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_마이_비너스 (3)
오_마이_비너스 (3)
KBS2 ‘오 마이 비너스’ 11회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김영호(소지섭)가 존킴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의료법인 가홍의 센터장인 임우식(정겨운)은 영호가 존킴이라는 증거를 확보해 최이사(김정태)에게 건넨다. 취재진을 따돌리려 영호는 강주은(신민아)의 집으로 피신하고 둘은 한집 살이를 시작한다. 영호의 외할머니이자 가홍 창업주인 이홍임(반효정)은, 61주년 창립행사를 예정대로 진행시킨다. 영호의 이사장으로서의 공식적인 첫 등장이다.

리뷰
영호는 멀쩡한 집을 두고도 집에 못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너무 많은 취재진이 집 앞에 장사진을 치고 그가 존킴인지를 확인하려 드는 상황이다. 어차피 밝혀질 일이긴 하지만, 타이밍 참 절묘하다. 이런 기막힌 ‘스케줄’은 대체 누가 짠 것일까. 사방에 적들뿐이다. 경영권 3세 승계라는 사안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어쩌면 이 승계 과정 자체가 ‘페어게임’은 아닐 테니, 법무팀까지 새로 꾸려 ‘적법’한 절차를 밟으려는 시도 또한 무리수인지도 모르겠다.

존킴이 김영호라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김영호가 새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때문에 문제일 것이다. 소문은 잔뜩 부풀려질 테고, 대응을 해도 안 해도 그는 이미 엄청난 결격사유라도 있는 사람처럼 코너에 몰리고 있는 중이다. 사방에서 압박이 심하다. 자칫하면 영호는 그 자신이 장난삼아 달고 사는 말처럼 “백수”가 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영호 자신은 별 상관없는데, 할머니나 아버지가 걱정하시니 그게 맘에 걸린다.

그런 지치고 피로한 마음에서였을까. 원룸으로 이사 나간 강주은의 집 앞으로 가고 말았다. 언론에 또 다른 스캔들의 명분을 줄까 우려하는 민실장(최진호)이나 가홍 어른들과 달리 영호는 태평하다. 주은을 보니 마음이 편해진다. 다 명분일 뿐 그저 그녀가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주은의 집에서, 말하자면 그의 ‘지구 밖’에서 며칠만이라도 쉬고 싶기도 하다. 방도 하나 거실도 하나라고 난감해하는 주은과 달리, 그는 이 좁은 집이 좋다. 가운데 인형을 놓고 둘이 누우면 꽉 차는 방이 오히려 아늑해서 편안하다. 그의 말마따나 “지구 밖, 예상 밖, 쪽박”인 여기가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쉴 곳이다.

강주은은 걱정할 ‘코치님’들에게 ‘영호 형님’의 소식을 알려준다. 영호가 주은의 집에 있다는 것을 안 장준성(성훈)은 안심하면서 “형님, 저한테 아버지 같은 분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영호는 정작 아버지 김성철(최일화) 회장과 마주 앉으면 할 말이 없다. 부자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 벽을 보며 할 말만 한다. 영호는 거의 듣기만 한다. 이제는 대개 업무와 관련된 지시사항들이다. 어쩌다 이렇게 막막해졌을까. 영호는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를 모른다. 그가 편하게 농담을 걸고 장난을 치는 사람은 강주은뿐인 걸까. 아무에게도 투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던 아버지의 진심은 그 과묵함 속에 가려져 알 길이 없다.

주은은 잠시 피신 온 영호의 “바깥사람”이 되기로 한다. 남들 눈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영호를 혼자 두고 출근하는 건 맘에 걸리지만, 이참에 아침 키스도 받는다. “집 잘 보고 있어요. 돈 많이 벌어올게요.”라며 너스레를 떠니 영호가 “지각하겠다. 다녀오세요”란 애교로 답한다. 천하의 존킴-김영호를 길들이는 강주은의 저력. ‘지구 밖’ 생활도 이만하면 달달하고 편안하고 야하군.

수다 포인트
– 존킴 사태에 대한 김영호 새 이사장의 대응. “그냥 있는 그대로 가죠.”
– 수진과 주은, 어긋난 왕년 단짝의 현재. “질문은 서면으로 제출하시면 좋겠는데. 확 구겨서 버려버리게.”
– 샤워가운 입은 존킴을 보고 주은이 침을 꼴깍 삼킵니다. 시청자도 딱 그 마음.
– 주저앉은 그에게 비너스가 말합니다. “나, 봐요. 믿으면 할 수 있어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KBS2 ‘오 마이 비너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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