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MBC가 야심차게 꺼낸 로맨틱 코미디 ‘운빨로맨스’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일까.
‘운빨로맨스’ 1회는 기분 좋게 두 자리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하락세를 그렸고, 지난 7일 방송된 14회는 6.4%의 자체 최저시청률을 기록해 같은 시간대 꼴찌 굴욕을 맛봤다. ‘믿보황’ 황정음과 ‘대세’ 류준열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것에 비하면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운빨로맨스’ 기사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주인공들의 사랑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개발한 콘텐츠 파워지수(CPI)에서도 ‘운빨로맨스’는 여러 드라마들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매주 들었다. 이처럼 ‘운빨로맨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 마리 모두 놓친 것도 아닌 애매한 결과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 ‘응답하라’가 또… ‘응답의 저주’?
‘응답의 저주’란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응답하라’ 이후 선택한 차기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응답하라 1997’에 출연했던 서인국·정은지는 차기작으로 각각 MBC ‘아들 녀석들’과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차기작으로 선택했지만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유연석·정우·고아라 역시 ‘응답하라 1994’ 출연 이후 고심 끝에 차기작을 선택했지만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히로인이었던 혜리 역시 ‘딴따라’에서 지성과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가운데 ‘응팔’이 낳은 또 다른 스타 류준열이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캐스팅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류준열이 ‘응답의 저주’를 끊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극 초반 제수호(류준열)는 게임회사 CEO가 된 ‘응팔’의 김정환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만큼 ‘응팔’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류준열은 점차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버그’처럼 불쑥 그에게 다가온 사랑을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제수호를 완성했다. 앞서 많은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캐릭터와의 비교를 피하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다.
류준열이 ‘응답의 저주’를 완전히 끊었다고 하기엔 ‘운빨로맨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래도 류준열이 자신만의 색깔로 제수호를 표현한 것은 큰 수확이다. 이는 그동안 류준열이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다져온 결과다. ‘운빨로맨스’는 비록 ‘응답의 저주’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응팔’의 김정환이 아닌 배우 류준열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 ‘운빨’에 드리운 ‘그예’의 그림자
‘그녀는 예뻤다’는 지난해 황정음에게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선사했던 작품이다.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 김혜진을 연기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황정음이었기 때문에 ‘운빨로맨스’의 황정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예’의 그림자는 길었다. 대다수 시청자들이 ‘운빨로맨스’의 심보늬에게 ‘그예’의 김혜진을 떠올렸다.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다. 그나마 신선했던 미신을 맹신한다는 설정은 가면 갈수록 현실감을 떨어트리기만 했다. 악역이 없는 드라마에서 수호와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것도 보늬의 미신 사랑이었다.
동명의 웹툰 ‘운빨로맨스’는 굉장히 짧은 분량이다. 16부작 드라마로 만들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심보늬 캐릭터 하나만을 남겨두고 거의 모든 것을 바꿨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완벽한 로코 연기를 펼쳤던 황정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 있는 결정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심보늬와 제수호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지 못했다.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차별화된 지점이 없으니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황정음은 최선을 다했다. 다소 허무맹랑한 설정일 수 있는 미신맹신녀 심보늬를 황정음답게 표현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생캐릭터’는 아닐 수 있어도, ‘역시 황정음이다’고 인정할 수 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의 ‘하드캐리’가 있었기 때문에 ‘운빨로맨스’가 끝까지 갈 곳을 잃지 않고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운빨로맨스’ 1회는 기분 좋게 두 자리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은 하락세를 그렸고, 지난 7일 방송된 14회는 6.4%의 자체 최저시청률을 기록해 같은 시간대 꼴찌 굴욕을 맛봤다. ‘믿보황’ 황정음과 ‘대세’ 류준열의 출연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것에 비하면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운빨로맨스’ 기사들의 댓글을 살펴보면 주인공들의 사랑에 푹 빠진 시청자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J E&M과 닐슨코리아가 공동개발한 콘텐츠 파워지수(CPI)에서도 ‘운빨로맨스’는 여러 드라마들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매주 들었다. 이처럼 ‘운빨로맨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 마리 모두 놓친 것도 아닌 애매한 결과를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의 저주’란 tvN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응답하라’ 이후 선택한 차기작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응답하라 1997’에 출연했던 서인국·정은지는 차기작으로 각각 MBC ‘아들 녀석들’과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차기작으로 선택했지만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유연석·정우·고아라 역시 ‘응답하라 1994’ 출연 이후 고심 끝에 차기작을 선택했지만 기대했던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히로인이었던 혜리 역시 ‘딴따라’에서 지성과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 가운데 ‘응팔’이 낳은 또 다른 스타 류준열이 지상파 미니시리즈에 캐스팅 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류준열이 ‘응답의 저주’를 끊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극 초반 제수호(류준열)는 게임회사 CEO가 된 ‘응팔’의 김정환이란 지적을 받았다. 그만큼 ‘응팔’에서 보여준 캐릭터가 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류준열은 점차 ‘운빨로맨스’의 제수호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을 강조하지만, ‘버그’처럼 불쑥 그에게 다가온 사랑을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제수호를 완성했다. 앞서 많은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응답하라’ 시리즈의 캐릭터와의 비교를 피하지 못했던 것과는 다르다.
류준열이 ‘응답의 저주’를 완전히 끊었다고 하기엔 ‘운빨로맨스’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래도 류준열이 자신만의 색깔로 제수호를 표현한 것은 큰 수확이다. 이는 그동안 류준열이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다져온 결과다. ‘운빨로맨스’는 비록 ‘응답의 저주’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지만, 더 이상 ‘응팔’의 김정환이 아닌 배우 류준열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녀는 예뻤다’는 지난해 황정음에게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선사했던 작품이다. 황정음은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가슴 아픈 사연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 김혜진을 연기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황정음이었기 때문에 ‘운빨로맨스’의 황정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예’의 그림자는 길었다. 대다수 시청자들이 ‘운빨로맨스’의 심보늬에게 ‘그예’의 김혜진을 떠올렸다. 전작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다. 그나마 신선했던 미신을 맹신한다는 설정은 가면 갈수록 현실감을 떨어트리기만 했다. 악역이 없는 드라마에서 수호와의 로맨스를 가로막는 것도 보늬의 미신 사랑이었다.
동명의 웹툰 ‘운빨로맨스’는 굉장히 짧은 분량이다. 16부작 드라마로 만들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심보늬 캐릭터 하나만을 남겨두고 거의 모든 것을 바꿨다. ‘그녀는 예뻤다’에서 완벽한 로코 연기를 펼쳤던 황정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 있는 결정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심보늬와 제수호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지 못했다.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이야기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차별화된 지점이 없으니 ‘그녀는 예뻤다’를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도 황정음은 최선을 다했다. 다소 허무맹랑한 설정일 수 있는 미신맹신녀 심보늬를 황정음답게 표현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생캐릭터’는 아닐 수 있어도, ‘역시 황정음이다’고 인정할 수 있는 연기를 펼쳤다. 그의 ‘하드캐리’가 있었기 때문에 ‘운빨로맨스’가 끝까지 갈 곳을 잃지 않고 무사히 종영할 수 있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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