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듣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착한 노래가 있다. 여성 듀오 옥상달빛(김윤주, 박세진)은 이름처럼 아련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한다. 마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착한 노랫말들은 듣는 이들의 근심 걱정을 덜어준다. 옥상달빛은 1집 때부터 한결 같았다. ‘없는게 메리트’ ‘수고했어, 오늘도’ 등은 지금까지도 옥상달빛의 대표곡으로 회자되며 두 사람의 분위기를 더욱 단단히 잡아주고 있다.

데뷔 7년차 옥상달빛은 여전히 담백하고 맑은 음색으로 청춘을 노래하며 그들만의 색깔을 정립하고 있다. 최근 옥상달빛은 특유의 따뜻함이 묻어난 리메이크 앨범 ‘리:태그(Re:tag)’를 발매한데 이어 하상욱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을 발표하고 착한 음악 행보를 이어갔다. 자작곡이 아닌 이번 곡들은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듬어져 옥상달빛의 곡으로 완벽하게 재탄생됐다.

10. 하상욱과 컬래버레이션을 결심한 배경이 궁금하다.
김윤주: 사실 곡이 별로면 안 하려고 했다. (웃음) 회사에서도 하상욱 씨에게 다른 아티스트와 하는 건 어떠냐고 했다더라. 그런데 하상욱 씨가 처음부터 옥상달빛을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고 하길래 한 번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곡이 좋아서 결심했다.

10. 하상욱의 시 중 특별히 감명 깊었던 게 있는지.
박세진: ‘시밤’을 읽다가 공감이 가서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한 게 있긴 하다. 평소에도 SNS에 올라오는 것들 보면서 ‘좋아요’도 누르고 한다.

김윤주: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 가사도 참 좋았고, 개인적으로 ‘시밤’을 탄성을 내지르며 읽었다. 신기하게 공감이 많이 가더라.

10. 작곡가 하상욱은 몇 점인가.
김윤주: 이번 곡에 대한 점수는 높은 편이다. 100점이 아닌 이유는 저희가 부르기에는 가사가 너무 많았다. 옥상달빛의 곡은 간단한 내용이고 빈 공간이 많은 편인데 하상욱 씨는 작가라서 그런지 내용이 많더라. 그런 부분이 살짝 감점 요인이다.

박세진: 이번 곡은 대중적으로 정말 잘 만들었다. 그런데 음원차트 순위에 엄청 집착하더라. 나름 20위권 안에도 진입하고 괜찮은 편이었는데 아쉬워했다. 저희는 평소에도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서 좀 달랐다.

10. ‘리:태그’ 앨범도 그렇고, 하상욱과의 콜라보 역시 자작곡이 아닌 타인의 곡이다. 어떤 차이가 느껴지던가.
김윤주: 확실히 타인의 곡은 감정 표현이 어렵다. 가사에 담긴 게 내 감정이 아니고, 또 옥상달빛으로는 사랑 노래를 많이 안 하다 보니까 헷갈리는 게 많았다. 항상 내 감정대로 노래를 하다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노래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늘상 부르는 멜로디 라인과 가사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꼈다.

박세진: 하상욱 씨와의 작업은 굉장히 편안했다. 작품에는 깊이가 있지만 평소 이미지는 진지한 타입도 아니고,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레게 리듬에 내 목소리가 잘 맞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는데 녹음하고 들어보니까 밝고 예쁘게 나왔더라.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10. 자작한 곡과 타인의 곡 중 어떤 게 더 편했나.
김윤주: 아무래도 가창만 참여하는 게 작업상 가장 편하긴 한다. 재미와 만족도로 따지면 자작곡이 훨씬 크다. 또 곡을 하나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의미있다.

10. ‘리:태그’ 앨범의 경우, 수록곡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했나.
박세진: ‘리:태그’는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곡들을 엄선해 담은 앨범이다. 이전에 보여드렸던 곡 중에 좋았던 것들 위주로 선정했는데 원곡을 망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또 유명한 곡들인 만큼 우리 스타일이 꼭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결과적으로 욕하는 사람이 많이 없었던 걸 보면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웃음)

10. 서로 좋아하는 곡이 있을 텐데 선정 당시 다툼은 없었나.
김윤주: 그런 다툼은 없었다. 둘 다 100% 만족할 수 있는 곡들로 골랐고, 조금이라도 아쉬울 것 같은 곡들은 배제했다. 또 리메이크 곡으로 곡 수를 채우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서 만족스러운 4곡으로 결정했다.

10.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은 살짝 달달한 곡이다. 김윤주는 남편 권정열을 떠올렸나.
김윤주: 어떤 누구도 떠올리지 않았다.(웃음) 풋풋함이 느껴지는 노랫말 자체가 기분을 좋게 해주더라. ‘썸’을 타기도 전의 그 설렘이 상상되면서 기분이 좋아졌고 그 느낌을 담아 노래했다.

박세진: 이 노래 가사가 꼭 남녀이야기로 국한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평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곡인 것 같다.

10. 1년 가까이 자작곡 발표가 없었다. 준비 중인 게 있나.
박세진: 정규를 내기 전에 11월쯤 미니앨범 형식으로 발매 예정인 게 있다. 현재 작업은 계속 하는 중이다.

김윤주: 정규 3집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절대 급하게는 안 내려고 한다. 요즘 대부분 싱글을 내는 추세라 정규 앨범 자체엔 큰 의미가 없지만 뮤지션들에게 3집은 변화의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 옥상달빛의 느낌에 안주하기 보다는 장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신선한 느낌을 드리고 싶다. 일단 11월에 낼 앨범까지는 원래 느낌대로 작업될 것 같다.

박세진: 지금의 옥상달빛도 좋지만 살짝 변화를 주고 싶기는 하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걸 시도해보고 싶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일렉트로닉 음악에 푹 빠져있다.(웃음) 내가 어쿠스틱을 해서 그런지 전혀 다른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즐겨 듣게 되더라.

10. 7월에는 옥상달빛의 브랜드 공연 ‘정.고.갑(정말 고마워서 갑니다)’이 기다리고 있다.
김윤주: 얼마 전 ‘보니하니’ MC들과 돌려돌려 돌림판으로 10개 지역을 추첨했다.(웃음) 1차로 날짜가 정해진 지역은 천안, 서울, 김제, 광주, 강릉이다. 원래는 동선을 맞춰서 한 번에 이동했는데 3~4일을 계속 여행 다니는 느낌이다 보니까 노래하는데 지치더라. 그래서 이번엔 출장 식으로 바꿨다.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옥상달빛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10. ‘정.고.갑’이 일반적인 전국투어와 다른 점이 있나?
김윤주: 우선 흔히 가지 않는 지역의 소규모 카페에서 공연이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테이블을 옮기고 무대를 꾸미는 것부터 전부 저희가 직접 한다. 모든 걸 스태프들과 함께 진행하고 끝나면 다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드린다. 다니는 곳마다 소리가 다르다보니 소리를 잡는 과정에서부터 색다른 재미가 있다. 몇 번 다니다보면 호흡이 맞아가는 게 느껴지는데 그런 게 참 의미있는 것 같다.

10. 이번 공연의 기대 포인트는 뭔가.
김윤주: 이번에 처음으로 드레스코드를 정했다. 예전에 등산 콘셉트를 잡아서 등산복을 입고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10군데 지역마다 각각 빨, 주, 노, 초, 파, 남, 보, 흰, 회, 검을 주제로 정했다. 저희 역시 각 색깔에 맞는 단체복을 준비하려고 한다. 또 드레스 코드를 맞춰주신 베스트 드레서에게는 엄청난 선물이 준비돼 있다.

박세진: 여러 의미로 엄청난 선물이다. 엄청나게 별로일 수도 있고, 예상 밖의 좋은 선물이라 엄청날 수도 있다.(웃음)

10. ‘정.고.갑’과 정규 3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김윤주: 공연을 다니다보면 저희 역시 위로를 받기도 하고 간혹 관객들 중에서 우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가까운 공감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고 공연은 늘 해왔던 것처럼 재밌게 준비했다. 다음 앨범은 조금 더 차분한 느낌으로 나올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저희 노래는 밝다고 하시지만 좋은 발라드 곡도 많았다고 자부한다. 그런 곡들의 느낌으로 몇 개가 나올 예정이다.

박세진: 옥상달빛에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고 기대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다. 첫 앨범을 낸 지 7년째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꾸준히 (저희 노래를 통해) 힐링을 받는다면서 좋은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드린다. ‘힐링’이라는 말이 지겨운 적도 있었는데 달리 생각하면 노래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준다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더라. 앞으로도 ‘힐링’이 주목적은 아니겠지만 저희도 뭔가 해소하면서 위로받고, 듣는 분들도 (저희와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겠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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