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김유정: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마지막 촬영 이후 종방연도 하고 팬사인회도 하고 포상휴가도 다녀왔다. 계속 ‘구르미 그린 달빛’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만나고 있어서 그런가.
10. 드라마의 화제 때문에 체감하는 인기가 훨씬 높아졌을 것 같다.
김유정: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바깥 반응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우리끼리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3부가 방송된 이후, 시청률이 2배로 뛰었는데 그때 힘을 많이 얻었다.
10. 유독 더운 여름이었다. 가슴에 압박 붕대를 감고 한복까지 입어야 했다.
김유정: 더위가 힘들긴 했다. 그래도 나보다는 스태프들이 무거운 장비를 나르느라 고생이 많았다. 나는 가슴에 감은 붕대 때문에 밥을 먹으면 자꾸 체를 하는 바람에 제때 밥을 못 먹고 중간 중간 군것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모든 고통을 무마할 만큼 현장이 행복했다.
10. 고생했지만, 홍삼놈이라는 캐릭터가 첫 등장했을 때 너무 사랑스러웠다.
김유정: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 삼놈이는 남자 흉내를 내는 친구가 아니고 진짜 남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나 역시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전에 ‘비밀’, ‘앵그리맘’에서는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해 나 역시 우울해지곤 했는데, 삼놈이를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삼놈이처럼 밝아지더라.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캐릭터다.
10. 극이 진행될수록 홍삼놈보다는 홍라온의 입장이 부각됐다. 성격이 많이 변해버렸다.
김유정: 상황이 어지럽다보니 홍라온의 감정이 깊어졌다. 아쉬운 부분이다. 홍삼놈의 능동적이고 밝은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슬프긴 했다.
10. 홍라온의 행동 중,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을까?
김유정: 라온이가 옥에 갇힌 아버지를 보러가는 장면. 내가 느끼기엔, 영과 라온이의 감정이 굉장히 깊었다. 원수로 시작돼 벗이었다가, 정인이 되기까지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라면 영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라온이가 자꾸 영을 위험에 빠뜨려서 나 김유정으로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10. 그래도 ‘사이다 전개’였던 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영(박보검)의 태도다. 보통 남장여자 드라마와 달랐다.
김유정: 감독님도 그 얘기를 하시더라. 남자 주인공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아싸’ 이러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는 거다.(웃음) 이 부분에서도 아쉬웠던 점은 있다. 원작에서는 영이 라온이의 성별을 알게 된 후, 라온이에게는 모르는 척 더 적극적으로 놀리는 장면들이 많은데 극의 전개를 위해 빠르게 지나갔다.
10. ‘구르미 그린 달빛’ 속 김유정의 액션 연기도 재미있었다.
김유정: 병연(곽동연), 윤성(진영), 영처럼 멋있는 액션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는 내가 ‘액션을 가장 잘 하는 배우’라고 농담 섞인 칭찬도 들었다. 생활액션을 많이 선보였다. 닭도 잡고 구덩이에 빠지고 나무에 매달리고. 멋있는 액션은 아니어도 생활 속에서 넘어질 위기가 생겼을 때 반동력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닭 잡는 건 3일 동안 돌팔매를 던지고 넘어지며 촬영을 했는데 지붕 위로 올라가는 장면만 전파를 타 아쉬웠다.
10. 아쉬운 부분이 계속 생각나는 걸 보니, 그만큼 극에 애정이 많았나보다. 푹 빠져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김유정: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이 살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감정 역시 깊어져 안 울어도 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 초반부터 눈물을 자꾸 흘리니 감독님이 ‘나중에 가면 많이 울어야 하니 울지 말고 밝은 분위기를 즐겨라’라고 하시더라. 특히 엄마(김여진)과 촬영할 때는 눈만 봐도 눈물이 났다. 엄마와 함께 촬영을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다른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엄마가 보고 싶더라. 그래서 자꾸 울고 NG도 내고…(웃음)
10. 상대배우 박보검과의 몰입도도 좋았겠다.
김유정: 처음엔 보검오빠가 어려웠다. 오빠는 말을 놓으라고 하는데, 그게 더 어렵더라. 원래 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쓰는데, 초반에 오빠에게 ‘박보검 님’이라고 불렀다. 그것조차 어색했다. ‘박보검 오빠님’ ‘보검 님’ ‘박보검 님’ 다 애매해서.(웃음)
10. 그런데 지금은 ‘오빠’다. 정말 친해졌나보다.
김유정: 극 초반 구덩이에 빠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함께 촬영하며 친해졌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믿을 사람이 오빠뿐이니 의지를 하게 됐다. 친해진 이후에는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눈에 눈곱이 꼈다고도 말해주는 사이다. 힘이 많이 됐다.
10. 어느덧 데뷔 13년 차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까?
김유정: 어렸을 때보다 점점 생각도 고민도 많아진다. 학생 김유정과 배우 김유정이 나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성숙해지면서 캐릭터에 감정을 녹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보며 내가 따라가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노력하면 봐주시는 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주변에서 제 연기에 대한 믿음이 생긴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해야겠지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속 김유정은 시종일관 해맑은 웃음으로 타인까지 정화시키는 힘을 가진 남장내시 홍라온과 가족이 흩어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볼 수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 눈물 짖는 홍라온을 연기했다.10. 정든 홍라온과 작별했다.
배우 김유정은 색이 다른 홍삼놈과 홍라온을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로 완성했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 자리에 참석한 김유정에게는 밝은 홍삼놈의 기운이 흘렀다. 그는 유독 애착이 깊었다는 캐릭터에 대해 꼼꼼히 생각하고 곱씹으며 질문에 답했다. 홍삼놈을 떠올리게 하는 호탕한 웃음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김유정: 아직 실감은 안 난다. 마지막 촬영 이후 종방연도 하고 팬사인회도 하고 포상휴가도 다녀왔다. 계속 ‘구르미 그린 달빛’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만나고 있어서 그런가.
10. 드라마의 화제 때문에 체감하는 인기가 훨씬 높아졌을 것 같다.
김유정: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바깥 반응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저 우리끼리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3부가 방송된 이후, 시청률이 2배로 뛰었는데 그때 힘을 많이 얻었다.
10. 유독 더운 여름이었다. 가슴에 압박 붕대를 감고 한복까지 입어야 했다.
김유정: 더위가 힘들긴 했다. 그래도 나보다는 스태프들이 무거운 장비를 나르느라 고생이 많았다. 나는 가슴에 감은 붕대 때문에 밥을 먹으면 자꾸 체를 하는 바람에 제때 밥을 못 먹고 중간 중간 군것질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 모든 고통을 무마할 만큼 현장이 행복했다.
10. 고생했지만, 홍삼놈이라는 캐릭터가 첫 등장했을 때 너무 사랑스러웠다.
김유정: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었다. 삼놈이는 남자 흉내를 내는 친구가 아니고 진짜 남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나 역시 소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전에 ‘비밀’, ‘앵그리맘’에서는 무거운 캐릭터를 연기해 나 역시 우울해지곤 했는데, 삼놈이를 연기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삼놈이처럼 밝아지더라.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캐릭터다.
10. 극이 진행될수록 홍삼놈보다는 홍라온의 입장이 부각됐다. 성격이 많이 변해버렸다.
김유정: 상황이 어지럽다보니 홍라온의 감정이 깊어졌다. 아쉬운 부분이다. 홍삼놈의 능동적이고 밝은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슬프긴 했다.
10. 홍라온의 행동 중,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을까?
김유정: 라온이가 옥에 갇힌 아버지를 보러가는 장면. 내가 느끼기엔, 영과 라온이의 감정이 굉장히 깊었다. 원수로 시작돼 벗이었다가, 정인이 되기까지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라면 영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라온이가 자꾸 영을 위험에 빠뜨려서 나 김유정으로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10. 그래도 ‘사이다 전개’였던 건,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영(박보검)의 태도다. 보통 남장여자 드라마와 달랐다.
김유정: 감독님도 그 얘기를 하시더라. 남자 주인공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아싸’ 이러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하는 거다.(웃음) 이 부분에서도 아쉬웠던 점은 있다. 원작에서는 영이 라온이의 성별을 알게 된 후, 라온이에게는 모르는 척 더 적극적으로 놀리는 장면들이 많은데 극의 전개를 위해 빠르게 지나갔다.
김유정: 병연(곽동연), 윤성(진영), 영처럼 멋있는 액션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는 내가 ‘액션을 가장 잘 하는 배우’라고 농담 섞인 칭찬도 들었다. 생활액션을 많이 선보였다. 닭도 잡고 구덩이에 빠지고 나무에 매달리고. 멋있는 액션은 아니어도 생활 속에서 넘어질 위기가 생겼을 때 반동력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닭 잡는 건 3일 동안 돌팔매를 던지고 넘어지며 촬영을 했는데 지붕 위로 올라가는 장면만 전파를 타 아쉬웠다.
10. 아쉬운 부분이 계속 생각나는 걸 보니, 그만큼 극에 애정이 많았나보다. 푹 빠져있었다는 게 느껴진다.
김유정: ‘구르미 그린 달빛’에는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이 살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감정 역시 깊어져 안 울어도 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 초반부터 눈물을 자꾸 흘리니 감독님이 ‘나중에 가면 많이 울어야 하니 울지 말고 밝은 분위기를 즐겨라’라고 하시더라. 특히 엄마(김여진)과 촬영할 때는 눈만 봐도 눈물이 났다. 엄마와 함께 촬영을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다른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면서도 엄마가 보고 싶더라. 그래서 자꾸 울고 NG도 내고…(웃음)
10. 상대배우 박보검과의 몰입도도 좋았겠다.
김유정: 처음엔 보검오빠가 어려웠다. 오빠는 말을 놓으라고 하는데, 그게 더 어렵더라. 원래 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님’이라는 호칭을 쓰는데, 초반에 오빠에게 ‘박보검 님’이라고 불렀다. 그것조차 어색했다. ‘박보검 오빠님’ ‘보검 님’ ‘박보검 님’ 다 애매해서.(웃음)
10. 그런데 지금은 ‘오빠’다. 정말 친해졌나보다.
김유정: 극 초반 구덩이에 빠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함께 촬영하며 친해졌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믿을 사람이 오빠뿐이니 의지를 하게 됐다. 친해진 이후에는 서로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줬다. 눈에 눈곱이 꼈다고도 말해주는 사이다. 힘이 많이 됐다.
10. 어느덧 데뷔 13년 차다.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까?
김유정: 어렸을 때보다 점점 생각도 고민도 많아진다. 학생 김유정과 배우 김유정이 나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성숙해지면서 캐릭터에 감정을 녹이기도 하고, 캐릭터의 성장 과정을 보며 내가 따라가기도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노력하면 봐주시는 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고. 주변에서 제 연기에 대한 믿음이 생긴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해야겠지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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