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스플릿 인생은 볼링과 닮았다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이 영화의 제목 ‘스플릿’은 볼링 용어다. 스플릿이란 볼링에서 첫 번째 투구에 쓰러지지 않은 핀들이 간격을 두고 남아 있는 것으로, 스플릿이 나면 보통 큰 실수를 범했다고 여겨지며, 처리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철종 역을 맡은 배우 유지태는 “인생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스페어 처리를 못 하는 부분도 있고, 가시가 남듯 핀들이 설 때가 있다.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가, 그것을 영화 ‘스플릿’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영화 ‘스플릿’에는 인생이 담겼고, 인생은 볼링과 닮았다.

영화 ‘스플릿’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도박 볼링 세계에 뛰어든 한물간 볼링 스타 철종(유지태)과 통제 불능 볼링천재 영훈(이다윗)이 펼치는 짜릿하고 유쾌한 한판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과거 볼링 국가대표 출신이자 전설적인 선수였던 철종은 교통사고를 당한 후 한쪽 다리를 절게 됐다. 현재 철종은 낮에는 창고에서 가짜 석유를 팔고, 밤에는 도박 볼링판의 선수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철종은 우연히 볼링장에서 독특한 폼으로 볼링을 치는 영훈을 발견하고, 그의 범상치 않은 볼링 실력을 단번에 알아낸다. 볼을 던졌다하면 스트라이크를 치는 영훈은 자폐 증세를 가진 인물로, 철종은 영훈과 함께 팀을 이뤄 도박 볼링에 나서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둘은 서서히 가까워지고, 도박 볼링판을 제패하기 시작한다. 철종 역을 맡아 “연기 인생 중 가장 밑바닥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유지태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차갑고 도시적인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말 그대로 한물간 왕년의 스타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쉽지 않은 자폐 연기를 소화하는 이다윗은 짠한 모습을 선보이다가도 한 번씩 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가까워지는 모습은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볼링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볼링 게임이다. 시원하게 굴러가는 볼과 경쾌하게 넘어가는 핀들을 보고 있으면 속이 뻥 뚫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철종과 영훈이 스트라이크를 성공시키는 장면들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악역 두꺼비(정성화)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그 과정에서 철종과 영훈은 위기를 맞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에서 맞닥뜨린 ‘스플릿’에 굴복하지 않고, 여러 번의 ‘스트라이크’를 통해 결국은 인생의 ‘퍼펙트게임’을 만들어 나간다.

영화 ‘스플릿’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TEN 리뷰]'스플릿', 인생은 볼링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