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멜포캠 무대
멜포캠 무대
“나 이제 가노라. 저 넓은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양희은의 목소리가 자라섬을 가득 메웠다. 입술을 달싹여 노랫말을 머금으니,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곳곳에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눈가를 훔치는 손길들도 분주했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그 곳은 눈물을 흘려도 부끄럽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 19일과 20일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자라섬에서는 ‘2015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이하 멜포캠)’이 펼쳐졌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번 공연에는 양희은, 아이유, 윤종신, 유희열, 김연우 등 약 스무 팀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났다. 첫날 공연에는 주최측 추산 약 1만 2000여 명의 관중들이 모여 축제를 즐겼다.
에디킴 장재인 해이 조규찬
에디킴 장재인 해이 조규찬
19일 공연은 김예림의 ‘아우(Awoo)’로 막을 열었다. 이어 박재정, 퓨어킴, 조형우, 장재인 등 미스틱 주니어들이 등장, 포크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 반면 다음 타자로 나선 에디킴과 크러쉬는 알엔비의 과거와 현재를 고루 들려줬다. 더위가 최고조에 오른 시간임에도 관객들은 기꺼이 몸을 흔들며 음악을 즐겼다.

조규찬이 무대에 올랐을 즈음에는 태양이 마지막 발악을 시작하고 있었다. 조규찬이 빚어내는 고급스러운 멜로디는 오렌지빛 태양 아래 우아하게 넘실댔다. 아내 해이와 함께 한 듀엣 무대 역시 아름다웠다. 두 사람은 이날 출연진들 가운데 가장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관객들의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조규찬의 목소리는 결연하게까지 느껴졌고, 해이의 사랑스러움도 한층 배가됐다.
양희은
양희은
양희은의 순서에 이르자 스탠딩 존에는 중장년층의 관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낮 내내 몸을 흔들었던 2~30대 관객들도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배낭여행’ ‘꽃병’ ‘산책’ 등 ‘뜻밖의 만남’ 시리즈의 곡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뒤이어 ‘나영이네 냉장고’가 시작됐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타지 생활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설명 때문이었을까. 관객들이 하나 둘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장재인과 함께 ‘엄마가 딸에게’를 부를 즈음에는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관객도 보였다.

압권은 ‘아침이슬’과 ‘상록수’였다. 두 곡 모두 세상에 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이 이 노래를 알고 있었다. 차근차근 가사를 곱씹는 사람도 있었고, 우렁차게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모두를 이끌던 양희은이 있었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그의 목소리에, 관객들의 얼굴에는 벅찬 표정이 떠올랐다. 가히 ‘대모’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공연이었다.
아이유
아이유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는 아이유. 그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좋은날’ ‘너랑나’와 같은 히트곡은 물론, ‘첫이별 그날밤’ ‘싫은 날’ 등 아이유 표 발라드도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차트 올킬을 기록한 ‘마음’의 라이브도 이날 첫 선을 보였다. 아이유의 목소리로 듣는 원더걸스의 ‘아이 필 유(I FEEL YOU)’와 빅뱅의 ‘이프 유(If You)’도 별미였고, 조명을 모두 끈 채 듣는 ‘여름밤의 꿈’도 환상적이었다.

팬 서비스도 빛을 발했다. 아이유는 팬들의 요청에 따라 ‘미아’와 ‘무릎’을 무반주로 들려주었으며, 무대 아래로 내려가 보다 가까이에서 팬들을 만나기도 했다. 특히 끝을 모르고 이어지던 앙코르 공연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늦은 시간까지 붙잡았다. ‘나의 옛날이야기’ ‘편지’ ‘나만 몰랐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유는 귀여운 안무와 함께 ‘있잖아’ 무대를 신나게 꾸미며 마지막의 아쉬움을 달랬다.

누구나 울고 누구나 웃었다. ‘멜포캠’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스러웠고, 그래서 편안했다. 집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고, 열린 차창을 통해 출연 가수들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자연 속 여백의 시간. ‘멜포캠’에서, 모두들 잘 쉬다 왔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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