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주리 기자]
'전설' 핑크 플로이드의 로저 워터스, '더 월' 앵콜 상영회 열린다
핑크 플로이드의 전 리더이자 베이시스트인 로저 워터스가 <로저 워터스 더 월>을 통해 그의 장대한 음악적 여정을 이 영화를 통해 들려준다. 솔로 가수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글로벌 투어 ‘더 월’을 바탕으로 한 <로저 워터스 더 월>은 세계적인 콘서트를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있는 획기적인 컨셉의 콘서트 영화로, OST는 그 생생한 사운드를 담고 있다.

지난 9월 단 1회 전세계 동시 개봉되었던 <로저 워터스 더 월>은 세계의 음악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도 11월 말 메가박스를 통해 특별 상영회를 펼쳐 각종 관계자들의 극찬을 받았고, 성원에 힘입어 12월에 앵콜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다. 팬들에게는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앨범중 하나였던 핑크플로이드의 전설을 큰 스크린과 압도적인 사운드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OST는 그 감동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로저 워터스 더 월 (Roger Waters The Wall)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걸작 [The Wall](1979)이 발표되던 시기는 전작 [Animals](1977)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밴드 멤버들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만 가던 때였다. 밴드 내부의 갈등은, 자신의 데뷔작이 핑크 플로이드의 철저한 완벽주의에 대한 반발심을 내포한 작품이라는 멤버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의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어떤 의미로 해석하든 당시의 상황은 ‘밴드의 해산’을 앞둔 하나의 전조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의 중심에 로저 워터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The Wall]의 작업 역시 하나에서 열까지 거의 모두 로저에 의해 주도되었다. 앨범에 관한 모든 아이디어는 로저의 것이었고 대다수 곡들의 기본적인 틀 또한 리처드와 데이비드가 자신들의 솔로 앨범 작업에 몰두하는 동안 로저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나마 3곡의 작곡에 참여하고 여러 곡들에서 보컬을 들려주는 데이비드 길모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거의 세션 연주자와 다름없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드의 이런 내부 사정과는 관계없이 앨범은 평론가들과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고 상업적으로도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 이래 최고의 판매고를 올리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된다. 특히 싱글 커트 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어쨌든 다른 멤버들 특히 리처드 라이트의 의향과는 거리가 먼, 로저 워터스의 독선과 아집, 천재적 재능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앨범 [The Wall]은 분명 핑크 플로이드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동시에 10년 전 피트 타운셴드(Pete Townshend)와 후(Who)가 완성한 [Tommy](1969)에 이은 기념비적인 록 오페라 앨범이다. [The Wall]은 개인의 강박감과 비판적인 시각을 범(汎)사회, 범세계적인 주제로 확장시켜 풀어나간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는 이 앨범이 대중적인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예컨대 “우리 모두가 전쟁에서 아버지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한때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닉 메이슨의 말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말이다.

현실과 비현실, 꿈과 환상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서사적인 구조의 각 에피소드와 메시지는 전형적인 록 오페라/록 뮤지컬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그러한 앨범의 내용과 밴드가 무대 위에서 행한 연극적 시도들은 앨런 파커(Alan Parker)가 영상으로 옮긴 1982년 작 영화 ‘핑크 플로이드의 벽’에 충실하게 재현된다. 사실 이 영화의 탄생은 로저의 머릿속에서 [The Wall]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던 때부터 예정되어 있던 총체적인 과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앨범이 지니는 상징성과 그 파급력은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지만 그건 단지 앨범의 힘만은 아니었다. 1980년대 초반 세계의 대중문화계를 강타한 이 ‘월 신드롬’에는 앨범과 영화 외에 록 사상 전무후무한 대규모 콘서트가 포함된다.

2010년 9월, 로저 워터스는 ‘The Wall Live’로 명명한 새로운 ‘월 투어’를 시작했다. 핑크 플로이드의 마지막 ‘월 투어’ 콘서트로부터 29년, 그리고 1990년 여름 베를린 장벽 앞에서 행했던 ‘The Wall - Live In Berlin’으로부터 20년만의 공연이었다. 1999년부터 시작된 3년간의 ‘In The Flesh’ 투어와 2006년부터 2년간 가졌던 ‘The Dark Side Of The Moon Live’ 이후 다시 한 번 전 세계 핑크 플로이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 투어를 앞두고 일흔을 바라보고 있던 로저는 자신의 ‘마지막 투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난 예전처럼 젊지 않다. 난 비비 킹(B.B. King)이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와 다르다. 나는 위대한 보컬리스트나 연주자도 아니지만 여전히 내면에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번이 아마 내 ‘백조의 노래’가 될 듯하다.” (하지만 최근의 인터뷰에서 그는 큰 규모의 공연을 “할 수 있다면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10년 9월 15일 토론토의 에어 캐나다 센터(Air Canada Centre) 공연을 시작으로 2013년 9월 21일 파리의 프랑스 스타디움(Stade De France)에서 막을 내리기까지, 이 ‘대단한’ 투어는 3년간 219회의 공연으로 총 4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4억 5,867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했다. 그리하여 유투(U2)의 ‘360° Tour’(2009-2011)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A Bigger Bang Tour’(2005-2007)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수입을 올린 투어로 자리했으며, 동시에 솔로 아티스트로서 거둔 최고의 기록이 되었다.

이 멋진 ‘지상 최대의 쇼’를 채우는 화려하고 다양한 장치와 소품들은 정교하게 재현된 ‘핑크 플로이드 사운드’와 더불어 강렬한 흥분과 쾌감을 전하는 볼거리를 이루었다. 예컨대 무대 위로 솟아오르는 폭죽이라든지 교사와 엄마, 아내의 거대한 풍선 인형, 비행기, ‘Goodbye Cruel World’의 연주가 끝나며 놓이는 마지막 벽돌로 완성되는 거대한 벽, 그 위에 다채롭게 투사되는 숱한 상징과 영상, 제랄드 스카프의 애니메이션, 아름다운 색채와 그래픽, 현란한 조명, 로저의 파시스트 독재자 연기, 그리고 ‘재판’에 의해 무너져내리는 벽 등은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는 [The Wall]의 강렬한 음악과 함께 사운드-이미지의 완벽한 일체를 이루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한 순간도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드라마틱한 전율로 가득한 이 공연을 담은, 동명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의 형태로 선보인 작품이 바로 이 라이브 앨범이다.

김주리 기자 yuffie5@
사진. 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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