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조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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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었다. 그 많던 호랑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호랑이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부터. 조선인들이 영물로 여기는, 호랑이를 잡는 것이 곧 조선을 제압하는 것이라 믿었던 조선총독부는 호랑이들을 닥치는 대로 살육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호랑이 사냥에 경찰과 헌병을 동원한 것은 물론 조선인들까지 회유했다. 실제로 일본의 회유에 넘어간 조선인이 있었고, 그 와중에도 산에 대한 예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는 영화 ‘대호’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일 것이다.

# 사나이픽처스+박훈정+최민식=‘신세계’ 팀들이 뭉쳤다.

‘대호’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그 마지막 호랑이를 잡는 조선의 마지막 명포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대호’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제작보고회가 10일 오전 CGV압구정에서 박훈정 감독과 최민식, 정만식, 김상호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호’는 박훈정 감독이 무명이던 2009년에 집필한 이야기다. ‘부당거래’ ‘신세계’ 보다 먼저 세상에 나온 작품인 셈이다. 일찍이 영화사에 팔려간 시나리오는 돌고 돌고 돌아 다시 박훈정 감독의 품에 안겼다. 결국 ‘대호’는 박훈정 감독 자신이 연출까지 해야 할 운명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대호’ 탄생에 큰 힘이 된 것은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와 배우 최민식이다. 이들의 호흡은 이미 ‘신세계’를 통해 증명된 바, ‘대호’에 쏟아지고 있는 지금의 관심은 그들의 과거 이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 ‘인간의 업’을 다룬 강력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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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으로 분한 최민식은 이날 “‘대호’라는 영화가 역사적 배경이나 베이스로 깔려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암울했던 시기라는 것을 차치해두더라도 인간의 업에 대한 소재가 굉장히 끌렸다”며 “생명을 죽어야만 먹고 사는 포수라는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평생을 생목숨을 끊고 살아온 사람의 결말 그런 것들이 서글프면서도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 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어떤 종교적인 그런 철학적 메시지에 사실 매료됐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이 이 영화에 어떤 천만덕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일제의 착취, 억압들도 느낄 수 있지만 그걸 뛰어넘어서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어떤 그런 철학적 가치 그런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같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 CG 호랑이, 한국 영화 도약 이끈다

조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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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제작비 170억 원의 ‘대호’는 제목 그대로 호랑이를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몸무게 400kg, 길이 3m 80cm라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대호가 스크린 속에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일찍이 영화계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 최민식 역시 “‘대호’ 대본을 처음 보면서 ‘이 작품은 CG여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기술적인 문제에 직면하지 않겠냐고 생각했다”고 전할 정도.

하지만 최민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드라마였다. 최민식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대호다. 아마 많은 관객들이 호랑이 CG를 기대하고 올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CG인 것이 느껴지지 않게 할 정도로 천만덕의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만덕의 가치관, 세계관, 생을 살아가는 태도 등에 더욱 집중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최민식은 “‘대호’를 통해 한국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한 단계 더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강렬한 드라마, 인간 휴먼드라마가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면, 혹시 모를 기술적 결함마저도 끌어안고 갈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훈정 감독 역시 “시나리오를 쓸 당시 ‘대호’가 과연 영화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고 CG에 대한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훈정 감독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가늠이 안 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대안의 촬영이 필요했고, 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대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대호’ 팀들의 팀웍

조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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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는 아직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호랑이가 100% 완성되지 않은 상황. 그러니까 제작사도 배급사도 감독도 배우 그 누구도 완벽한 ‘대호’의 완성본은 본 이는 없다. 하지만 이날 예고편을 통해 살짝 공개된 호랑이의 모습은 기대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예고편과 영상이 공개된 후 이례적으로 큰 박수가 터져나와 현장을 달궜다.

특히 이날 ‘대호’ 팀들은 특유의 팀웍으로 뜨거웠던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감지하게 했다. 최민식은 화장실에서 넘어져 허리가 삐끗,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천만덕이라는 이름이 ‘천만’ 관객 ‘덕’을 보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MC 박경림의 질문에 최민식은 “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고 답을 준비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하기도. ‘대호’는 12월 16일 관객을 만난다.

정시우 siwoorain@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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