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 사진=KBS 제공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 사진=KBS 제공
저주라는 말이 무색하다. 이젠 축복이다. ‘응답의 저주’가 쏙 들어갈 모양새다.

인기가 큰 만큼 후유증도 컸다. 지난 2012년 첫 방송된 ‘응답하라’ 시리즈는 수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이들은 곧바로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워낙 큰 사랑을 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차기작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때문에 ‘응답의 저주’와 같은 징크스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응답의 저주’는 넣어둬도 될 듯하다. 지난 1월 종영한 ‘응답하라’ 세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주역들이 선보이고 있는 작품들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까지 뒤따르니 어찌 ‘응답의 저주’를 함부로 논할 수 있겠는가.

박보검의 활약이 눈부시다. 그는 22일 첫 방송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이하 구르미)을 통해 ‘보검매직’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구르미’는 29일 방송부터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구르미’의 압승이었다. 1회 시청률 8.3%(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회 8.5%를 나타낸 ‘구르미’는 3회 16%, 4회 16.4%로 기록을 끌어 올렸다. 강병택 CP는 “연출을 맡은 김성윤 PD가 박보검 캐스팅에 공을 많이 들였다”면서 시청률 상승에 대해 “보검매직이 있었나보다”고 웃었다. 앞서 박보검은 게스트로 출연한 KBS2 ‘1박2일’ 시청률 역시 5% 이상 상승시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박보검은 ‘구르미’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고 있다. ‘츤데레’ 왕세자 이영 역을 맡은 그는 장난기 넘치다가도 근엄하다. ‘응팔’에서 선보인 순둥이 최택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조연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이 ‘구르미’를 통해 발산되고 있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라미란 역시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극본 구현숙, 연출 황인혁, 이하 월계수)에서 높은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28일 첫 방송된 ‘월계수’는 2회 만에 시청률 28.1%를 기록하며 국민드라마 등극 조짐을 보였다. 라미란은 넘치는 애교와 강한 생활력을 지닌 복선녀 역을 맡았다. 그가 등장할 때마다 웃음꽃이 핀다. 복선녀는 남편 배삼도(차인표)에게 장어를 직접 먹여주는가 하면 남편이 위급한 상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내조의 여왕’이다. 다정하다가도 억척스러운 생활밀착형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응팔’에서 김성균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인 라미란은 ‘월계수’에서는 차인표와 차진 ‘코믹 케미’로 극의 웃음을 더하고 있다. 라미란은 ‘응답의 저주’와 관련해 “이번 작품은 ‘응팔’ 이상으로 뛰어 넘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질투의 화신’ 스틸컷 / 사진=SBS 제공
‘질투의 화신’ 스틸컷 / 사진=SBS 제공
고경표의 변신을 눈여겨봐도 좋다. 그는 24일 첫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에서 젠틀함을 갖춘 의류재벌 3세 고정원 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2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고경표는 ‘응팔’ 속 모범생 선우와는 다른 세련되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고정원의 매력을 한껏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성적 역시 나쁘지 않다. 1회 7.3%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질투의 화신’은 2회 8.3%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2 ‘함부로 애틋하게’를 제쳤다. 수목극 중 유일하게 시청률이 상승한 수치이기도 하다.

앞서 각각 SBS ‘딴따라’와 MBC ‘운빨로맨스’를 선보인 ‘응팔’의 혜리와 류준열 또한 ‘응답의 저주’를 깼다고 평가 받는다.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지상파 주연으로서 가능성과 함께 앞으로 이들이 선보일 연기에 대한 기대를 시청자들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박보검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축복과도 같은 작품에 저주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보검의 말 대로 더 이상의 저주는 없다. ‘응팔’ 주역들은 현재 스스로 축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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