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영화 ‘검은 사제들’이 이유진 대표에게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검은 사제들’은 제작사 영화사집의 10주년 작품인 동시에 10번째 영화. 즉 영화사집의 지난 10년을 갈무리 하는 작품이자, 다음 10년을 향해 가는 길목에 선 중요한 다리인 셈이다. 우려는 있었다. 10주년작으로 내걸기엔 여러 위험요소를 ‘검은 사제들’이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오컬트라는 장르, ‘악령에 씐 소녀를 구하는 사제’라는 낯선 소재. 하지만 뚜껑을 연 영화엔 날선 비판보다, 신선하다는 호평이 더 크게 손을 흔들었다. 흥행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의 새로운 장르적 시도가 의미 있게 평가 받고 있는 점일 게다.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던, 많은 이들이 모험이라고 말했던 이 프로젝트의 시작에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가 있다.Q. 축하한다. 450만(11월 23일 기준) 관객을 돌파했다.
이유진 대표: 비수기에 이런 일이….(웃음)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Q. ‘검은 사제들’은 영화사집의 10주년 작품인 동시에 10번째 작품이다. 여러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에 두 가지 마음이 있었을 것 같다. 보다 큰 시도를 해 보고 싶었거나, 반대로 조금은 안전한 선택으로 10주년을 즐기고 싶었거나.
이유진: 10주년에 어떤 작품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영화라는 게 계획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되는대로 하는 편인데 마침 ‘검은 사제들’을 하는 타이밍에 10주년이 됐다.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잘 하자, 잘 해야지!’ 했는데, 하…(한숨). 쉽지 않더라. 만들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니었어!’ 자책하고 그랬다.(웃음)
Q. 신선한 소재다. 영화가 나온 후 ‘한국영화 장르의 보폭을 넓혔다’는 평가도 많다. 이런 반응, 예상했나.
이유진: 처음엔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떤 작품이든 안주한 적은 없다. 결과적으로 잘 된 영화들도, 처음부터 성공을 점쳤던 프로젝트는 아니었으니. 그런데 ‘검은 사제들’은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특히나 리스키(risky) 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신선하고 새롭다는 건, 리스키하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도 하니까. 가장 걱정됐던 건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였다. 호불호가 있는 장르인데 괜찮을까 싶었다. 신부님, 가톨릭, 오컬트, 악마, 뱀파이어, 천사… 이런 것들이 한국영화에 그리 익숙한 소재는 아니지 않나.
Q. 잘 안 붙지.
이유진: 맞다. 아무리 녹이려 해도 잘 안 붙는다. 우리에게 익숙한 건 소복 입은 여자, 귀신 이런 것들이니까. 그래서 장재현 감독과 시나리오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게,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였다. 정서가 너무 분리되어 보이는 순간 영화에 대한 몰입이 깨질 테니까. 감독 역시 한국적 정서로 녹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Q 의외성이 있는 영화였다. 포스터-예고편만 접했을 땐, 영화가 이렇게 오컬트적일 줄 몰랐거든.
이유진: 그랬을 수 있다. 마케팅 과정에서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정보 노출에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었거든.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그 안에서만 오픈하자는 게 있었다. 숨기고 싶었던 게 있었던 거다. 오컬트적인 게 먼저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두 사제의 희생이 있고, 그 안에 구마가 있다’로 먼저 받아들여지길 바랐다. 오컬트 장르는 비주류라는 편견으로 인해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도 전에 평가받는 걸 막고 싶었다. 그래서 포스터도 굉장히 정적으로 뽑았다.
Q 흥미를 유발하는 쪽보다, 소재를 눌러주는 쪽으로 홍보를 한 셈이네.
이유진: 맞다. 그러다보니, 홍보에 쓸 소스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는 후반 구마의식에 있는데 그 부분의 정보 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홍보했으니.
Q 사실 영화를 보자마자 ‘다소 허술해 보였던 예고편은 전략이었나. 예고편을 보기 좋게 배반하는 영화다’라는 생각을 했었다.(웃음) 듣고 보니, 좋은 의미에서 전략적이긴 했던 것 같다.
이유진: 하하.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고민 고민의 연속이었던 영화다. 아마 예고편을 보고 ‘저건 뭐지?’ 애매하다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을 거다.
Q. ‘검은 사제들’의 흥행 이유를 분석한 기사들이 많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이 가장 주효했다고 보나.
이유진: 일단 김윤석 강동원 두 배우의 공이 컸다고 본다. 이 작품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하나는 아트하우스 영화처럼 적은 예산으로 내실을 다져가며 만드는 방법. 또 하나는 조금 더 상업영화 틀에 맞춰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해서 가는 방법이었다. 감독에게도 질문을 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감독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후자였다. ‘자본 안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방법으로 해보자. 모 아니면 도지만 한번 해 보자!’했다. 그랬을 때 관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해 준 것은 결국 배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한 것 역시 배우의 힘이고.
그리고 관객들이 비슷한 장르에 대한 피로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랬을 때 타이밍적으로 ‘검은 사제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다. 호불호가 굉장히 나뉘는 장르일 것으로 봤는데 김윤석-강동원에 대한 호감이 있고, (박)소담 씨도 연기를 너무 잘 하니까 거부감 보다는 ‘호’쪽으로 더 기울어진 것 같다. Q. 박소담의 연기는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
이유진: 너무 잘해줬다. 오디션을 통해 만났다. 소담이 들어오는 순간 ‘아, 쟤구나’ 싶었다. 얘기를 해보니 멘탈도 좋고 태도도 좋았다. ‘과연 머리를 자르려고 할까?’ 했는데 거부감이 없더라. 촬영하면서 강동원 씨가 걱정을 많이 했다. “소담이, 시집 못할 것 같다”고.(웃음)
Q.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을 보며 스타파워를 생각했다. 스타파워가 이전보다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아직 스타파워는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임을 절감했다. ‘검은 사제들’은 스타의 힘이 적절한 소재를 만나 최대의 효율을 낸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매 작품마다 캐스팅을 해야 하는 제작자 입장에서 스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유진: 스타가 흥행을 보장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타가 지니고 있는 어떤 ‘포텐’이 영화 속 캐릭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그 힘은 굉장해 진다. ‘검은 사제들’처럼 관객들이 의아해 할 수 있는 장르일 경우 ‘봐도 돼, 안심해도 돼, 그리고 호기심 가져도 돼’ 라는 역할을 해 주는 게 스타다. 장르가 확대되는 모험을 할 때 선두주자의 역할을 해 주는 것 또한 스타이지 않나 싶다. 스타는 신인감독이 상업영화 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강동원에게 고마움이 있다. 새로운 장르를 두려움 없이 선택하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 배우도 드물고. 최근에야 많은 언론들이 그의 도전에 대해 많이 다뤄주고 있던데, 사실 원래부터 그랬다. 일찍부터 그래왔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배우다.
Q. 강동원의 ‘검은 사제들’ 선택에는 영화사집에 대한 믿음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안다. 강동원과는 ‘그놈 목소리’ ‘전우치’ ‘초능력자’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다섯 번째다. 영화사집의 작품 중 절반을 함께 한 셈인데, ‘검은 사제들’ 캐스팅을 일찍이 염두에 뒀었나.
이유진: 작품을 하다보면 시나리오가 나오는 타이밍이 있지 않나. ‘검은 사제들’ 시나리오가 나온 시점이 ‘두근두근 내 인생’ 무대인사 때였다. 무대인사 이동할 때 버스에서 강동원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강동원 씨가 “우리나라는 호러영화가 잘 안 되니까 언제 한 번 호러를 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 “네가 호러를 한단 말이야?” 했는데, 누가 저쪽에서 “대표님 준비하시는 거 있잖아요” 하면서 ‘검은 사제들’ 이야기를 꺼냈다. ‘검은 사제들’을 호러라고만 하기엔 그렇지만, “캐스팅이 고민인데 한 번 읽어 볼테냐” 반신반의하며 넘겼다. 동원 씨가 시나리오를 읽어보더니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다. 특히 본인이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검은 사제들’의 원작)를 미장센단편영화제 때 접한 상황이라 더 호의적이었다.
Q. 그나저나 강동원의 인기가 요즘, 과장 보태서 하늘을 뚫을 기세다.
이유진: 그러니까. 이게 웬일이야. 하하하.
Q. 대중이 보는 강동원과 제작자 이유진이 보는 강동원은 다를 것 같다.
이유진: 이번 ‘뉴스룸’에 출연하면서 그의 본 모습이 조금이나마 알려진 것 같다. 이전의 대중이 생각하는 강동원은 ‘잘 생겼다! 미남이다! 차가울 것 같다!’ 이런 쪽이었던 것 같다. 말 수 적은 조각미남의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내가 늘 해온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 하면 몰매 맞으려나…클래식한 미남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눈도 약간 짝눈이고.(웃음)
이유진: 하하하. 그러니까, 무서워~(일동웃음) 나는 그가 눈?코?입 반듯한 미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래서 더 매력이 있는 거다. 단순한 조각미남이 아니니까. 얼굴 뿐 아니라 몸 쓰는 것도 굉장히 유연한 배우다. 또 알고 보면 굉장히 순박하고 수더분하다. 식성도 그렇다. 현장에서 햄버거 주면 싫어한다니까.(웃음) 무엇보다 영화 전체를 생각하는 배우다.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게 없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각 잡고 있거나 꾸미거나 하지도 않고. 그런 강동원의 본모습을 이번 ‘뉴스룸’을 통해 전 국민이 알게 된 것 같다.
Q. 영화사집의 행보도 배우들에겐 고맙지 않을까 싶다. 10년간 10편. 1년에 한 편씩 한 셈인데, 장르가 맞물린 적이 없다. ‘전우치’ ‘초능력자’ ‘검은 사제들’처럼 도전적인 장르도 많았고. 승부사 기질이 있는 건가.
이유진: 하하하. 승부사… 어려운 질문이다. 성향 상 새로운 걸 좋아한다. ‘남들이 다 하는 걸, 나도 꼭 해야 하나’라는 것도 있고.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한다든가, 새로운 이야기를 익숙한 방식으로 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어쨌든 영화라는 게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나. 또 많은 사람들이 걸려 있으니, 결정할 때 ‘정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인가, 이게 이 시점에서 만들어도 될 만한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깊게 하게 된다.
Q 지난 작품들을 통해 의외의 캐스팅도 많이 보여줬다. 가령 ‘그놈 목소리’에서 설경구는 범인이 아닌 앵커로 출연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임수정-류승룡이라는 의외의 캐스팅이 빛을 발한 경우다. 정우성 역시 ‘감시자들’의 악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강동원의 경우야 여러 번 변신을 보여줬고.
이유진: 개인적으로 배우의 다른 면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성공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다시 이용하는 건 재미가 없다. 그런데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해보면 그런 하소연을 한다. “악역을 한 번 하고 나면 쭉 악역만 들어온다”고. 배우들도 피로감이 있는 거다. 그래서 캐스팅 회의를 할 때 “(배우들도) 다른 걸 해 보고 싶지 않겠어?”라고 제시하는 편이다. 또 그게 작품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때, 제작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Q. 10편의 작품 중, 손실을 본 영화가 없다. 10전 10승!
이유진: 어쩌다 보니….(웃음)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다.(이유진 대표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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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이유진 대표, ★을 발굴하는 진짜★②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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