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줄요약
박태수(전광렬)는 오장현(명나라 태감)을 암살하는 데 성공하지만, 윤원형(정준호)의 계략으로 살해당한다. 윤원형은 문정왕후(김미숙)의 의심을 피하고자 옥녀(진세연)에게 태수 죽음의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한편 윤태원(고수)은 오장연 암살에 옥녀가 개입된 사실을 알게 된다. 태원은 오장현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명나라와의 상단 교역을 뚫고자 한다.
리뷰
박태수가 죽었다. 배우 전광렬은 박태수로 죽는 그 순간까지 사극 연기의 대가다운 클래스를 보여줬다. 전광렬이 연기한 리얼하면서도 허무한 박태수의 죽음, 그 쓸쓸한 죽음에 시청자도 옥녀와 함께 슬퍼했다.
체탐인은 나라를 위해 일하는 첩보원이다. 윤원형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워주는 자가 아니다. 그런데 강선호(임호)와 다른 체탐인은 첩보원이 아니라 원형의 시다바리 같다. 윤원형이 왕후의 동생인 데다 성격은 포악하고 비열하니, 체탐인들이 그의 눈치를 보고 명령을 따르는 게 충분히 이해는 된다. 윤원형의 무소불위 권력 앞에 체탐인들이 박태수를 죽인 것으로 모자라 함께 한 동료 옥녀에게까지 죄를 뒤집어씌운 현실은 참으로 씁쓸하고 안타깝다.
체탐인의 스승 태수는 죽고 제자 옥녀는 누명을 썼다. 스승과 제자는 모두 억울하고 기구한 인생을 살면서도, 중대한 비밀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태수는 윤원형 때문에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20년을 지하 감방에서 보냈는데, 박태수·문정왕후 사이에는 과거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는 듯하다. 옥녀 역시 스승처럼 전옥서에서 상단, 체탐인 생활을 오가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도, 출생과 관련된 비밀이 있다.
그렇지만 스승과 달리 옥녀 곁엔 윤태원이 있다. 옥녀와 윤태원이 서로 칼을 겨누고 싸우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지만, 옥녀는 윤태원을 죽이지 않고자 노력했고, 윤태원은 오장현 암살에 옥녀가 개입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발설하지 않았다. 태원은 칼에 벤 옥녀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모래 바람 부는 상단 길에서 머플러를 건네주는 ‘멋짐’을 보여줬다. 옥녀를 향한 태원의 세심한 배려는 현재 태원·옥녀와의 관계가 꼬였지만 언젠가 그들이 정인(情人)이 될 것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역시 이병훈 표 사극다웠다. 옥녀·박태수를 둘러싼 조선시대 첩보원 이야기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문정왕후와 윤원형·정난정(박주미)이 꾸미는 궁중 음모, 윤태원·옥녀의 심쿵한 로맨스, 지천득(정은표)·전우치(이세창)·양동구(이봉원) 감초 연기가 함께 해 이병훈 감독 드라마 특유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병훈 표 연출력, 조선시대 첩보원과 전옥서란 색다른 소재 그리고 전광렬·진세연·고수 배우들의 개성과 케미. 이미 흥행 드라마가 될 3박자 요소가 갖춰져 있으니, 앞으로 이야기가 기대된다.
수다포인트
– 옥중화와 대박으로 투잡 뛰던 전광렬, 옥중화 극 중 죽음으로 드라마 하나는 일단 정리
– 전광렬이 죽는 건 안 보여줬어. 사극 연기 지존 전광렬이 이리 빨리 죽는 게 의심스러워.
– 전광렬, 나중에 대박에서 이인좌의 난으로 죽고 나면 옥중화에 다시 살아 돌아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이윤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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