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김동률
김동률
“제가 첫날, 둘째 날, 굉장히 무겁게 진행을 했거든요. 말주변도 없고 농담도 잘 못해서…(중략) 다들 물어본대요. ‘쟤 이민 가냐’ ‘어디 아프냐’ 그런 건 아니고요. 다만 정말 잘하고 싶었어요, 이 공연을.”

김동률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빠져 나가던 한 커플은 “김동률 어디 가?” “몰라. 외국 가나봐”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그도 그럴 것이, 11일 김동률 콘서트 마지막 날, 관객들은 막이 내린 뒤에도 한참이나 김동률의 이름을 연호했다. 분명, 예사로운 풍경은 아니었을 테다.

잠시 뒤, 공연의 종료를 알리는 ‘동행’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여전히 김동률을 외치는 다수의 목소리와, “또 나와?” “안 나올 건가봐” 교차하는 목소리. 퇴장을 부탁하는 진행요원의 안내멘트는 부질없이 사그라졌다. 그 사이, 두 번째 ‘동행’이 시작됐다. 간헐적인 환호. “또 나와?” “안 나올 건가봐” 더욱 잦아진 목소리. “공연이 종료됐습니다. 모두 퇴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엔 진행요원의 목소리에 제법 강단이 실렸다. 아쉬운 마음이야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지만, 이젠 정말 발걸음을 돌려야 할 시간이었다.
김동률
김동률
지난 9~1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는 ‘2015 김동률 더 콘서트’가 개최됐다. ‘동행’의 전국투어가 끝난 지 겨우 9개월. 그 사이 신곡 발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동률은 이번 콘서트 역시 3일 내내 전석을 매진시켰다. 3시간 동안 꾸며진 23곡의 무대는, 모두가 피날레 무대인 양 최고의 완성도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공연 초반부터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아이처럼’ 등 히트곡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어 김동률은 ‘배려’ ‘하늘높이’ ‘새’와 같은 초창기 앨범 수록곡부터 ‘그게 나야’ ‘어드바이스(Advice)’ 등의 최신곡까지 고루 들려줬다. 여기에 이적이 게스트로 등장, 카니발의 재회가 8년 만에 이뤄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축배’와 ‘거위의 꿈’을 함께 부르며, 20여 년 전의 자신을 무대에 불러냈다.
김동률
김동률
70인조의 오케스트라 세션은 과연 엄청난 위용을 자랑했다. 바이올린은 시종 화려하게 유영했고, ‘그 노래’의 콘트라베이스는 우아하게 춤췄다,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는 ‘아이처럼’ ‘배려’ ‘레퀴엠(Requiem)’을 함께하며 무척 관능적인 연주를 들려줬으며, 송영주의 피아노는 ‘꿈속에서’ ‘여행’ ‘제이스 바(J`s Bar)’와 같은 재즈 풍 곡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그리고 이 모두를 이끌던 김동률이 있었다.

김동률은 세션 주자들 및 스태프들의 공로를 치하하며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해줬는데, 주인공인 내가 망치면 어떡하나. 정말 노심초사하고 불안해하며 몇 달을 임산부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반대의 생각도 들었다. 선장 김동률이 이렇게나 열심인데, 어찌 선원들이 즐겁게 따르지 않으리오. 모든 연주자들이 공들여 제 몫을 해내고 있음이 느껴졌고, 행복한 기운도 함께 전달됐다. 그야말로, 모두가 한 길 위에 섰던 ‘동행’이었다.

본 공연의 끝 곡으로는 ‘기억의 습작’이, 앙코르의 끝 곡으로는 ‘동행’이 선곡됐다. 김동률은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한동안은 쉬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기약 없는 헤어짐이었지만, 재회의 확신마저 약했던 건 아니었다. 언젠가 동행인이 필요할 때엔, 반드시 김동률이 다시 와 줄 것이다. 이 날의 김동률은 그런 확신을 줬다. “제가 살면서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정말 열정적으로 하고 싶을 때. 그 때 오겠습니다. 그리고 그게 너무 늦어질 것 같으면, 여러분들에게 힘을 얻고 싶을 때 다시 무대에 서겠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뮤직팜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