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남친(남자친구)’느낌 물씬 나는 셋이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을 연기중인 류준열,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휼 역을 맡은 윤균상, 싱어송라이터 최낙타다.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세 사람이지만, ‘워너비 남친’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그 매력은 수렴된다.

# 류준열, ‘응팔’에서 일 낼 줄 알았어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역으로 매력을 뽐내고 있는 류준열
tvN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역으로 매력을 뽐내고 있는 류준열
류준열은, 워낙 연기를 잘한다.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BJ 양게역을 맡았을 땐, 실제 BJ처럼 보였을 정도였다. 속사포 말투에 튀는 스타일링, 톡톡 튀는 분위기는 양게 그 자체였다. tvN ‘응답하라 1998(이하 응팔)’에서는 정환이다. 불만 가득한 얼굴에, 매사 무뚝뚝한 열여덟 고등학생. ‘꽃소년’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매력적이다. 덕선(혜리)과 있을 땐 특히 더. 덕선과 좁은 골목길에 숨어들었을 때, 서로 밀착해 어찌할 바를 모르던 정환을 표현한 류준열은 본능과 설렘이 뒤엉킨 듯한 표정과 제스처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그의 프로필을 확인해 보지 않은 이라면(류준열은 1986년생으로, 실제 나이는 서른), 류준열을 설익은 감정을 품은 정환과 비슷한 나이로 착각했을 지도. 덕선을 놀리고는 뒤돌아 서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던 모습엔 “아우 귀여워!”를 외치게 하고, 붐비는 버스 안에서 덕선을 지켜주기 위해 그녀 뒤에 자리를 잡고는 승객들의 무게를 견뎌내던 행동엔 “아우 남자네!”란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한다. 탁월한 배우다.

# 윤균상, 보기만 해도 힘이 불끈불끈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휼 역으로 천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윤균상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무휼 역으로 천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윤균상
SBS ‘육룡이 나르샤’를 보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순간이 있다. 윤균상이 연기하는 무휼이 등장하는 때다. 역사적인 사실은 일단 제외하고, 캐릭터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극에서 비치는 무휼은, 너무도 순수하다. 분이(신세경)의 “무사님” 한마디에 눈이 하트로 변하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고, 이방원(유아인)을 구해내면서 그로부터 “정2품 북두호위무사가 되었다”는 거짓 얘기를 듣지만 그것마저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남자다. 가난한 집의 가장이기에 그의 소원은 가족들이 그저 배불리 먹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 뿐. 계산적이지 않은 이 순진한 청년이 훗날 조선 제일 검이 된다는 사실은 현재의 모습으로선 쉬이 상상하기 힘들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게 될 ‘무사’ 무휼을 윤균상은 소년다움에 방점을 찍어 드러내면서 무휼의 과거 시절을 천진한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했다. 이는 무사로서의 무휼의 성장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바탕이 되어 줄 것이다.

# 최낙타, ‘나빠나빠’ 네 목소리 안 나빠

‘고막남친’이란 별명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고막남친’이란 별명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최낙타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최낙타, 이름부터 꽤 낯설다. 그의 별명은 ‘고막남친’이란다. 그가 만든 노래를 들어보면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읊조리듯 무심한 톤으로 노래 부르는 목소리는 아침에 들어도 점심에 들어도 밤에 들어도, 아늑하다. 왠지 모를 안온감이 전해져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이 정도면 ‘남친’은 아니어도 ‘고막남친’ 정도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진다. 특히, “선배님 어디 가세요. 시간 되시면 술 한 잔 해요”라는 일상의 언어가 노래에 녹아 들어가 있는, 후배와 자신은 아무 사이 아니라고 말하는 노래 ‘나빠나빠’는, ‘나빠나빠’라는 가사가 반복되면서 연인의 입장이 되기도, 주인공 자신의 자책이 되어주기도 해 노래를 듣는 재미를 더한다.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그녀 맘을 내게 주세요’라는 가사가 담긴 ‘야쿠르트 아줌마’는 또 어떤가.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복잡한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 순간에도, 평온해질 수 있다. 그러니 꼭 한 번 음원사이트에서 최낙타를 검색해 보길. (추신: 외모도 훈훈하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드라마, 유튜브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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