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손예진의 눈물이 모든 것을 말한다(종합)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손예진이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호필름 제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웃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덕혜옹주’가 손예진을 울렸다. 지금껏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뺐던 손예진이 처음으로 자신의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이제 관객들 차례다.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의 언론시사회가 2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손예진·박해일·정상훈이 참석했다.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다룬 영화로, 2009년 발간된 권비영 작가의 소설 ‘덕혜옹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비운의 삶을 겪은 덕혜옹주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며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한다.

타이틀롤 덕혜옹주 역의 손예진은 “역사적 인물의 실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덕혜옹주와 관련된 사진들을 많이 봤다. 덕혜옹주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과 짧은 다큐멘터리들을 접하면서 그의 심정을 헤아려봤다. 최대한 억지스럽게 보이지 않으려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손예진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됐다. 손예진은 “영화를 오늘 처음 봤다. 내 영화를 보면서 울어본 것은 처음이다”라며 “정신없이 수정 메이크업을 하고 왔다. 지금 무슨 정신인지 모르겠다.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허진호 감독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7~8년 전”이라며 당시 TV에서 덕혜옹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가 조선의 아이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 기구한 삶을 겪으면서, 정신이 이상해지고 비참하게 귀국하는 장면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삶의 기구함, 비극성과 덕혜옹주를 실제로 기다렸던 궁녀들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500년 역사를 가진 조선이라는 나라의 왕족이 너무 쉽게 없어졌다는 사실도 고민하게 만든 부분이었다”며 ‘덕혜옹주’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이유를 밝혔다.

배우 박해일,손예진,정상훈,허진호 감독이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호필름 제작)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손예진은 역사가 잊었고, 나라가 감췄던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의 삶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광복 이후 조선 입국이 거절당했을 때 정신을 놓아버리는 장면과 마침내 고국에 돌아와 어린 시절 자신을 눈물로 배웅했던 궁녀들과 재회한 장면에서의 손예진은 특별한 대사가 없어도 배우가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화는 실존 인물 덕혜옹주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남다른 몰입도를 보여준다.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영친왕 망명작전’과 같은 가상의 사건을 넣어 이야기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실제를 영화에 어울리게 바꾸는 과정도 거쳤다.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 역은 고종이 덕혜옹주와 결혼을 시키려고 했던 실존 인물 김장한과 그의 형제 김을한, 그리고 영화적인 설정을 더해 덕혜옹주를 끝까지 지키는 독립운동가가 됐다.

김장한 역의 박해일은 손예진과 함께 극의 흐름을 책임지는 배우다.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청년의 모습부터, 노인이 된 이후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까지 박해일만의 디테일한 연기가 관객들을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라미란·정상훈은 덕혜옹주와 김장한 곁에서 이들의 조력자로 활약하며 무거워질 수 있는 드라마에 감칠맛을 더하는 신스틸러의 역할을 다한다.

영화 ‘덕혜옹주’는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