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김유정 / 사진=텐아시아DB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김유정 / 사진=텐아시아DB
‘구르미 그린 달빛’ 덕분에 월요일을 버티는 것은 시청자들뿐만이 아니다. 월화극 고전을 면치 못하던 KBS는 ‘구르미 그린 달빛’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은 지난 9회 방송분에서 자체최고시청률인 21.3%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굿 닥터’ 이후 KBS가 편성한 월화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그 중심에는 박보검과 김유정이 있다.

성공적 변신, 제 옷 입은 배우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변신을 감행한 것. 박보검은 전작인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바둑기사이자 사랑 앞에 순수한 최택을 연기하며 순정남의 표본이 됐다. 게다가 속속히 밝혀지는 일상생활 속 모습 덕분에 대중들은 그를 ‘바른 청년’으로 인식했다. 그런 박보검이 잔망스러운 미소와 함께 장난기 다분한 왕세자로의 변신했다. 박보검은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붐바스틱’ 댄스를 추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더니, 극중에서는 여느 소년을 연상케 하는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모성본능을 자극했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김유정 역시 성인극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김유정은 그간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남장을 하고 살 수밖에 없는 홍라온을 연기했다. 특히 최근 로맨스에 불이 붙고 있는 가운데, 김유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홍라온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 사진제공=구르미그린달빛 문전사, KBS미디어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스틸컷 / 사진제공=구르미그린달빛 문전사, KBS미디어
성장+로맨스, 울림 전하는 캐릭터 향연

두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매력 역시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했다. 지난 방송에서는 비밀연애를 시작한 이영(박보검)과 홍라온(김유정)의 모습이 그려졌다. 시종일관 달달한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이들은 단순히 로맨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이영은 왕권이 낮은 나라에서 신하들의 등살에 치이는 삶을 버텨왔다. 무언가 하고 싶어도 힘이 없어 그저 방탕한 왕세자인척 연기해야했다. 홍라온은 이유도 모른 채 어머니의 강요로 남장을 하고 살아온 상황. 여자로 살아온 적 없는 그가 이영을 만나 ‘라온’이라는 이름을 되찾았고, 이영 역시 대리청정을 시작으로 정약용과 논의를 거쳐 정치적 개입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이 서로를 만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문화평론가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가장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난 극이다. 박보검은 이번 극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고, 김유정 역시 아역을 벗어나 성인 연기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배우의 앙상블과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중견 배우들의 활약 역시 극을 빛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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