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해외에서 보기에는 생소한 정서들도 담겼다. 해외 반응은 어땠나.
김기덕: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물’을 보고 울고 있는 이탈리아 여성 관객을 봤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왜 우느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한다. 우리의 분단 역사를 자세히는 잘 몰라도 기본적인 감정은 전달되는 것 같다. 또 너무 충격적이라 과연 사실일까 되묻는 비평도 있었다.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우리와 동일하게 해석하더라. 류승범이 궁지에 몰려가는 과정 또한 적나라하게 잘 그려졌고, 연기의 질감이 좋다는 평도 있었다.
10. 직접 보고 느낀 배우 류승범은 어땠나.
김기덕: 내가 너무 찬양하는 것 같다.(웃음) 영화를 만들 때는 몰랐는데 편집할 때 비로소 류승범이 짙은 고민을 하고 철우를 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굉장히 넘치고 책임감도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다.
10. 출연 배우들에게 특별히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김기덕: 나는 영화를 하면서 만나는 모든 배우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우가 어떻든 같이 가야 하는 거다. 배우가 부족하든, 내가 실수를 하든 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배우가 연기해내는 캐릭터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 상상하던 그 인물이 아닐지라도 그 자체를 캐릭터화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캐릭터화한 영화도 있고. 배우들에게 아쉬운 점 또한 감독의 풀어야 할 숙제고 안아야 할 리스크다.
10. 초반부와 후반부에 나오는 관계 장면이 가지는 의미는.
김기덕: 보는 그대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했던 남자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관계는 영혼이 일으키는 에너지의 분출이라고 본다. 철우의 영혼 자체가 말살됐고, 철우의 아내 또한 단순히 욕구 해소의 차원을 넘어 철우가 황폐화된 현실을 통탄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10. 그 동안 많은 작품을 보여줬는데 아직 ‘김기덕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작품이 있다면.
김기덕: 초반에 비평가 분들이 워낙 험하게 복음을 전해서 많은 분들이 김기덕 영화를 보면 황폐해진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웃음) 나는 다 좋다. 내 영화를 보고 욕을 하더라도, 숫자도 많으니까 세 편 이상은 보시고 한번 영화에 빠져보셨으면 좋겠다. 내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르다는 매력은 있는 것 같다. 첫 영화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 됐다. 현재의 20대에게는 내 영화가 또 새로울 수 있을 것 같다.
10. 언제부턴가 대사의 양 또한 많아지는 것 같다.
김기덕: 변화라기 보다는 설명을 필요로 하는 영화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빈집’, ‘나쁜 남자’, ‘뫼비우스’는 최소한의 대사라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였다. 이번 영화에는 상황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또 대사가 적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지.
10. 이번 작품은 당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 것 같은가.
김기덕: 영화는 만드는 순간 그 영화 나름대로의 운명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시나리오 상태에 있던 영화가 배우와 최선을 다하면 심장이 생긴다. 심장이 에너지를 공급하니 또 생명이 생기고. 운명이라는 말은 다른 뜻으로는 ‘될 대로 되는 것’이다. 내가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길이 있다는 거지.
10. 다음 영화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김기덕: 지금까지 인간은 어떻게 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지속되어 갈 것인가, 인간이 살아온 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본질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게 현대 사회는 식인 사회처럼 보인다. 사람이 사람의 자존심을 먹고 이익을 먹는. 결국 현대 사회는 더욱 식인 사회화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잘못된 거냐고 묻는다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에너지의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가. 뭔가 나올 것 같지 않나.(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10. 해외에서 보기에는 생소한 정서들도 담겼다. 해외 반응은 어땠나.
김기덕: 베니스 영화제에서 ‘그물’을 보고 울고 있는 이탈리아 여성 관객을 봤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왜 우느냐고 물어봤더니 너무 슬퍼서 울었다고 한다. 우리의 분단 역사를 자세히는 잘 몰라도 기본적인 감정은 전달되는 것 같다. 또 너무 충격적이라 과연 사실일까 되묻는 비평도 있었다.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우리와 동일하게 해석하더라. 류승범이 궁지에 몰려가는 과정 또한 적나라하게 잘 그려졌고, 연기의 질감이 좋다는 평도 있었다.
10. 직접 보고 느낀 배우 류승범은 어땠나.
김기덕: 내가 너무 찬양하는 것 같다.(웃음) 영화를 만들 때는 몰랐는데 편집할 때 비로소 류승범이 짙은 고민을 하고 철우를 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가 굉장히 넘치고 책임감도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다.
10. 출연 배우들에게 특별히 기대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김기덕: 나는 영화를 하면서 만나는 모든 배우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우가 어떻든 같이 가야 하는 거다. 배우가 부족하든, 내가 실수를 하든 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배우가 연기해내는 캐릭터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 상상하던 그 인물이 아닐지라도 그 자체를 캐릭터화해야 한다. 실제로 그렇게 캐릭터화한 영화도 있고. 배우들에게 아쉬운 점 또한 감독의 풀어야 할 숙제고 안아야 할 리스크다.
10. 초반부와 후반부에 나오는 관계 장면이 가지는 의미는.
김기덕: 보는 그대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했던 남자가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관계는 영혼이 일으키는 에너지의 분출이라고 본다. 철우의 영혼 자체가 말살됐고, 철우의 아내 또한 단순히 욕구 해소의 차원을 넘어 철우가 황폐화된 현실을 통탄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10. 그 동안 많은 작품을 보여줬는데 아직 ‘김기덕 영화’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작품이 있다면.
김기덕: 초반에 비평가 분들이 워낙 험하게 복음을 전해서 많은 분들이 김기덕 영화를 보면 황폐해진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웃음) 나는 다 좋다. 내 영화를 보고 욕을 하더라도, 숫자도 많으니까 세 편 이상은 보시고 한번 영화에 빠져보셨으면 좋겠다. 내 영화는 볼 때마다 다르다는 매력은 있는 것 같다. 첫 영화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 됐다. 현재의 20대에게는 내 영화가 또 새로울 수 있을 것 같다.
10. 언제부턴가 대사의 양 또한 많아지는 것 같다.
김기덕: 변화라기 보다는 설명을 필요로 하는 영화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빈집’, ‘나쁜 남자’, ‘뫼비우스’는 최소한의 대사라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화였다. 이번 영화에는 상황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또 대사가 적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겠지.
10. 이번 작품은 당신의 필모그래피에 어떻게 남을 것 같은가.
김기덕: 영화는 만드는 순간 그 영화 나름대로의 운명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시나리오 상태에 있던 영화가 배우와 최선을 다하면 심장이 생긴다. 심장이 에너지를 공급하니 또 생명이 생기고. 운명이라는 말은 다른 뜻으로는 ‘될 대로 되는 것’이다. 내가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름의 길이 있다는 거지.
10. 다음 영화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김기덕: 지금까지 인간은 어떻게 왔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지속되어 갈 것인가, 인간이 살아온 에너지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본질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내게 현대 사회는 식인 사회처럼 보인다. 사람이 사람의 자존심을 먹고 이익을 먹는. 결국 현대 사회는 더욱 식인 사회화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잘못된 거냐고 묻는다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에너지의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가. 뭔가 나올 것 같지 않나.(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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