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다카시마 공양탑
다카시마 공양탑
“(전략) 네티즌 대부분이 공양탑을 방문하고 싶다는 내용이라 길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습니다.. (중략) .. 공양탑 가는 길이 이번에 잘 정비가 됐지만 다카시마 선착장에 도착하여 공양탑 입구를 찾는 것도 쉽지가 않은지라 네티즌들이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작하여 유튜브에 함께 공개했습니다. (후략)” –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페이스북, 2015년 10월 20일

‘무한도전’ 방송 그 후 그리고 공양탑 가는 길 재정비 그 후, 다카시마 공양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재정비된 길을 따라 직접 다카시마를 방문했다.

지난 9월 방송된 MBC ‘무한도전-배달의 무도’에서 소개된 하시마 섬과 다카시마 공양탑 편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우리의 역사 속 슬픈 한 장면이 알려졌고, 국민들은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홀로 방치된 공양탑을 위해 네티즌들이 삼삼오오 나서 공양탑 길 재정비를 위한 모금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난 10월 공양탑 가는 길이 재정비되며 뜻 깊은 성과가 이어졌다. ‘무한도전’ 하시마섬 특집은 제18회 국제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도 수상하면서 그 가치가 증명되기도 했다. 다카시마를 방문해야 할 이유는 더 많아졌다.

다카시마 공양탑을 방문한 날은 지난 12월 11일. 전날 미리 후쿠오카에 도착해 여정을 정비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다카시마를 가는 날도 비가 오면 어쩌지 걱정했다. 다행히 다카시마행 당일 나가사키는 맑았다. 배가 뜨지 않을까 걱정은 사그라 들었다. 드디어 오른 다카시마행 배. 승선하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그마저도 대부분 관광지로 알려진 중간 경유지 이오지마에서 하차했다. 직원도 다가와 “다카시마?”라고 다시 물을 정도로 다카시마로 찾아가는 이는 적었다. 현지인 조차 잘 찾지 않는 곳에 공양탑이 깊숙이 있었다.

다카시마에 내리자마자 다카시마항 건물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일제시대의 만행을 지우고, 메이지 일본의 산업으로만 교묘히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따낸 일본의 꼼수가 담겼다. 그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묻힌 곳이 있는 걸 모르겠지? 더욱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다카시마는 매우 조용한 섬이었다. 사는 사람도, 길을 다니는 사람도 발견하기 어려운 섬이었다. 도리어 적막이 무서운 느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카시마항 앞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타고 올라가는 동안 바라본 풍경은 야속하리만치 아름답기도 했다. 이 섬 한 가운데엔 우리의 눈물이 있었다.

다카시마 풍경
다카시마 풍경
이런 길을 지나고 지나야 공양탑이 있었다.
이런 길을 지나고 지나야 공양탑이 있었다.
‘긴쇼우지(금송사)’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더 깊은 적막이 감돌았다. 파란 하늘만 펼쳐질 뿐, 아무도 없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피하는데, 이 고양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배를 보여주며 애교를 피웠다. 배고파서 그런가 하고 살펴보는데 우리를 쳐다보면서 슬슬 걸어간다. 우리가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듯 앞장서서 계단을 내려가기까지 했다. 마치 조상님이 반겨주는 듯한 느낌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공양탑은 무덤가를 지나고 또 지나야 있었다. 다카시마 가는 길을 안내한 영상을 보고 또 보고, ‘정말 계속 들어가야 되는 것이 맞나?’ 의심할 정도로 구석에 있었다. 길이 헷갈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건 나뭇가지나 수도꼭지에 예쁘게 묶인 노란리본이었다. 노란리본이 공양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줬다.

재정비된 길의 입구를 발견하니 절로 반가움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방송으로 봤던 길의 입구를 눈 앞에서 확인했다. 서경덕 교수와 네티즌들의 힘으로 재정비된 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반가우면서도 슬픈 마음이 들었다. 외면 받은 역사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듯 했다. 아쉽게도 전날 많이 온 비 때문에 산길이 질퍽질퍽했다. 경사진 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레 발을 디뎠다.

다카시마 공양탑
다카시마 공양탑
그 길의 끝에, 공양탑이 있었다. 해도 들지 않는 곳이었다. 우리가 지나온 그 많은 무덤가가 파란 하늘 아래 펼쳐졌다면, 공양탑은 외딴 곳에 홀로 덩그러니 있었다. 공양탑에는 고이 접힌 태극기와 다 말라버린 꽃이 놓여 있었다. 절로 숙연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준비해간 소주를 고이 놓고, 묵념을 했다. 비록 작은 발걸음이지만, 계속 걷겠다고 다짐하면서.

정말 신기하게도, 다카시마에서 나와 나가사키항에 도착한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조상님이 우릴 반겨주신 것이라며 더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비가 왔었다면, 찾아가기 힘들었을 정도로 공양탑의 위치와 상황은 열악했다. 재정비가 됐지만, 아직도 더 다듬어져야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서경덕 교수는 “일본을 자주 가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정도는 관리할 예정이다”며 “우리 땅이 아닌 나가사키 땅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돌을 깐다든지 정비는 못하지만, 최대한 정비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더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찾는다면 어떨까.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무한도전’ 그 후, 다카시마②] 공양탑 방문을 위한 아주 친절한 안내서

[‘무한도전’ 그 후, 다카시마③]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을 아시나요?

글, 사진. 박수정 기자 sove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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