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유연석
유연석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tvN ‘응답하라 1994’ 이전 유연석에 대한 느낌은 아주 무게감 있는 조연이었다. 그는 MBC ‘구가의 서’, 영화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등등 유연석은 항상 주연 못지않게 시선을 끌게 만드는 배우였다. 그런 그에 대한 생각을 더 넓히게 만든 건 역시 칠봉이었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칠봉이를 통해 유연석은 그가 가진 매력을 알렸다. 성나정(고아라)만을 바라보는 순정남의 매력, 가족과의 소통 부재로 느끼는 외로운 남자의 분위기, 그리고 천재 야구 선수로서 드러낸 탄탄한 몸까지 칠봉이는 비주얼부터 연기력까지 모두 완벽했다. ‘응사’라는 인기 드라마의 영향력과 칠봉이 캐릭터 매력을 떠나 ‘응사’는 유연석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매력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응사’ 이후 유연석은 종횡무진했다. 칠봉이 캐릭터가 준 판타지에 머무르지 않고 처음 브라운관, 스크린을 오고갔던 조연 때처럼 다양한 역할을 시도했다. ‘상의원’, ‘제보자들’, ‘은밀한 유혹’ 등 어떤 하나의 영화도 같은 이미지를 지닌 캐릭터가 없다. ‘맨도롱 또?’, ‘그날의 분위기’ 같은 로맨틱코미디 장르라도 유연석은 다른 설렘을 준다.

유연석의 시도는 단순히 캐릭터 변화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15년엔 뮤지컬에 도전하기도 했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전혀 다른 경로에 들어선다는 것은 웬만한 결단이 아니고서야 쉽게 도전할 수 없다. 유연석은 자신의 어릴 적 꿈과 도전을 위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장기 공연을 소화하며 뮤지컬 배우로서 성공적인 발돋움을 했다.

여기에 다부지고 넓은 그의 어깨만큼 변하지 않는 단단한 멘탈도 유연석의 출구 없는 매력이다. ‘꽃보다 청춘 라오스편’과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온 뒤 펴낸 에세이 ‘유연석의 드림’을 통해 그의 내면의 깃든 선함까지 알게 되니 유연석에 더 사로잡히게 됐다.
유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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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연기에 대한, 작품 선택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쉽게도 칠봉이 이후 유연석을 그것을 능가하는 결과물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있을 텐데도 유연석은 그만의 생각을 지키고 있었다. 유연석은 최근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응사’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사실 많이 달라졌다”며 “하지만 나를 평가하는 것은 내 주변의 시선이기도 하고, 나는 2003년부터 계속 작품을 해오면서 잘된 작품도 있고, 안된 작품도 있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다”며 “유독 ‘응사’가 많은 사랑을 받다보니까 관심이 쏠리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고, 운이 안 따를 때도 있다”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연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전보다 더 인기가 많아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이미지를 더 잘 전달하는 해야 하는 배우로서 역할이었다. 유연석은 “작품을 했을 때 마음먹은 것들을 이뤘느냐. 새롭게 보여드려야 했던 이미지나 캐릭터의 모습을 잘 전달했느냐 그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그날의 분위기’의 경우, 초기 시나리오는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멜로였다. 유연석은 초기 대본을 두고 “새빨갛다”고 표현했다. 능글한 로코남 유연석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격정멜로를 소화하는 유연석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뻔했다. 그만큼 유연석은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고 도전하는 듯 보였다.

달라진 건, 칠봉이 이후 유연석을 보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유연석은 칠봉이도 전에도 후에도 배우 유연석이었을 뿐이다. 다만, 유연석이란 이름이 가진 무게가 높아졌을 뿐이다. 유연석은 “(주연으로서 극 중 비중이 많아져) 부담은 많아졌는데, 캐릭터 접근에 대한 방식은 크게 다르진 않고, 오히려 너무 끌고 가려고 하는 주연들만 할 게 아니라 조연들이라든지 작품의 분량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연석은 변화는 있으되 변함없는 배우가 돼가고 있다. 유연석이란 배우에 대한 신뢰는 더 깊어졌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방송 캡처, 킹콩 엔터테인먼트, ‘그날의 분위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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