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ET 포스터
영화 ET 포스터
‘곡성’은 뜨거웠다. 아직도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다. 영화에 대한 해석과 평들이 인터넷에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일개 작가의 소견이 기자나 평론가들의 고견을 압도할만한 그 무엇이 있을 리 있겠는가. 오늘도 그저 마주할 뿐이다.

문득 생각나는 얼굴처럼, 막연하게 문득 나홍진 감독의 신작을 기다렸다. 개봉일 극장에서 ‘곡성’을 마주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문득 문득 사로잡혔다. 강렬한 장면부터 극히 일상적인 장면까지 뜬금없이 툭툭. 주인공 종구에게 꿈과 현실이 껌처럼 척척 들러붙었던 것처럼. 결국 사흘 후 또 극장으로 달려갔다. 영화적 재미가 진진한 작품임을 다시금 확인할 따름이었다.

문득, ‘이티(E.T.)’가 생각이 났다. 열 살 드디어 십대로 진입한 소녀가 극장에서 본 첫 영화. 생애 처음 가본 극장은 생애 처음 가본 놀이동산만큼이나 신세계였다. 고개를 몇 번 돌려야 채워질 것 같은 어마어마한 화면과 귓속까지 쿵쿵 파고드는 사운드 그리고 상상 속에서만 만났던 외계인이 실재했다. 그리고 ‘이티’로 인해 평범한 동네 소녀에서 비범한 지구 소녀가 된 열 살의 나는 은하계를 날고 있었다. 꿈꾸는 문득 문득 설?다.

최고의 영화들은 관객을 삼키며 그렇게 문득 일상을 사로잡는다.

[시나리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해변으로 가다’,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포함한 다수의 동화책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감동주는 이야기 쓰기 비법’ 강의를 맡고 있다.]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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