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FT아일랜드(위쪽)과 씨엔블루
FT아일랜드(위쪽)과 씨엔블루
“FT아일랜드, 씨엔블루는 직접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아티스트임에도 국내에서 선입견이 있어 트라우마가 있어요. (중략) 일반 대중은 젊은 친구들이 나와서 하는 음악은 가짜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죠.” (서울 뮤직 포럼 중中 FNC엔터테인먼트 한성호 대표의 말)

다른 사람의 연주를 본인의 것인 양 연기한다면, 그 음악은 가짜다. 다른 사람의 곡을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하는 것 역시 가짜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는 직접 곡을 쓰고 직접 연주를 한다. 그런데도 그들에게 ‘가짜’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말하자면, ‘니들이 밴드를 알아?’라는 심보인 것이다. 터무니없다.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당연히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불호의 원인이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에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담백하게 보자. 아이돌 밴드는 많고 많은 밴드들 중 하나이고 이들의 음악 역시 록의 변형 중 하나일 뿐이다.

씨엔블루
씨엔블루
씨엔블루 정용화는 지난 14일 열린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자리에서 아이돌 밴드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분들은 ‘얘들이 밴드냐. 리얼 사운드가 아니다’고도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억지로라도 그 성향에 맞춰서 곡을 썼다”고 밝혔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한성호 대표는 11일 열린 서울 뮤직 포럼에서 “실제로 FT아일랜드, 씨엔블루가 라이브 방송에서 라이브 연주를 함에도 불구하고 ‘어, 그래?’라고 할 정도로 밴드음악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티스트들은 인식 개선을 위해 분투했다. FT아일랜드는 지난 2월 정규 5집 ‘아이 윌(I WILL)’ 발매 당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톤을 잡기 위해 일주일 이상 연습했다. 돈과 시간, 노력과 땀 모든 것을 많이 투자한 앨범”이라고 전했다. 씨엔블루도 마찬가지다. 정용화는 이번 2집 앨범에 대해 “편견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스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새롭게 악기를 연주하고 편집해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 밴드를 접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방향도 있다는 걸 제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엔플라잉(위쪽) 데이식스
엔플라잉(위쪽) 데이식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본 걸까. 2015년에만 벌써 두 팀의 아이돌 밴드가 출사표를 던졌다. FNC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엔플라잉과 JYP엔터테인먼트의 데이식스(DAY6)가 바로 그 주인공. 엔플라잉은 힙합을 접목한 록을 선보였고 데이식스는 팝, 일렉트로닉 등을 가미했다. 멤버 전원이 보컬로 나선 것 또한 데이식스의 특색. 두 팀 모두 다양한 쇼케이스 무대에 서며 라이브 실력을 다져오고 있다. 또 멤버 전원이 연주가 가능한 만큼, 작/편곡에 있어서도 강점을 지닌다. 양 팀의 데뷔 앨범에는 이미 멤버들의 자작곡이 수록된 상태다.

아이돌 밴드의 음악이 당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존중하는 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음악을 ‘가짜’라고 폄훼하지 말기를.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아이돌 밴드도 얼마든지 ‘진짜’ 음악을 할 수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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