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MBC 수목드라마 ‘운빨 로맨스’에서 제수호(류준열)의 첫사랑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의 에이전트 한설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이청아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열린 텐아시아와 인터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는 ‘내가 이런 역할을 맡아도 괜찮을까’ 걱정 많던 배우였고, 생각했던 대로 연기가 풀리지 않으면 서러움에 눈물 흘린다. 또, 자신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언제나 노심초사하던 성격이다. 그런 이청아에게 MBC ‘운빨로맨스’의 한설희는 선물처럼 다가온 캐릭터였다. 이청아는 그동안 자신이 보여준 적 없었던 도도하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한설희를 연기하면서 조금씩 변화했다. 한설희처럼 생각하고, 한설희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이청아의 삶과 생각도 달라졌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14년차에 접어든 배우 이청아가 피워낸 꽃은 누구나 반할 만한 향기로운 꽃내음을 풍기고 있다.

10. 지난 가을부터 약 10개월 사이에 무려 세 작품이나 했다. 14년 연기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청아: 예전에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를 마치고 연달아 주말드라마를 했었다. 그런데 그때는 요령이 없어서 주인공으로 두 작품을 하니까 굉장히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사이 노하우도 쌓였고, 작품마다 캐릭터도 많이 달라서 전작에 맡은 역할들을 금방 툭툭 털어내고 새 작품에 적응할 수 있었다.

10. 열심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
이청아: 사실 어머니가 재작년에 병상에 계시다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내 안의 넘어갈듯 안 넘어가던 페이지 한 장이 장례식장에서 넘어갔다. 빈소에 엄마와의 추억을 가진 분들이 찾아오셔서 엄마의 젊은 시절 얘기를 해주시는 걸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더 치열하게 주변에 사랑을 많이 표현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야하는지를 깨달았다. 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걱정과 우려를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안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나서 후회하자로 생각이 바뀌었다. 작품을 쉬지 않고 계속 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10. 작품을 고를 때마다 걱정이 많았나보다.
이청아: 난 엄마가 돌아가시면 세상이 엄청나게 변화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날 세상이 똑같더라. 내 마음은 폭풍우가 몰아쳤지만, 세상은 너무 평화롭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걸 알고 나서부턴 한순간도 허비하기 싫었다. 이것저것 빨리빨리 다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꽤나 독설가셨다. 내가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고 말할 때, 엄마는 “넌 잃을 게 하나도 없어.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많이 깨져야 해.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알고 그만 좀 조심해”라고 말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조심하고 있다.(웃음)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운빨로맨스’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잘 사는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이청아: 생각해보니 내가 정직원이었던 적이 없다.(웃음) 작품을 하기 전에는 내가 어울릴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만, 막상 작품이 끝나니까 마치 처음부터 이런 역할을 계속 했었던 것 같은 느낌이다. OCN드라마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가 배우 이청아한테는 간극이 제일 큰 캐릭터였다. 처음엔 정말 어색했는데, 4회차 쯤 되니까 익숙한 거다. 오히려 7회에서 청순한 연기를 하니까 스태프들이 비웃더라고. 나 그걸로 10년 연기했던 사람인데…(웃음) 지금까지 내가 무서워하고 걱정하던 것이 사실 내 머릿속의 두려움이고 공포였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운빨로맨스’ 한설희는 두려움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10.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를 기점으로 이청아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다.
이청아: 그전까진 성숙한 여자의 모습보단 소녀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줬다. 지난해 방송된 E채널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갑자기 ‘뱀파이어 탐정’이 날 여자로 만들어줬다. 난 내가 과감한 연기를 즐길 줄 몰랐다.(웃음) 요나는 지금까지 한 역할 중에 제일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고, 굉장히 과격한 키스신도 있었다. 기존에 이청아가 해왔던 것들을 배반하는 신들이 많았는데, 그런 것들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어색하단 느낌 없이 마치 늘 이래왔던 것처럼 해온 느낌을 받았다. 내안에 있었던 요나란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걸 이제야 만났다는 걸 느꼈다. 굉장히 좋았다.

10. ‘운빨로맨스’를 볼 때도 어느새 이청아가 한설희고 한설희가 이청아 같은 느낌이었다. 역할에 스며들었다고 할까.
이청아: 배우 박효주 언니와 영화 ‘더 파이브’를 하면서 친해졌다. 이번에 SBS ‘원티드’에 출연 중인데 ‘운빨로맨스’를 보고 문자를 보내줬다. ‘언젠가 이런 역할 을 하게 됐으면 바랐는데 이번 설희가 딱 그런 옷인 것 같아서 반갑게 보고 있다’고. 언니가 굉장히 우아하고 지적인데, 언니와 대화하면 지적인 대화를 많이 한다. 그런 대화 속에서 나의 그런 모습을 봤던 것 같다.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그래도 처음부터 ‘운빨로맨스’의 한설희가 본인에게 100% 맞춤옷은 아니었을 텐데?
이청아: 원래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내가 상상한 한설희는 까무잡잡하고 늘씬하고, 진짜 좀 교포느낌이 물씬 나는 이미지였다. 내가 설희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제일 먼저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키를 바꿀 순 없으니까…(웃음) 여성스러운 건강미랑 상큼함과 발랄함으로 승부해보자고 결심했다.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젖은 머리를 탁 털고 나오는, 항상 아침 운동을 마치고 난 것 같은 느낌의 한설희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실제로도 극중 수영하는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을 위해 하루에 3시간만 비어도 헬스장 가고 그랬다. ‘운빨로맨스’가 내 인생에서 몸이 가장 예뻤던 시기다. 물론 그 신 이후 게을러졌다.(웃음)

10.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는 또 다른 캐릭터였다. ‘운빨로맨스’의 한설희와도 굉장히 간극이 큰 캐릭터였는데?
이청아: 요나는 20대의 몸으로 50년 넘게 산 뱀파이어 아닌가. 살면서 바쁠 일이 없으니까 평상시가 지루하고, 또 큰 사건이 없다보니 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지더라. 반면 설희는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으면서, 제스처도 굉장히 크고 빠릿빠릿한 아이인데 그 속도를 바꾸는 게 좀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설희를 연기하는데 요나의 속도가 나오는 거다. 감독님이 ‘좀 더 빠르게 해볼까?’란 얘기를 하셔서 그때 ‘얼른 요나를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이 요나를 보내주고, 설희에 어울리는 속도를 찾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

10. 설희가 너무 쉽게 제수호(류준열)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많았다.
이청아: 드라마 전체를 보는 건 감독과 작가고, 배우는 자기 캐릭터 안에서 행동의 타당성을 찾는다. 난 설희는 보늬(황정음)하고 경쟁하려는 마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직 설희와 수호, 두 사람만 존재한다고 봤다. 어린 나이에 수호를 만났고, 설희는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외로운 수호의 세상에 들어갔고, 어느덧 자신이 수호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훌쩍 떠나버렸다. 그리고 다시 10년 만에 만났는데 수호는 성장했고, 마음의 문은 전보다 더 굳게 닫혀있는 거였다. 설희는 그 부분에서 죄책감을 느끼고, 그 마음을 전처럼 열어보려고 했던 거다. 그때까지는 보늬가 안 보였을 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늬 때문에 진짜 행복하게 웃는 수호를 본 거지. 만약 그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설희는 보늬에게 싸움을 걸었을 거다. 그러나 보늬는 설희가 바라던 수호로 고쳐준 존재니까, 수호를 맡긴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사랑을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10. 한설희는 사랑을 많이 주는 캐릭터였다.
이청아: 설희는 나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캐릭터다. 늘 사랑받고, 또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나는 과거에 사랑을 주고 싶어도 상대가 내 사랑을 부담스러워 할까봐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설희는 상대가 부담스러워 해도 본인의 감정이 우선이다. 달님이와 친구가 되는 과정도, 처음에는 달님이가 싫다고 밀어내도 계속 친한 척한다. 강아지가 자꾸 따라와서 꼬리를 흔들면 결국에 쓰다듬어주지 않느냐. 본인이 사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설희의 매력이다.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청아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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