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교육청의 활약은 드라마 초반에도 있었다. 강연두가 리얼킹 폐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이 SNS에서 화제가 되자 교육청 주무관이 찾아와 강연두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발칙하게 고고’에서 접한 어른들의 세계는 교육청마저도 뇌물에 굴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빛고의 암적인 세력보다 더 높은 곳, ‘공권력’이 아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희망의 한 줄기가 됐다. 제보를 받고 출동해 진지하게 물어보는 주무관의 존재감은 드라마 초반 빛이 났다. 비록 이후 세빛고의 스펙 몰아주기 비리를 폭로하는 방송이 윗선에서 제재 당하는 등 갑의 횡포가 드러났지만, 정의로운 어른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됐다. 부패하지 않은 공권력의 중요성이 여실히 느껴진다.
#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 양태범 양태범은 ‘발칙하게 고고’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강연두가 아이들의 세계에서 행복을 만드는 역할이라면, 양태범은 어른의 입장에서 희망을 전한다. 계약직 교사, 그것도 사립고 계약직 교사의 위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대표. 자신의 앞날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양태범은 자신이 아닌 정의를 택한다. 입만 산 인터넷 지식인은 많지만, 진짜 행동하는 양심적 지식인은 적은 현실에서 양태범은 행동을 택한다. 아이들이 씌운 성희롱 누명에 억울하고, 수아의 비양심적 행동을 발견할 때에도 화가 날 텐데도 양태범은 분노보다 포용을 택한다.
양태범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살아가기에 답답한 인간이다. 그러나 이 답답한 용기가 희망을 준다. 강연두는 양태범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라고 말하며 ‘고발 60분’ PD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희망이 된다.
# ‘전교 1등’ 김열의 판타지 세빛고는 서울대론 부족하다 싶은지 아이비리그를 꿈꾼다. 청소시간에 몰래 공부해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데 상위 1% 학생들이 치어리딩에 쏟는 MT나 연습 시간만으로도 비현실에 가깝다. 비현실을 넘은 진짜 판타지는 김열의 존재다. 타고난 천재, 잘생긴 외모, 큰 키, 정의로운 성격까지 모든 걸 다 갖췄다. 강연두에게 있어 김열의 서포트만큼 든든한 힘은 없다.
7회 방송에서 연두가 김열이 시험지 문제 유출 누명으로 봉사활동을 할 때 찾아가 “난 네가 그 좋은 머리 써서 ‘범인은 바로 너야’하며 학교 나올 줄 알았다. 세빛고에서는 명탐정 코난보다 더 대단한 게 김열이다”고 말한다. 이에 김열은 “그거야 전교 1등 프리미엄이 통할 때나 이야기고, 그 아성이 무너진 지금 아무도 내 말 안 믿을 걸”라고 답한다. ‘1등’이란 것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1등’이 김열이기에 가지는 속 깊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모든 1등이 김열이었으면 어땠을까. 김열이 주는 판타지가 ‘발칙하게 고고’의 매력을 더한다.
⇒ [발칙한 본방사수] ① 다시 쓰는 ‘발칙하게 고고’ 인물관계도
⇒ [발칙한 본방사수] ③ ‘발칙하게 고고’ 매력 담은 명장면 4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KBS2 ‘발칙하게 고고’ 캡처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의 매력 중 하나는 풍자다. ‘발칙하게 고고’는 고등학교 내 두 동아리의 통폐합이라는 해프닝을 통해 위선과 부조리로 가득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만을 강조하는 학교 안의 풍경을 그린 드라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드라마 곳곳에 박혀 어른들의 세상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1등과 진학성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어른들,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 하는 어른들, 그리고 삐뚫어진 교육에 어긋난 아이들의 모습이 담겼다.# 교육청의 사필귀정 ‘발칙하게 고고’ 속 세빛고의 보스는 누구일까. 최경란(박해미) 교장일까? 아니다. 교장을 돈과 권력으로 주무르고 있는 학부모 군단이다. 수아(채수빈)의 엄마 최현민(고수희)을 중심으로 학부모 군단은 리얼킹 폐부와 치어리딩 대회까지, 아이들의 환경을 조장하며 어른들의 어두운 모습을 나타낸다. 강연두가 대자보를 쓰고, 진정서를 제출해도 교장과 학부모 군단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양태범(김지석)이 억울하게 성희롱 누명을 쓰고 해고 위기에 놓였을 때, 아이들이 용기를 내며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지만 그럼에도 소용없었다. 이대로 모든 희망이 없어지려는 찰나, 나타난 건 교육청이라는 학교 위의 또 다른 권력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교육청의 지시로 양태범 선생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교장도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현실의 각박함 속 ‘발칙하게 고고’는 강연두(정은지)를 필두로 힐링 에너지를 선사한다. ‘발칙하게 고고’의 힐링이 힘을 갖는 건 강연두 캐릭터가 보여주는 긍정 에너지뿐만 아니라 그 에너지에 희망을 심어주는 드라마 속 장치 덕분이다. 그 희망이 오히려 현실에 없을 법한 판타지 같은 이상적 매력을 지닌다. ‘발칙하게 고고’는 적나라한 현실과 판타지 사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희망을 온몸으로 전한다. 희망에 힘을 보태는 ‘발칙하게 고고’의 판타지, 뭐가 있을까?
교육청의 활약은 드라마 초반에도 있었다. 강연두가 리얼킹 폐부에 문제를 제기하고 학교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것이 SNS에서 화제가 되자 교육청 주무관이 찾아와 강연두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발칙하게 고고’에서 접한 어른들의 세계는 교육청마저도 뇌물에 굴복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빛고의 암적인 세력보다 더 높은 곳, ‘공권력’이 아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희망의 한 줄기가 됐다. 제보를 받고 출동해 진지하게 물어보는 주무관의 존재감은 드라마 초반 빛이 났다. 비록 이후 세빛고의 스펙 몰아주기 비리를 폭로하는 방송이 윗선에서 제재 당하는 등 갑의 횡포가 드러났지만, 정의로운 어른이 있다는 것이 힘이 됐다. 부패하지 않은 공권력의 중요성이 여실히 느껴진다.
#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 양태범 양태범은 ‘발칙하게 고고’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강연두가 아이들의 세계에서 행복을 만드는 역할이라면, 양태범은 어른의 입장에서 희망을 전한다. 계약직 교사, 그것도 사립고 계약직 교사의 위치는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대표. 자신의 앞날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양태범은 자신이 아닌 정의를 택한다. 입만 산 인터넷 지식인은 많지만, 진짜 행동하는 양심적 지식인은 적은 현실에서 양태범은 행동을 택한다. 아이들이 씌운 성희롱 누명에 억울하고, 수아의 비양심적 행동을 발견할 때에도 화가 날 텐데도 양태범은 분노보다 포용을 택한다.
양태범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사회를 살아가기에 답답한 인간이다. 그러나 이 답답한 용기가 희망을 준다. 강연두는 양태범에게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어른”이라고 말하며 ‘고발 60분’ PD를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희망이 된다.
# ‘전교 1등’ 김열의 판타지 세빛고는 서울대론 부족하다 싶은지 아이비리그를 꿈꾼다. 청소시간에 몰래 공부해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데 상위 1% 학생들이 치어리딩에 쏟는 MT나 연습 시간만으로도 비현실에 가깝다. 비현실을 넘은 진짜 판타지는 김열의 존재다. 타고난 천재, 잘생긴 외모, 큰 키, 정의로운 성격까지 모든 걸 다 갖췄다. 강연두에게 있어 김열의 서포트만큼 든든한 힘은 없다.
7회 방송에서 연두가 김열이 시험지 문제 유출 누명으로 봉사활동을 할 때 찾아가 “난 네가 그 좋은 머리 써서 ‘범인은 바로 너야’하며 학교 나올 줄 알았다. 세빛고에서는 명탐정 코난보다 더 대단한 게 김열이다”고 말한다. 이에 김열은 “그거야 전교 1등 프리미엄이 통할 때나 이야기고, 그 아성이 무너진 지금 아무도 내 말 안 믿을 걸”라고 답한다. ‘1등’이란 것만으로도 신뢰를 얻는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1등’이 김열이기에 가지는 속 깊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모든 1등이 김열이었으면 어땠을까. 김열이 주는 판타지가 ‘발칙하게 고고’의 매력을 더한다.
⇒ [발칙한 본방사수] ① 다시 쓰는 ‘발칙하게 고고’ 인물관계도
⇒ [발칙한 본방사수] ③ ‘발칙하게 고고’ 매력 담은 명장면 4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KBS2 ‘발칙하게 고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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