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 양요섭 팽현준
눈앞에서 볼품없는 누더기 옷이 화려한 드레스로 변한다. 호박은 황금마차가 되고, 쥐는 말로 변한다. 그제서야 비로소 무도회으로 갈 수 있다. 잘 알려진 동화 ‘신데렐라’의 한 장면. ‘신데렐라’는 수많은 버전으로 각색돼 애니메이션은 물론 영화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이 중에서도 무대 위에서 모든 장면이 구현되는 뮤지컬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3일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연 ‘신데렐라’는 국내 초연인 만큼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공연된 작품이지만, 오롯이 국내의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맞이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대장정에 돌입했다.
여기에 수동적인 신데렐라가 아닌, 사랑은 물론 정의 실현까지 꿈꾸는 당당한 신데렐라를 그렸다. 이로써 ‘울보’ 신데렐라가 아닌, 밝고 명랑한 신데렐라가 무대를 채운다. 왕자 앞에서도 적극적이며, 심지어 자정을 알리는 소리에 뛰쳐나가며 구두도 스스로 벗는다.
양요섭 팽현준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심었고, 캐릭터의 디테일을 더했다. 둘째 언니 샬롯과 혁명가 미쉘이 그렇고,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왕자 크리스토퍼의 성장 과정도 그렇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신데렐라’ 중에서도 단연 명장면으로 꼽히는 ‘변신’의 순간. 요정은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을 드레스로, 호박을 황금마차로, 여우는 마부로, 쥐를 말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다양한 장르의 ‘신데렐라’를 통해서도 충분히 눈에 익은 장면이지만, 무대 위에서 구현되는 순간은 새삼 놀라움을 안긴다.
신데렐라는 빙그르 돌며 순백의, 그리고 황금색의 드레스를 입은 공주로 두 번 변신한다. 호박은 황금마차가 돼 그의 이동을 돕는다. 백마로 변한 쥐 역시 마찬가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다만 옷이 변하는 순간은 오롯이 신데렐라 역을 맡은 배우의 몫이기 때문에 컨디션에 따라 ‘완벽’ 혹은 ‘실패’로 나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동반한다.
양요섭 팽현준
지난 16일 오후 8시 무대에 오른 서현진과 양요섭은 각각 신데렐라와 크리스토퍼 왕자의 매력을 잘 살렸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서현진은 힘을 빼고, 사랑스러운 매력의 신데렐라의 모습을 표현했다. 양요섭은 두 번째 맡은 왕자 역인 만큼 차분하게, 또 장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호연을 펼쳤다. 발성과 전달력을 수준급의 실력으로 끌어올려 ‘아이돌’의 편견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
국내 초연이라는 타이틀로 주목받고 있는 ‘신데렐라’는 안시하, 서현진, 윤하, 백아연, 크리스토퍼 왕자 역은 엄기준, 양요섭(BEAST), 산들(B1A4), 켄(VIXX), 서지영, 홍지민, 이경미, 가희, 정단영, 임은영, 김법래, 장대웅, 박진우, 황이건 등이 극을 이끈다. 오는 11월 8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