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윤준필 기자, 한혜리 기자]시청자들을 1988년 쌍문동의 추억으로 젖어들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88’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쌍문동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사랑과 우정, 추억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이웃으로 남은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사람들. 그들은 떠났지만, 아직 우리는 그들은 보내지 못했다.
#세상 앞에선 화약통을, 사랑 앞에선 눈물을, 성보라(류혜영)
지하방 삼형제 중 맏딸. 이것이 보라가 짊어진 짐이었다. 여동생, 남동생 모두 공부엔 소질이 없어 보이니 부모님의 기대는 보라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머리가 좋은 탓에 부모님이 원하시는 ‘서울대 수학과’에 떡하니 붙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라의 길은 아니었다. 맏딸로서 부모님의 짐을 덜기위해 장학금을 탈 수 있던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막상 대학은 자신이 꿈꾸던 사회와는 달랐다. 사회는 책과 달리 비뚤어져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집에서 동생들이 화를 돋우는 것보다 더 화가 났다. 세상은 보라에게 담배를 물렸고, 보라는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화약통을 들었다.
화약통을 들고 보니 짜증나는 반지하방은 오히려 포근한 둥지였고, 보라가 짐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은 오히려 따뜻한 울타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다보니 아빠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진짜 가족을 지키는 사람, 아빠. 맏딸이라는 책임감과 아빠의 책임감은 몹시 닮아있었다. 그러나 달랐다. 보라는 화약통을 던졌지만, 아빠는 화약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라는 아빠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소중한 걸 지키는 건 참 중요하구나.’ 그제야 보라는 다짐한다.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자고. 보라는 지키기 위해 검사가 됐다.
그렇게 부모님을 위해 한 길만 걷자고 다짐했는데 자꾸 보라를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이 생겼다. 바로 동생 덕선의 친구 선우. ‘쌍문동 5인방’이라는 바보 같은 애들 중 그나마 예의도 바르고 착한 선우. 그래서 잘해줬더니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온다. 말도 안 된다고 밀어냈지만, 사랑은 사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새 선우를 향한 마음은 가족들을 향한 마음만큼이나 크게 자라났다. #영원한 막내, 성노을(최성원)
사나운 두 누나 사이에서 기도 못 펴는 가여운 소년. 30대를 방불케 하는 또래보다 ‘급’ 늙어 버린 ‘노안’과 머리카락 군데군데에서 발견되는 새치는 그간 노을이 살아온 힘겨운 삶을 대변하는 궤적이 아닐까. 보통의 집이라면 금이야 옥이야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할 막내아들이지만, 집에서는 누나들의 눈치를 보느라 ‘질풍노도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는 티를 낼 수도 없다. 오히려 ‘오냐오냐’ 예쁨 받기는커녕, 누나들 싸움에 “다녀왔습니다”가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로 바뀌어 다시 집을 나올 지경. 그러나 심성이 고운 노을이는 늘 해맑게 웃는다.
순둥이 노을이에게도 반전 매력이 있었으니 ‘전국노래자랑’으로 발견된 빛나는 그의 노래 실력. ‘치타 여사’ 라미란, ‘쌍문동 마이클 잭슨’ 동룡 등 쌍문동 대표 끼쟁이들을 모두 제치고 예심을 통과한 노을은 그 때부터 노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 1994년으로 시간이 흐른 쌍문동에서 노을은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탄탄한 근육질 자랑까지, 나홀로 시간을 거슬러 간듯한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노안이 자라서 더 노안이 됐다는 더욱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지만, 노을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서 영원한 막내다. #공부 잘 하는 놈은 사랑도 잘 한다, 성선우(고경표)
쌍문동 골목 엄마들의 ‘워너비’. 쌍문고등학교의 전교회장이었으며, 연세대 의대로 진학만큼 똑똑하다. 선우는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엄마에게 시시콜콜 얘기를 하고, 처음 면도를 하다 다친 상처도 혹시 엄마가 걱정할까봐 가리고, 엄마가 만들어준 맛없는 반찬도 다 챙겨먹은 뒤에 “맛있다”고 착한 거짓말을 하는 효자 중의 효자. 엄마가 걱정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제일 신경 쓰이는 선우. 처음엔 엄마가 ‘택이네 아빠’ 최무성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라 힘든 엄마의 마음을 무성이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후 점차 무성에게 마음을 연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첫 눈 오는 날 고백해”라는 덕선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짝사랑한지 2년 만에 보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짝사랑을 고백한 선우는 이후 사랑의 폭주기관차로 변신했다. 보라가 계속해서 거절해도, 선우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믿고 ‘돌직구’ 고백으로 계속해서 보라의 마음을 흔들었다. “선을 넘지 말고 이대로 지냈으면 한다”는 보라의 말에 “이대로 지내는 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그 중 백미.
결국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보라가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잠시 헤어졌었지만, ‘1%의 가능성’을 믿었던 보라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둘은 다시 만나게 됐다. 다시 보라를 잡은 선우에게 ‘동성동본’은 작은 허들에 불과했다. 보라의 마음을 얻었을 때처럼 선우는 ‘정면 돌파’로 엄마의 마음을 돌렸고,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주는 사라지지 않아, 보라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스토커’라고 저장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될 놈은 된다, 김정봉(안재홍)
하나에만 무섭게 집중한다는 ‘오타쿠’에서 유래한 ‘덕후’란 말이 생기기 이전, 태초에 ‘김정봉’이 있었다. 딱지, 과자 봉지 속 ‘한 번 더’, 대학가요제 LP판, 우표, 큐브, 그를 흥분시키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만 그 열정은 공부만큼은 예외였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덕질’만 했다. 정봉에게 공부 이외의 세상은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해오던 ‘덕질’이 집안을 일으킬 줄이야.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러나 정봉은 숨이 넘어갈 만큼의 희열을 참아야했다. 심장이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 정봉은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어린 나이부터 큰 병을 앓았기 때문이었을까. 정봉은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봉에겐 헛된 희망인 대학입학보다 치토스의 ‘한봉지 더’가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정봉은 점점 ‘덕질’에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정봉이 비단 ‘덕질’에만 열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정봉은 그야말로 쌍문동에서 제일가는 로맨티스트였다. “지금 뛰는 심장이 병 때문인지, 그녀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라는 확인 키스부터 거품 키스까지. 정봉은 ‘덕질’의 시초일 뿐만 아니라, 사랑을 가꿀 줄 아는 ‘사랑꾼’의 시초였다. #쌍문동의 마스코트, 진주(김설)
선우네 늦둥이 막내딸. TV 앞에서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 ‘영구와 땡칠이’를 보면서 “영구 없다”를 따라하는 진주를 보면 자동적으로 흐뭇한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짓게 된다. 반듯하게 앞머리를 자른 바가지 머리에 똘망똘망한 눈빛이 사랑스러운 진주는 쌍문동 골목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타는 없다”는 보라의 잔혹한 ‘동심파괴’에 진주가 충격을 받자, 동네 어른들이 진주를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이 ‘귀요미’가 쌍문동 골목에서 받는 사랑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친한 친구는 ‘봉황당’ 아저씨 최무성.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아저씨와 함께 종이인형도 가지고 놀고, ‘요술공주 밍키’도 같이 보면서 친해졌다. 처음에는 덩치 큰 곰 같은 아저씨의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지만. 국민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선우에게 “잠만 자러 집에 오는 거야?”라며 쏘아 붙이고, 택에게 “심소영이랑 사귀기만 해봐”라고 잔소리를 하는 ‘똑순이’가 됐다. 귀염둥이 진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봉황당’ 식구들이 쌍문동을 떠나면서 더 이상 진주를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진주가 20살이 되는 2002년에게 ‘응답하라’라고 외칠 기회가 생긴다면, 혹시 그때 진주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방송 화면
지하방 삼형제 중 맏딸. 이것이 보라가 짊어진 짐이었다. 여동생, 남동생 모두 공부엔 소질이 없어 보이니 부모님의 기대는 보라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머리가 좋은 탓에 부모님이 원하시는 ‘서울대 수학과’에 떡하니 붙을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보라의 길은 아니었다. 맏딸로서 부모님의 짐을 덜기위해 장학금을 탈 수 있던 수학과에 진학했지만 막상 대학은 자신이 꿈꾸던 사회와는 달랐다. 사회는 책과 달리 비뚤어져 있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집에서 동생들이 화를 돋우는 것보다 더 화가 났다. 세상은 보라에게 담배를 물렸고, 보라는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화약통을 들었다.
화약통을 들고 보니 짜증나는 반지하방은 오히려 포근한 둥지였고, 보라가 짐이라고 생각했던 가족은 오히려 따뜻한 울타리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러다보니 아빠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진짜 가족을 지키는 사람, 아빠. 맏딸이라는 책임감과 아빠의 책임감은 몹시 닮아있었다. 그러나 달랐다. 보라는 화약통을 던졌지만, 아빠는 화약으로부터 우리를 지키고 있었다. 보라는 아빠를 보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소중한 걸 지키는 건 참 중요하구나.’ 그제야 보라는 다짐한다. 세상의 소중한 것들을 지키자고. 보라는 지키기 위해 검사가 됐다.
그렇게 부모님을 위해 한 길만 걷자고 다짐했는데 자꾸 보라를 신경 쓰이게 하는 사람이 생겼다. 바로 동생 덕선의 친구 선우. ‘쌍문동 5인방’이라는 바보 같은 애들 중 그나마 예의도 바르고 착한 선우. 그래서 잘해줬더니 좋아한다고 고백을 해온다. 말도 안 된다고 밀어냈지만, 사랑은 사람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새 선우를 향한 마음은 가족들을 향한 마음만큼이나 크게 자라났다. #영원한 막내, 성노을(최성원)
사나운 두 누나 사이에서 기도 못 펴는 가여운 소년. 30대를 방불케 하는 또래보다 ‘급’ 늙어 버린 ‘노안’과 머리카락 군데군데에서 발견되는 새치는 그간 노을이 살아온 힘겨운 삶을 대변하는 궤적이 아닐까. 보통의 집이라면 금이야 옥이야 귀한 대접을 받아야 마땅할 막내아들이지만, 집에서는 누나들의 눈치를 보느라 ‘질풍노도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는 티를 낼 수도 없다. 오히려 ‘오냐오냐’ 예쁨 받기는커녕, 누나들 싸움에 “다녀왔습니다”가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로 바뀌어 다시 집을 나올 지경. 그러나 심성이 고운 노을이는 늘 해맑게 웃는다.
순둥이 노을이에게도 반전 매력이 있었으니 ‘전국노래자랑’으로 발견된 빛나는 그의 노래 실력. ‘치타 여사’ 라미란, ‘쌍문동 마이클 잭슨’ 동룡 등 쌍문동 대표 끼쟁이들을 모두 제치고 예심을 통과한 노을은 그 때부터 노래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된다. 1994년으로 시간이 흐른 쌍문동에서 노을은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탄탄한 근육질 자랑까지, 나홀로 시간을 거슬러 간듯한 반전 매력을 과시했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는 노안이 자라서 더 노안이 됐다는 더욱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지만, 노을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 마음 속에서 영원한 막내다. #공부 잘 하는 놈은 사랑도 잘 한다, 성선우(고경표)
쌍문동 골목 엄마들의 ‘워너비’. 쌍문고등학교의 전교회장이었으며, 연세대 의대로 진학만큼 똑똑하다. 선우는 집에 돌아오면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엄마에게 시시콜콜 얘기를 하고, 처음 면도를 하다 다친 상처도 혹시 엄마가 걱정할까봐 가리고, 엄마가 만들어준 맛없는 반찬도 다 챙겨먹은 뒤에 “맛있다”고 착한 거짓말을 하는 효자 중의 효자. 엄마가 걱정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제일 신경 쓰이는 선우. 처음엔 엄마가 ‘택이네 아빠’ 최무성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영 내키지 않았지만, 혼자라 힘든 엄마의 마음을 무성이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이후 점차 무성에게 마음을 연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첫 눈 오는 날 고백해”라는 덕선의 말에 용기를 얻어 짝사랑한지 2년 만에 보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짝사랑을 고백한 선우는 이후 사랑의 폭주기관차로 변신했다. 보라가 계속해서 거절해도, 선우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을 믿고 ‘돌직구’ 고백으로 계속해서 보라의 마음을 흔들었다. “선을 넘지 말고 이대로 지냈으면 한다”는 보라의 말에 “이대로 지내는 건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건 그 중 백미.
결국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보라가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잠시 헤어졌었지만, ‘1%의 가능성’을 믿었던 보라의 마음이 통해서였을까. 둘은 다시 만나게 됐다. 다시 보라를 잡은 선우에게 ‘동성동본’은 작은 허들에 불과했다. 보라의 마음을 얻었을 때처럼 선우는 ‘정면 돌파’로 엄마의 마음을 돌렸고,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을 하고나서도 ‘사람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주는 사라지지 않아, 보라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스토커’라고 저장했다는 것은 비밀이다. #될 놈은 된다, 김정봉(안재홍)
하나에만 무섭게 집중한다는 ‘오타쿠’에서 유래한 ‘덕후’란 말이 생기기 이전, 태초에 ‘김정봉’이 있었다. 딱지, 과자 봉지 속 ‘한 번 더’, 대학가요제 LP판, 우표, 큐브, 그를 흥분시키는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만 그 열정은 공부만큼은 예외였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덕질’만 했다. 정봉에게 공부 이외의 세상은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해오던 ‘덕질’이 집안을 일으킬 줄이야.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러나 정봉은 숨이 넘어갈 만큼의 희열을 참아야했다. 심장이 큰일 날 수도 있으니까. 정봉은 심장병을 앓고 있었다. 어린 나이부터 큰 병을 앓았기 때문이었을까. 정봉은 미래를 꿈꾸기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충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봉에겐 헛된 희망인 대학입학보다 치토스의 ‘한봉지 더’가 소중했을지도 모른다. 정봉은 점점 ‘덕질’에 열정을 쏟았다. 그러나 정봉이 비단 ‘덕질’에만 열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정봉은 그야말로 쌍문동에서 제일가는 로맨티스트였다. “지금 뛰는 심장이 병 때문인지, 그녀 때문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라는 확인 키스부터 거품 키스까지. 정봉은 ‘덕질’의 시초일 뿐만 아니라, 사랑을 가꿀 줄 아는 ‘사랑꾼’의 시초였다. #쌍문동의 마스코트, 진주(김설)
선우네 늦둥이 막내딸. TV 앞에서 만화 주제가를 부르고, ‘영구와 땡칠이’를 보면서 “영구 없다”를 따라하는 진주를 보면 자동적으로 흐뭇한 ‘엄마미소’, ‘아빠미소’를 짓게 된다. 반듯하게 앞머리를 자른 바가지 머리에 똘망똘망한 눈빛이 사랑스러운 진주는 쌍문동 골목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타는 없다”는 보라의 잔혹한 ‘동심파괴’에 진주가 충격을 받자, 동네 어른들이 진주를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 이 ‘귀요미’가 쌍문동 골목에서 받는 사랑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친한 친구는 ‘봉황당’ 아저씨 최무성. 엄마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 아저씨와 함께 종이인형도 가지고 놀고, ‘요술공주 밍키’도 같이 보면서 친해졌다. 처음에는 덩치 큰 곰 같은 아저씨의 모습에 울음을 터트렸지만. 국민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선우에게 “잠만 자러 집에 오는 거야?”라며 쏘아 붙이고, 택에게 “심소영이랑 사귀기만 해봐”라고 잔소리를 하는 ‘똑순이’가 됐다. 귀염둥이 진주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봉황당’ 식구들이 쌍문동을 떠나면서 더 이상 진주를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작은 기대를 걸어본다. 진주가 20살이 되는 2002년에게 ‘응답하라’라고 외칠 기회가 생긴다면, 혹시 그때 진주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장진리 기자 mari@ 윤준필 기자 yoon@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tvN ‘응답하라 1988′ 방송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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