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열한 살 나이차, 가까스로 띠동갑을 비껴간 이준기와 이지은의 케미스트리는 ‘달의 연인’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이준기와 이지은은 1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이하 달의 연인)에서 각각 고려시대 황자이자 훗날 광종이 되는 왕소 역과 현대에서 고려로 타임슬립한 여인 해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이차가 무색할 만큼 애틋한 연인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은 ‘소해 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 속 두 사람의 사랑은 끝내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안타깝고 절절한 커플로 기억에 남게 됐다.

이준기는 얼굴만 봐도 한복을 입은 모습이 쉽게 떠오르는 사극 전문 배우다. 영화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일지매’·’아랑사또전’·’조선총잡이’·’밤을 걷는 선비’에 이르기까지, 여러 편의 사극을 대표작으로 남겨 이번 ‘달의 연인’ 출연도 기대를 모았다.


반면 이지은은 ‘달의 연인’이 첫 사극인데다 연기 경험도 비교적 적은 편으로, 이준기와의 호흡에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다행이었던 점은 ‘달의 연인’이 타임슬립을 소재로 해 어느정도 현대인스러운 이지은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수 있었다.

이준기는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와 눈빛만으로 시청자들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목의 핏줄까지 움직이는 섬세한 연기와 극과 극을 오가는 열연은 매회 이준기라는 배우를 새롭게 각인시켰다. 누구보다 달달하게 로맨스를 이어가더니,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땐 ‘피의 군주’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며 그간의 내공을 제대로 드러냈다.

우려를 모았던 이지은의 연기도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러워졌다. 한결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 연기가 잠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작품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감정신 위주로 내용이 흘러가자, 이지은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후반부 여러 인물들의 죽음이 이어지면서 물기 마를 새 없이 눈물 연기를 해야했던 해수 캐릭터를 끝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탄탄한 연기 호흡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이에 왕소가 석고대죄하는 해수에게 다가가 비를 막아준 장면, 한 침대에 누워 사랑을 속삭인 장면, 해수가 왕소에 먼저 입을 맞춘 장면 등은 ‘달의 연인’ 속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극중 해수와 왕소는 끝내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사별했지만, ‘달의 연인’은 마지막까지 둘의 행복했던 한때와 현대로 돌아간 해수, 고려에 남아 해수를 그리워하는 광종의 모습을 강렬하게 그리며 마지막까지 설렘을 안겼다. 특히 “너와 나의 세계가 같지 않다면 내가 널 찾아가겠어”라는 왕소의 마지막 대사는 두 사람의 끝나지 않은 인연을 예고하는 듯해 진한 여운을 남게 했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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