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 이영호 대표가 서울 중구 중림동 한경 텐아시아 루이비스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무대 위에서 빛나는 아티스트들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곡은 기본이고, 유통과 홍보의 역할도 중요하다. 변변한 인프라도, Mnet ‘쇼미더머니’ 같은 방송도 없었던 힙합 불모지에서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유통사가 있다. 소속사도, 홍보사도 아닌 음원 유통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올해 창립 5년차에 접어든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다.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년간 1만 8000여 곡을 유통했다. ‘힙합 인디 양성소’라고 불릴 만큼 언더그라운드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거쳐가는 유통사이기도 하고, 한번 맺은 인연으로 메이저에 올라선 아티스트들과 꾸준히 음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힙합 음원 제작사이기도 하다. 비와이, 씨잼, 가리온, 불한당과 같은 유수의 힙합 아티스트들과 함께 정키, 임세준, 40(포티), 흑꼬 등과 같이 R&B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도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를 거쳤다.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숨은 일등공신,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 이영호 대표를 만났다.
10. 수많은 뮤지션들이 음원 유통을 맡겼고, “톱 뮤지션이 되기 위해선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를 거쳐가야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그간 어떤 뮤지션들이 음원 유통을 맡겼었나. 이영호: 이제는 모두들 알만한 비와이, 씨잼, 정키, 40(포티) 등이 있으며 요즘 힙합계에서 핫한 창모가 있다. 음악을 시작하는 가수들이 먼저 찾아오기도 하지만, 우리가 직접 실력을 갖춘 이들을 발굴해 찾아가 유통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직원들의 음악적 감각을 믿고 성공할 것 같은 아티스트들은 직접 관리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유통 회사로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적용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0. 국내 음원 유통 업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 힙합과 R&B 뮤지션들이라면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런 유명세가 부담스럽진 않나. 이영호: 힙합과 R&B에 특화된 유통사라고 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두 장르의 음악만을 유통한다기 보다, ‘힙합과 R&B는 루미넌트가 잘한다’라고 한다면 부담이 없을 것 같다.
10. 이처럼 한국 힙합과 R&B 음원 유통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영호: 창업하고 1년 동안 음원 유통을 맡기는 분들이 없어 폐업 위기까지 갔었다. 그러던 중 유명 힙합 크루인 ‘불한당’ 크루의 정규 앨범을 유통·홍보하게 됐다. 그 앨범이 크게 성공하면서 인디 힙합신에 루미넌트가 유통과 홍보를 잘한다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불한당가’ 곡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곡을 수상하게 되면서 또 한 뼘 성장했다. Mnet ‘쇼미더머니’가 시작된 이래 우리 회사에서 유통했던 아티스트들이 출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번 ‘쇼미더머니5’에서 비와이와 씨잼이 우승과 준우승을 하며 정점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10. 요즘 국내 음반 관계자들 사이에서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글로벌 힙합 프로젝트 음반이 이슈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이영호: 무엇보다 한국 힙합 곡들의 대부분을 유통하면서 국내 힙합 아티스트들의 성장이 그 어떤 장르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콜레보레이션이 대세인 요즘,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는 것은 어떨까?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최고의 퀄리티를 갖춘 작품을 만들어보자. 그리고 한국 힙합의 우수성을 미국에 알려보자’라는 취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10. 첫 번째 음반에서는 미국 힙합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성 조이배드애스(Joey Bada$$), 두번째 음반에서는 세계적인 힙합 거장 탈립콸리(Talibkweli)의 섭외를 이끌어 냈다. 섭외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영호: 미국의 유명 힙합 아티스트를 섭외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은 한국은 북한 밑의 나라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더라. 게다가 우리 회사는 YG, SM, JYP처럼 K팝 3대 기획사도 아닌 일개 음원 유통 회사였으니까. 그래도 일단은 미국에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미국에 꾸준히 찾아갔다. 1년에 2~3회씩 찾아간 것이 햇수로 2년째가 되다 보니 그들도 서서히 우리 프로젝트와 한국 힙합의 우수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의 프로듀서들을 설명하고 좋은 비트가 있으니 해보자 했더니 반응을 보이더라. 처음에 조이배드애스 측과 일이 성사된 후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뭐든지 다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다보니 탈립콸리까지 섭외하게 됐다.
이영호 대표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미국 시장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이영호: 힙합의 본고장이 미국이고, 우리가 유통하는 음원의 대다수가 흑인 음악이다 보니 본고장인 미국 아티스트들과 콜레보레이션하는 것이 가장 멋진 도전 같았다. 정말 좋은 곡이 나오면 빌보드 차트에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10. 글로벌 힙합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프로듀서들과 국내 아티스트들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이영호: 일단 루미넌트에 유통을 맡겼거나 관련된 프로듀서 위주로 미국에 보낼 데모곡들을 받아서 진행했다. 기준이라기 보다는 루미넌트의 패밀리 쉽이라고 보면 된다.
10.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의 세 번째 글로벌 힙합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영호: 극비리에 추진 중이고, 굉장히 큰 프로젝트라 아직 큰 그림만 그려 놓은 상태다. 추후 결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
10. 루미넌트 엔터테인먼트의 2017년 최종 목표는. 이영호: 올해 목표였던 연매출 12억은 이 상태로라면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내년도 목표는 연매출 15억 달성으로 잡았다. 그리고 세 번째 글로벌 힙합 프로젝트가 대성공하는 것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