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인디뮤지션은 배고프다. 이제는 공식처럼 여겨지는 명제다. 거대 자본과 매스 미디어에 기대지 않으니, 어쩌면 배고픔은 예정된 수순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붕가붕가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바이닐(LP)에서 그 답을 찾았다.
고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음악유통의 오래된 미래로’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회사의 모토인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한 그간의 여정을 소개하며, 바이닐에서 발견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에서의 음원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하다.(참고로 고 대표는 ‘똥값’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묶음 다운로드 혹은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배적이고, 그러다보니 음원 가격은 곡당 60원 선에서 결정된다. 해외 가격의 8~15% 수준. 음원 수익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다. 방송 출연 혹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처음 고 대표가 시도했던 방식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내수공업을 떠올리면 된다. 앨범 제작 비용을 최소화해서 수익을 내는 것.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앨범 한 장당 500원 꼴의 이윤. 또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고 대표는 ‘덕후(마니아)’들을 주목했다. 본디 인디 음악 시장은 다수의 대중이 아닌 소수의 마니아들을 상대하는 곳. 고 대표는 “20%의 열성적인 팬들이 80%의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소수정예 덕후들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리적인 상품, 즉 바이닐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이닐이 가지는 가치다. 과거 음원 전달의 기능을 하던 바이닐이 이제는 MD의 개념으로 판매되는 것. 고 대표는 “미국의 경우,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이 자주 찾는 의류 매장에 바이닐이 전면 진열돼 있다”면서 “바이닐의 실물이 압도적으로 예쁘다. CD나 테이프가 줄 수 없는, 크기에서 오는 힘이 있다. 영미권에서도 젊은 뮤지션들이 바이닐을 판매하고 있고, 젊은 팬들이 이를 소비한다”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바이닐을 제작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 때문에 바이닐 제작을 주로 영국이나 체코에 맡기는데, 이 경우 단가 상승은 물론 해외 배송비까지 더해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 일본의 경우 1만 5,000원 선에서 바이닐이 거래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3~4만 원대를 호가한다.
그러나 고 대표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닐의 판매가 이뤄지는 ‘서울 레코드페어’에서 많은 수의 음반들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 팬들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돈 없고 ‘빽’ 없어도, ‘딴따라질’은 계속돼야 한다. 인디 뮤지션이 자생해야 음악의 다양성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바이닐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레코드페어 사무국
고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음악유통의 오래된 미래로’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회사의 모토인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위한 그간의 여정을 소개하며, 바이닐에서 발견한 가능성을 설명했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에서의 음원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하다.(참고로 고 대표는 ‘똥값’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묶음 다운로드 혹은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배적이고, 그러다보니 음원 가격은 곡당 60원 선에서 결정된다. 해외 가격의 8~15% 수준. 음원 수익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다. 방송 출연 혹은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인디 뮤지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처음 고 대표가 시도했던 방식은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Low Risk Low Return)’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가내수공업을 떠올리면 된다. 앨범 제작 비용을 최소화해서 수익을 내는 것.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앨범 한 장당 500원 꼴의 이윤. 또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고 대표는 ‘덕후(마니아)’들을 주목했다. 본디 인디 음악 시장은 다수의 대중이 아닌 소수의 마니아들을 상대하는 곳. 고 대표는 “20%의 열성적인 팬들이 80%의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소수정예 덕후들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리적인 상품, 즉 바이닐을 제안했다.
흥미로운 것은 바이닐이 가지는 가치다. 과거 음원 전달의 기능을 하던 바이닐이 이제는 MD의 개념으로 판매되는 것. 고 대표는 “미국의 경우, 유행에 민감한 청년들이 자주 찾는 의류 매장에 바이닐이 전면 진열돼 있다”면서 “바이닐의 실물이 압도적으로 예쁘다. CD나 테이프가 줄 수 없는, 크기에서 오는 힘이 있다. 영미권에서도 젊은 뮤지션들이 바이닐을 판매하고 있고, 젊은 팬들이 이를 소비한다”며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바이닐을 제작할 수 있는 엔지니어가 남아있지 않은 상태. 때문에 바이닐 제작을 주로 영국이나 체코에 맡기는데, 이 경우 단가 상승은 물론 해외 배송비까지 더해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다. 일본의 경우 1만 5,000원 선에서 바이닐이 거래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3~4만 원대를 호가한다.
그러나 고 대표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닐의 판매가 이뤄지는 ‘서울 레코드페어’에서 많은 수의 음반들이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것. 팬들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돈 없고 ‘빽’ 없어도, ‘딴따라질’은 계속돼야 한다. 인디 뮤지션이 자생해야 음악의 다양성도 유지되기 때문이다. 바이닐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서울레코드페어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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