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수빈 : ‘카포네 트릴로지’처럼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공연은 처음이다. 새로운 공연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세 가지 이야기 중에서 ‘빈디치’는 못 봤는데, 그걸 봤다면…(웃음)
10. 정말 거리가 좁다.(웃음) 한 달이 지난 만큼 적응은 좀 됐나.
배수빈 : 조금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 공연이 신기한 것이 3가지 이야기가 돌아가다 보니까 익숙할 겨를이 없다.(웃음) 긴장감은 계속 있는 거다. 다이어트로는 ‘카포네 트릴로지’가 최고다.(웃음)
10. 독특한 공연이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배수빈 : 선택은 정말 쉬웠다. 사실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 이전에 연극 ‘킬 미 나우’를 했는데, 그게 정서적으로 소진이 많이 된 작품이었다. ‘카포네 트릴로지’로 힐링을 하려고 했는데…신세계다.(웃음)
10. 연속으로 연극 무대를 선택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인가.
배수빈 : 항상 연기를 하면서 대중들이 나에 대해서 원하는 이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들과 부딪혔다. 그것에 대한 일환인 것 같다.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데, 그런 생각이 들면 항상 도전을 해왔다. 그 시기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다. 배우다 보면 얻는 게 분명 있으니까.
10. ‘카포네 트릴로지’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배수빈 : 1인 다역을 한 것도 처음이고, 좁은 공간에서 이렇게 가까이 관객들과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다. 어떻게 보면 세 작품을 연이어 계속한다는 것이 내게는 도전이다. 매일매일이 도전이다.(웃음)
10. 연습할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배수빈 : 물론 낯선 만큼 힘든 점도 있었다. 특히 로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르라 처음에 감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10. 연기자로서 공연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겠지.
배수빈 : 내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지는 거다. 드라마와 영화도 연기를 하는 건 똑같지만, 공연은 오늘의 아쉬움을 내일 채울 수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인 것 같다.
10. 배수빈이란 배우가 이처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는지 몰랐다.
배수빈 : 많은 분들이 몰라도 괜찮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하나의 작업에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 알아주실 거다. 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길 것이고. 조바심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 싶을 뿐이다.
10. 그런 의미에서 ‘카포네 트릴로지’는 배울 점이 상당하겠다. 몰입하면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배수빈 : 이 작품이 또 신기하게 빠질 겨를이 없다. 바로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웃음) 공연을 마치고는 후련하다. 처음에는 공연장의 형태부터 적응이 안 됐지만, 이제는 관객들과 극을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이다.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라는 ‘관객’을 제대로 깨닫는 시간이다. 그걸 고스란히 구현하고 있는 것이 ‘카포네 트릴로지’다. 매일 공기나 흐름이 다르고, 관객들이 주는 기운과 에너지가 굉장하다.
10. 연극 무대로 시선을 돌린 계기가 있었나.
배수빈 :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연기 자체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이 만들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즐거워해주고 좋아해 주고, 인정해주신다면 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10. 드라마, 영화에 익숙한 대중들은 연극 무대의 배수빈이 생소할 수도 있다.
배수빈 : 연극을 또 하네? 라는 반응도 있다. 2년에 한 편씩 꼭 공연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생기더라.
10. 공연을 올리기까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하는 시간도 배우로서 소중할 것 같다.
배수빈 : 드라마, 영화도 스태프들과 끈끈한 건 마찬가지지만, 공연은 같은 텍스트로 수도 없이 맞춰본다. 표현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것,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관객들과 소통할까를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과연 즐거운 작업이다.
10. 사실 공연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준비하는 과정도 한몫할 것 같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연습하지 않나.
배수빈 : 그것 때문에 하는 거다. 연극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작업이 굉장히 즐겁다.
10. 분명 희열과 짜릿함이 있기에 계속하는 거겠지.
배수빈 : ‘카포네 트릴로지’의 커튼콜 때 ‘하얗게 불태웠어’라고 생각하면서 인사를 한다. 연극은 그 짜릿함이 커튼콜 때 오고, 드라마와 영화는 뒤늦게 오는 것 같다.
10. ‘카포네 트릴로지’에 대한 기억이 오래갈 것 같다. 배우 배수빈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일 것도 같고.
배수빈 :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 배우로서 기쁘다. 이후 드라마, 영화를 하게 된다면 총알을 많이 갖고 나가는 느낌이다.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낄 때 굉장히 힘들다. 많지는 않지만 연극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무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
10. 앞으로도 공연 무대에서 배수빈을 자주 볼 수 있는건가.
배수빈 : 지금까지는 좋은 공연이 있었고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성장했고, 이 같은 작업이 계속 꾸준히 이뤄지길 바란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있는, 주어진 작품을 할 것이고 또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러다 보면 좋은 필모그래피가 쌓이지 않을까. 상황에 맞는 최우선을 고르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더라.
10. 배우의 길을 걸은지 15년이 넘어간다. 슬럼프라는 고비도 넘은 시간 아닌가.
배수빈 : 최소한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장소는 찾았다. 바로 무대다. 어렸을 때는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치기 어린 생각도 했다. 지금은 무대라는 공간이 나를 항상 돌려놓고, 겸손해지게 만든다.
10.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며 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시야도 넓어지고.
배수빈 : 아이가 생기고 생각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사람을 보는 시선도 좀 더 세심해졌다.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자라왔다는 걸 느끼니까,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10. 크게 결혼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겠네.
배수빈 : 맞다. 인생에 있어서는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을 것 같다.
10. 배우로서는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배수빈 :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 이걸 내가 어떻게 하면 원작자의 의도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데 있어서 그 방법을 예전보다 조금 더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의 ‘멘붕(멘탈붕괴)’은 같다.(웃음)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늘어가면서 마음을 열지 못하고 뭐든 자기 것에 맞추려고 한다. 그걸 경계하고 있다.
10.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있다면?
배수빈 : 전체적인 걸 보고 선택한다. 그래야 내가 뭘 해야 할지도 감이 선다. 캐릭터만 보면 멋있는 건 얼마든지 있지만, 작품이 그렇지 않다면 캐릭터의 멋짐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작품의 전체를 보고 메시지도 생각한다.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선택한다.
10. 그런 점에서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평은 남다르겠다. 워낙 마니아들이 두터운 장르이니까.
배수빈 : 디테일하게 공연 리뷰를 써주시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거기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아~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말이다.
10.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것 같다.
배수빈 : 내게는 압박이자 신선한 자극이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무대에 오르기 전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진심을 담지 않구나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 과정 끝에 무대를 계속 서니까, 진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무대라는 공간이 더 특별하다.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충만하게 받아서 표출할 수 있는 거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체도 즐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까를 고민하면서, 매번 다르게 표현하고. 즐겁고 흥미롭다.
10. 거짓이 아닌 진심을 담아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캐릭터의 잔상이 오래갈 것 같은데.
배수빈 : 드라마 ‘비밀’이 그랬다. 또 오래 했던 작품이 그렇다.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센 인물일수록 오래 남는데, 아무래도 그 캐릭터가 지닌 상처와 아픔까지도 공감하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10. 힘들지만 캐릭터에 빠지지 않고서는 연기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배수빈 : 연기는 에너지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그 사람을 연기하고 있지만, 아프지 않으면 같이 울어줄 수가 없고 웃는 것도 그렇다. 그 사람의 마음에 가면 갈수록 더 좋은 연기가 나오고, ‘나’는 지워진다. 캐릭터에 충분히 빠져들어야 남들도 느낄 수 있는 연기가 나오니까. 그래서 트라우마가 센 인물을 연기하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산에 오르면서 마음을 정화하기도 한다.
10. 연기자로서는 베테랑이지 않나.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배수빈 : 까불면 안 된다. ‘연기 잘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못 하게 된다. 계속 확인을 하고 자기검열과 정화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베테랑은 연기에서만큼은 없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그래서 스릴 있는 게 아닐까. 베테랑이라고 자만하는 순간 무너지는 거다. 나 역시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있고, 항상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10. 연극만 세 작품째, 영화나 드라마를 기다리는 팬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수빈 : 올 초에는 ‘내가 공연을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했고, 이제는 ‘카포네 트릴로지’도 반환점을 돌았고 잘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2002년 데뷔해 어느덧 데뷔 15년 차를 맞은 배수빈이 용기를 냈다. 지난해 연극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킬 미 나우’ 그리고 공연에 한창인 ‘카포네 트릴로지’까지 연속으로 연극만 세 작품째다. 배수빈은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올드맨’ 역을 맡아 각기 다른 세 가지 에피소드에서 활약을 한다. 로맨티스트와 마초, 또 전에 없던 코믹한 모습까지 다채로운 얼굴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기운을 안긴다.10. 연이어 연극 무대를 찾았다.
드라마, 영화에 길들여진 연기자에게 무대 연기는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배수빈은 도전했고, 무대 위에서 ‘진짜’를 찾았다. 도전에는 반드시 얻는 것이 있고 다음 작품을 앞둔 지금, 무기를 얻은 것처럼 든든하다.
배수빈 : ‘카포네 트릴로지’처럼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공연은 처음이다. 새로운 공연을 하고 싶어서 선택했다. 세 가지 이야기 중에서 ‘빈디치’는 못 봤는데, 그걸 봤다면…(웃음)
10. 정말 거리가 좁다.(웃음) 한 달이 지난 만큼 적응은 좀 됐나.
배수빈 : 조금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 공연이 신기한 것이 3가지 이야기가 돌아가다 보니까 익숙할 겨를이 없다.(웃음) 긴장감은 계속 있는 거다. 다이어트로는 ‘카포네 트릴로지’가 최고다.(웃음)
10. 독특한 공연이라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배수빈 : 선택은 정말 쉬웠다. 사실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이 이전에 연극 ‘킬 미 나우’를 했는데, 그게 정서적으로 소진이 많이 된 작품이었다. ‘카포네 트릴로지’로 힐링을 하려고 했는데…신세계다.(웃음)
10. 연속으로 연극 무대를 선택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배우로서의 터닝 포인트인가.
배수빈 : 항상 연기를 하면서 대중들이 나에 대해서 원하는 이미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들과 부딪혔다. 그것에 대한 일환인 것 같다.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하는 데, 그런 생각이 들면 항상 도전을 해왔다. 그 시기가 오면 주저하지 않는다. 배우다 보면 얻는 게 분명 있으니까.
10. ‘카포네 트릴로지’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배수빈 : 1인 다역을 한 것도 처음이고, 좁은 공간에서 이렇게 가까이 관객들과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다. 어떻게 보면 세 작품을 연이어 계속한다는 것이 내게는 도전이다. 매일매일이 도전이다.(웃음)
10. 연습할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배수빈 : 물론 낯선 만큼 힘든 점도 있었다. 특히 로키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장르라 처음에 감 잡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10. 연기자로서 공연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겠지.
배수빈 : 내게 연기를 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지는 거다. 드라마와 영화도 연기를 하는 건 똑같지만, 공연은 오늘의 아쉬움을 내일 채울 수는 즐거움이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인 것 같다.
10. 배수빈이란 배우가 이처럼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는지 몰랐다.
배수빈 : 많은 분들이 몰라도 괜찮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하나의 작업에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 알아주실 거다. 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길 것이고. 조바심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작업을 오랫동안 하고 싶을 뿐이다.
10. 그런 의미에서 ‘카포네 트릴로지’는 배울 점이 상당하겠다. 몰입하면 빠져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배수빈 : 이 작품이 또 신기하게 빠질 겨를이 없다. 바로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웃음) 공연을 마치고는 후련하다. 처음에는 공연장의 형태부터 적응이 안 됐지만, 이제는 관객들과 극을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이다.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라는 ‘관객’을 제대로 깨닫는 시간이다. 그걸 고스란히 구현하고 있는 것이 ‘카포네 트릴로지’다. 매일 공기나 흐름이 다르고, 관객들이 주는 기운과 에너지가 굉장하다.
10. 연극 무대로 시선을 돌린 계기가 있었나.
배수빈 :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연기 자체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대중들이 만들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즐거워해주고 좋아해 주고, 인정해주신다면 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난다.
10. 드라마, 영화에 익숙한 대중들은 연극 무대의 배수빈이 생소할 수도 있다.
배수빈 : 연극을 또 하네? 라는 반응도 있다. 2년에 한 편씩 꼭 공연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프라이드’를 시작으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조금씩 생기더라.
10. 공연을 올리기까지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연습하는 시간도 배우로서 소중할 것 같다.
배수빈 : 드라마, 영화도 스태프들과 끈끈한 건 마찬가지지만, 공연은 같은 텍스트로 수도 없이 맞춰본다. 표현법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것,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까, 관객들과 소통할까를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과연 즐거운 작업이다.
10. 사실 공연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준비하는 과정도 한몫할 것 같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연습하지 않나.
배수빈 : 그것 때문에 하는 거다. 연극을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작업이 굉장히 즐겁다.
10. 분명 희열과 짜릿함이 있기에 계속하는 거겠지.
배수빈 : ‘카포네 트릴로지’의 커튼콜 때 ‘하얗게 불태웠어’라고 생각하면서 인사를 한다. 연극은 그 짜릿함이 커튼콜 때 오고, 드라마와 영화는 뒤늦게 오는 것 같다.
10. ‘카포네 트릴로지’에 대한 기억이 오래갈 것 같다. 배우 배수빈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일 것도 같고.
배수빈 :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 배우로서 기쁘다. 이후 드라마, 영화를 하게 된다면 총알을 많이 갖고 나가는 느낌이다. 배우로서 카메라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느낄 때 굉장히 힘들다. 많지는 않지만 연극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무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
10. 앞으로도 공연 무대에서 배수빈을 자주 볼 수 있는건가.
배수빈 : 지금까지는 좋은 공연이 있었고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성장했고, 이 같은 작업이 계속 꾸준히 이뤄지길 바란다.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있는, 주어진 작품을 할 것이고 또 최선을 다할 거다. 그러다 보면 좋은 필모그래피가 쌓이지 않을까. 상황에 맞는 최우선을 고르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더라.
10. 배우의 길을 걸은지 15년이 넘어간다. 슬럼프라는 고비도 넘은 시간 아닌가.
배수빈 : 최소한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장소는 찾았다. 바로 무대다. 어렸을 때는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치기 어린 생각도 했다. 지금은 무대라는 공간이 나를 항상 돌려놓고, 겸손해지게 만든다.
10.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며 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시야도 넓어지고.
배수빈 : 아이가 생기고 생각들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사람을 보는 시선도 좀 더 세심해졌다.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자라왔다는 걸 느끼니까,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10. 크게 결혼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겠네.
배수빈 : 맞다. 인생에 있어서는 아이를 낳기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을 것 같다.
10. 배우로서는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
배수빈 :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 이걸 내가 어떻게 하면 원작자의 의도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데 있어서 그 방법을 예전보다 조금 더 알 것 같다. 그렇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의 ‘멘붕(멘탈붕괴)’은 같다.(웃음) 나이가 들수록 고집이 늘어가면서 마음을 열지 못하고 뭐든 자기 것에 맞추려고 한다. 그걸 경계하고 있다.
10.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있다면?
배수빈 : 전체적인 걸 보고 선택한다. 그래야 내가 뭘 해야 할지도 감이 선다. 캐릭터만 보면 멋있는 건 얼마든지 있지만, 작품이 그렇지 않다면 캐릭터의 멋짐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작품의 전체를 보고 메시지도 생각한다.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 선택한다.
10. 그런 점에서 공연을 관람한 관객의 평은 남다르겠다. 워낙 마니아들이 두터운 장르이니까.
배수빈 : 디테일하게 공연 리뷰를 써주시는 분들이 있다. 오히려 거기서 영감을 받을 때도 있다. ‘아~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하고 말이다.
10.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연기에 대한 생각이 깊어질 것 같다.
배수빈 : 내게는 압박이자 신선한 자극이다. 배우도 사람이기에 무대에 오르기 전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진심을 담지 않구나라는 고민을 한다. 그런 과정 끝에 무대를 계속 서니까, 진심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무대라는 공간이 더 특별하다. 무대가 주는 에너지를 충만하게 받아서 표출할 수 있는 거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체도 즐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까를 고민하면서, 매번 다르게 표현하고. 즐겁고 흥미롭다.
10. 거짓이 아닌 진심을 담아 연기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캐릭터의 잔상이 오래갈 것 같은데.
배수빈 : 드라마 ‘비밀’이 그랬다. 또 오래 했던 작품이 그렇다.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센 인물일수록 오래 남는데, 아무래도 그 캐릭터가 지닌 상처와 아픔까지도 공감하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10. 힘들지만 캐릭터에 빠지지 않고서는 연기를 할 수 없을 테니까.
배수빈 : 연기는 에너지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그 사람을 연기하고 있지만, 아프지 않으면 같이 울어줄 수가 없고 웃는 것도 그렇다. 그 사람의 마음에 가면 갈수록 더 좋은 연기가 나오고, ‘나’는 지워진다. 캐릭터에 충분히 빠져들어야 남들도 느낄 수 있는 연기가 나오니까. 그래서 트라우마가 센 인물을 연기하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산에 오르면서 마음을 정화하기도 한다.
10. 연기자로서는 베테랑이지 않나.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한데.
배수빈 : 까불면 안 된다. ‘연기 잘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못 하게 된다. 계속 확인을 하고 자기검열과 정화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베테랑은 연기에서만큼은 없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고, 그래서 스릴 있는 게 아닐까. 베테랑이라고 자만하는 순간 무너지는 거다. 나 역시 매너리즘을 경계하고 있고, 항상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10. 연극만 세 작품째, 영화나 드라마를 기다리는 팬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배수빈 : 올 초에는 ‘내가 공연을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했고, 이제는 ‘카포네 트릴로지’도 반환점을 돌았고 잘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또 다른 작품을 통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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