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류승완감독01
류승완감독01
지난 9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베테랑’ 천만 돌파 기념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류승완 감독이 내뱉은 말이다. 생애 첫 천만 돌파. 기쁨을 담기에도 모자란 시간에 부채감이라니. 무엇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한 걸까.

여기에는 동료 영화인들에 대한 미안함이 크게 작용했다. ‘베테랑’이 기대 이상으로 롱런하면서 동시기에 개봉한 작품들이 본의 아니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 류승완 감독은 “‘뷰티 인사인드’ ‘오피스’ 등 너무나 좋은 영화들에게 ‘베테랑’이 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조바심을 냈다.

이어 그는 “어제 ‘사도’ VIP 시사회에 갔다가 동료 감독들을 많이 만났다. 다들 끌어안으며 축하해 주더라. 그 마음의 진심이 느껴져서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 중에는 시나리오가 안 풀려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동료 감독, 흥행이 저조해서 우울한 시간을 보냈던 감독들이 있었다. 그런 동료들 앞에서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류승완 감독은 “‘괴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며 “그때 봉준호 감독도 우울증을 상당히 심하게 겪었다고 하더라. 나도 비슷한 기분이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류승완 감독의 ‘셀프 디스’에 “너무 자책하지 말고, 적당히 즐기시라”고 했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즐거웠던 건 그때, 영화가 첫 공개 될 때였던 것 같다. 언론시사회를 마치고 나온 좋은 평들과 인터뷰에서 축하한다는 그 반응들이 가장 기뻤다. 특히 언론시사회 때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나왔다. 황정민도 놀라고 (유)아인이도 놀라고 모두 놀랐다. 기립박수는 정말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그때 충분히 기쁨을 누렸기 때문에 지금은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베테랑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 무대인사에서 겪은 색다른 경험도 털어놓았다. “내 영화는 남자들이 많이 봐왔다. 넥타이 맨 아저씨, 진지한 시네마테크 아이들이 몰리는 편인데 이번엔 달랐다. ‘베테랑’ 상영관에 남자가 10명도 안 되는 걸 보고 이게 뭔가 싶었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알다시피 ‘베테랑’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은 작품. 그 인기는 초등학교에도 미친 모양이다. 류승완 감독은 “우리 아이들 학교에도 ‘베테랑’ 소문이 났다보더라. 다른 반 아이들이 와서 ‘너네 아빠가 ‘베테랑’ 감독이라며?’ 했다더라. 모르는 친구들이 와서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적응이 안 되는 모양이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지금의 흥행은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며 “모든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힌 후 “하지만 모두가 웃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 내 영화를 지지해 줬던 분들 중에서 오히려 ‘베테랑’에 실망하신 분들이 꽤 된다. 어두운 세계를 담아왔던 내가 너무 발랄하게 까부는 듯한 게 불편하셨던 것 같다. 그들과 호흡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베테랑’은 안하무인 유아독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활약을 그린 범죄오락액션영화다. 영화는 1,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흥행 중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