까 왜 배우가 거울도 안 보냐고 한소리 듣기도 했다.(웃음) 사실 메이크업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촬영이 끝나면 얼굴도 엉망이 되고 머리도 다 흐트러졌다. 땀을 많이 흘려서 옷도 다 젖어 있었고. 살찐 거 외에는 외형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10. 연주 역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이유가 있었나.
김주현 : 연약한 여자가 아니라서 멋있었다. 멋있는 여자에 대한 로망이 있다. 씩씩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재난극 속 여자 캐릭터는 늘 위험에 빠지고 눈물을 흘리는 등 뻔한 요소가 있지 않나. 그런데 연주는 그렇지 않아서 매력적이었다.

10. 겉모습만 봤을 때는 연주 역과 싱크로율이 높지는 않을 것 같다.
김주현 : 연주가 가지고 있는 강인함과 책임감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연주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데, 그 부분은 충분히 공감했다. 물론 표현방식은 좀 다르다. 연주는 거침이 없다. 불이익을 당했을 때 굉장히 용기 있게 나선다. 솔직히 나는 연주가 겪은 상황들을 겪지 않아서 내가 그런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 부분은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영화 ‘판도라’ 에서 열연한 배우 김주현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판도라’ 에서 열연한 배우 김주현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대형 버스를 운전하기 위해 대형 1종 운전면허까지 취득하고, 사투리 연습까지 준비할 것이 많았다.
김주현 : 영화 촬영 전까지 한 달의 시간이 있었다. 그때 운전면허도 따고 스쿠터도 마스터했다. 사투리 연습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한 달을 하루에 네 시간 정도만 자면서 준비했다. 그런데 쉬었던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준비기간이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10. 김영애·김남길·문정희 등 베테랑들 속에서 활약해야 했다.
김주현 : 감독님이 연주가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들과 함께 지내온 사이라서 어색해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 김남길 선배는 상대방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다. 김영애 선생님과 문정희 선배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무 살갑게 대해줬다. 내가 이들 사이에서 활약을 해야겠다는 다짐보다 선배들의 작품을 찾아보고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대화도 많이 나눴다.

10. ‘판도라’는 현 시국과 닮아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김주현 : 시기적으로 어떻게 맞물리게 된 것 같다.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우리 영화를 보기가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보고 나면 깨닫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공감하고 또 한 번 즈음 생각해보면 더 좋지 않을까 한다. 꼭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느끼지 않나. 이기심으로 인한 자기합리화도 엿볼 수 있고. 그런 문제는 항상 저변에 널려 있는데 영화를 통해 그걸 깨닫지 않을까 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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