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캐스커
캐스커


사건명 그라운드 파트 원(ground part.1)
용의자 캐스커 (융진, 이준오)
사건일자 2015.10.23
첫인상 다작을 하는 팀은 아니지만 이번 앨범이 발매되기까지 캐스커에게는 나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앨범 소개글에 따르면 이준오는 긴 시간 ‘캐스커가 앨범을 만드는 일이 더 이상 의미 있는 일인가?’라는 회의와 고민에 빠졌다. 팬들 사이에서도 캐스커가 해체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아이슬란드 여행은 이준오의 머릿속을 영감으로 가득 채웠고, 마침내 새 앨범도 탄생될 수 있었다.
추천트랙 ‘만월’. 인트로 ‘광선’과 함께 EDM의 느낌이 강한 트랙. 이준오는 “빤한 전개의 구성을 캐스커가 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만든 곡”이라며 “여기에 의도적으로 밴드 사운드를 넣어 전형적인 EDM처럼 들리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캐스커에게서 쉽게 연상되던 말랑말랑한 느낌의 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낯설게 들리지는 않는다. 융진의 보컬은 여전히 신비롭고 이준오의 감각 역시 여전히 세련됐다.
출몰지역 오는 7~8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백암아트홀에서 7집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요조 정재일
요조 정재일


사건명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용의자 요조, 정재일
사건일자 2015.10.26
첫인상 과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명곡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발표하는 ‘골든 디스크 프로젝트’의 첫 번째 곡.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은 ‘비내리는 호남선’, ‘마포종점’, ‘섬마을 선생님’ 등을 쓴 박춘석이 작사/작곡한 노래로, 1983년 패티김에 의해 불렸다. 정재일이 프로듀싱을 맡고 요조가 가창을 맡아, 현대적이면서도 쓸쓸한 느낌으로 재탄생시켰다.
추천트랙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몇 안 되는 악기만으로도 마법 같은 순간이 빚어진다. 이는 분명 정재일의 연주 실력이 뛰어난 덕분도 있겠지만, 비움의 실력이 탁월한 덕분도 있다. 말하자면 정재일은 여백의 아름다움을 잘 아는 프로듀서라는 것이다. 요조의 목소리는 나직하고 담담하게 이어지지만 결코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다. 살그머니 낙엽을 굴리듯 시작되던 음악은, 한바탕 소용돌이가 되어 지나가고, 마침내는 기나긴 여운을 남긴다.

김사월
김사월


사건명 수잔
용의자 김사월
사건일자 2015.10.27
첫인상 김사월은 지난해 가장 자주,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던 뮤지션 중 하나다. 김사월이 김해월과 함께 결성한 김사월X김해원은 2015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인상과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수상했다. 이번 앨범 ‘수잔’은 김사월의 솔로앨범이자 첫 정규앨범. 그는 자신의 삶에서 맞서온 시간을 ‘수잔’이라는 하나의 인물로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
추천트랙 ‘머리맡’. 김사월의 목소리는 ‘민낯’ 혹은 ‘맨살’과 같은 단어들을 연상시킨다. 어딘가 모르게 날 것의 느낌이 난다. 꾸밈없는 가창은 현(絃)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동시에 입체적이다. 때론 찬 공기를 머금은 듯 하고, 때론 처연하게도 느껴진다. 타이틀곡 ‘머리맡’의 경우에는 조소나 풍자의 느낌도 따른다. 편곡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대범하게 등장하는 스트링, 은근하게 뿌려지는 일렉 기타 등 각각의 악기들이 제 매력을 뽐내며 곡을 넓혀간다. 타이틀곡만 듣기보다는, 앨범 전곡을 연달아 듣는 것을 추천한다.
출몰지역 오는 6일,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벨로주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심현보
심현보


사건명 이맘때쯤
용의자 심현보
사건일자 2015.10.27
첫인상 심현보는 유능한 작사가이자 작곡가다.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모세의 ‘사랑인걸’, 박기영의 ‘산책’ 등이 그가 쓴 대표곡들. 동시에 심현보는 훌륭한 가수이기도 하다. 벌써 네 장의 정규 앨범이 그의 디스코그라피에 올라 있다. ‘이맘때쯤’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 곡으로, 이맘때쯤이 되면 떠오르는 사람과 기억, 그 단상에 대한 스케치를 담아냈다.
추천트랙 ‘이맘때쯤’. 노래는 간단한 테마에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심플한 포크 계열의 이미지를 구상하며 만들었다”는 그의 설명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단출한 멜로디로 토대를 다지고 있다. 듣다보면 제법 다양한 악기 소리가 들리는데, 더없이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말하자면 조화가 잘 됐다는 것. 기타와 키보드, 현악 세션과 코러스가 모두 좋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명랑한 듯하면서도 촉촉하게 젖어드는 피아노의 선율이 특히 아름답다.
출몰지역 오는 7~8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이맘때쯤’ 공연을 연다.

에브리싱글데이
에브리싱글데이


사건명 소나기
용의자 에브리싱글데이 (김효영, 문성남, 정재우)
사건일자 2015.10.29
첫인상 에브리싱글데이는 무려 17년의 경력을 가진 밴드다. 드라마 ‘파스타’ ‘골든타임’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 OST 감독으로 참여하며, 히트곡도 제법 남겼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밴드 자체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검색, 에브리싱글데이’ 프로젝트. 각 프로젝트 앨범에는 신곡은 물론,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한 리메이크 곡을 수록해 듣는 재미를 배가 했다.
추천트랙 ‘레미니스(Reminisce)’. 에브리싱글데이에게는 불안한 청춘의 느낌이 있다. 흔들리고, 휘청거리고, 무언가 결핍된 것 같은 느낌. 이번 신곡 ‘레미니스’ 역시 마찬가지. ‘추억에 잠기다’는 의미의 제목처럼 이 곡은 오랜 기억 속의 깊은 상처를 이야기한다. 문성남의 가녀린(?) 보컬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악기 운용이 어우러져 ‘불안’ 혹은 ‘결핍’의 정서를 가중시킨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와도 무척 잘 어울릴 노래.
출몰지역 11월 정규 앨범 발매 후 12월 단독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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