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손승원, 그는 누구인가. 2009년, 스무 살 시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해 ‘쓰릴 미’ ‘밀당의 탄생’ ‘트레이스 유’ ‘벽을 뚫는 남자’를 거쳐 스물넷에 최연소 ‘헤드윅’을 한 배우다. 시작부터 그의 이력을 나열하게 된 이유는, 뮤지컬계의 신예 스타라 불리는 인물이지만, 드라마로는 2014년에 데뷔한 신인이기 때문이다. 허나 놀랍게도 그는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최근 종영한 KBS2 ‘너를 기억해’를 포함해 굵직한 네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활동 반경을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으로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욕심이 엿보이는 신인의 등장이다.
“작년에 브라운관 쪽으로 왔어요. 신인의 마음으로요. 뮤지컬 팬들이야 절 알겠지만 여기에선 완전 신인이잖아요. 무대랑 드라마 연기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무대는 일단 객석과 무대 거리가 있어서 몸동작이 커야 하고, 발성 자체도 또 다르거든요.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함이 필요하고. 화면에선 숨소리도 더 잘 들리고 표정도 더 잘 보이니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많은 것들을 덜어냈다. 그가 처음으로 브라운관 연기를 펼친 KBS2 ‘드라마 스페셜-다르게 운다’에서 언뜻 보이던 극화된 듯한 연기는 작품들을 거치며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올해, 인상 깊은 한 방을 날렸다. KBS2 ‘너를 기억해’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건져내 올려준 이준영(최원영)에게 빚을 갚기 위해 현지수(임지은)를 살해한 최은복을 연기한 것이다.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14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에 명확한 방점을 찍었으니 손승원이란 배우, 꽤나 묵묵하고도 끈덕져 보인다.
“데뷔는 스무 살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크닝’으로 했죠. 앙상블이었어요. 제가 한 번에 주목받은 줄 아셨다고요? 에이, 아니에요. (웃음) ‘헤드윅’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컸던 거지, 차근차근 올라왔어요. 한 번에 뭔가를 이루겠다, 이런 것보다 인내심이 좀 많은 편이죠. 이번에 ‘너를 기억해’는 시놉시스 상에는 최은복에 대해 딱히 나와 있는 성격이나 설명이 없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정확하고 꼼꼼한 편이라 그런 고지식한 부분들이 조금 재미있어 보이도록 연기했죠. 누가 잘못된 걸 말하면 “아닙니다”라고 정정해 주는 식으로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캐릭터란 걸 알게 된 거에요. 일단 눈빛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의 얼굴을 보여야지 싶었고. 잠깐씩 나오더라도 이야기에 연관성을 지니도록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손승원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상대방의 몸을 넘어서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로 말을 건넸다. ‘헤드윅’의 열정적인 모습도, 드라마 상에서의 악역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의 안온함이 느껴졌다. “‘헤드윅’을 했을 땐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는 그는 “평소엔 조용한 편”이라 말하면서 ‘손승원이 생각하는 악역’에 대한 이야기 또한 조곤조곤 내뱉었다.
“원래 악역을 좋아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악역을 매력 있게 보거든요. 특히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를 좋아해요. 악역이지만 사랑받는 악역이잖아요. 악역 연기는 제겐 도전 같은 거에요. 모든 사람들은 착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악한 연기를 한다는 건 도전인 거죠. 그래서 연기를 할 땐 제 속의 모든 악을 꺼내요. (웃음) 평소에 참고 참았던 거, 속상했던 것들 다요. 어쨌든 무대나 매체는 연기론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공간이니깐요. 그런 점이 배우로서 되게 매력 있는 거죠. 그런데 악역을 할 땐 전 ‘난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아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 입장에선 그건 정당한 행위거든요. 그 행동을 하는 전사나 이유가 있죠. KBS2 ‘힐러’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니 그 여자를 갖고 싶고 지키고 싶고, 그 와중에 친구들로부터 받는 무시도 있었을 거고, 그래서 전 그 캐릭터가 나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를 기억해’에서의 최은복도 마찬가지죠. 이준영이 날 구해줬으니 빚을 갚는 것뿐이에요. ‘난 나빠’ ‘난 악역이야’라고 생각하면 ‘악’밖에 안 보일 거예요. 앞으로 공감할 수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신인 배우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은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손승원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예상 밖이다.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똑같은 대답을 했는데”로 시작되는 그의 호기로운 말이 제법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상남자’의 향기를 폴폴 풍기던 손승원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인터뷰니깐 왠지 좋은 말을 하고 싶잖아요. ‘믿고 보는 배우’ 이런 거. 처음에 인터뷰를 할 땐 멋있는 말을 해야 될 거 같아서, (웃음)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고 되고 싶다, 같은 것들을 많이 말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첫 번째는, 연기 잘하는 배우죠. 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막연한 것 같지만 그거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는 혼자서 될 순 없어요. 감독님, 좋은 작품, 대본과 함께 만났을 때 가능한 거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돼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쉬지 않고.”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작년에 브라운관 쪽으로 왔어요. 신인의 마음으로요. 뮤지컬 팬들이야 절 알겠지만 여기에선 완전 신인이잖아요. 무대랑 드라마 연기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무대는 일단 객석과 무대 거리가 있어서 몸동작이 커야 하고, 발성 자체도 또 다르거든요.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함이 필요하고. 화면에선 숨소리도 더 잘 들리고 표정도 더 잘 보이니 그런 부분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많은 것들을 덜어냈다. 그가 처음으로 브라운관 연기를 펼친 KBS2 ‘드라마 스페셜-다르게 운다’에서 언뜻 보이던 극화된 듯한 연기는 작품들을 거치며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는 올해, 인상 깊은 한 방을 날렸다. KBS2 ‘너를 기억해’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에서 건져내 올려준 이준영(최원영)에게 빚을 갚기 위해 현지수(임지은)를 살해한 최은복을 연기한 것이다.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14회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에 명확한 방점을 찍었으니 손승원이란 배우, 꽤나 묵묵하고도 끈덕져 보인다.
“데뷔는 스무 살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크닝’으로 했죠. 앙상블이었어요. 제가 한 번에 주목받은 줄 아셨다고요? 에이, 아니에요. (웃음) ‘헤드윅’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컸던 거지, 차근차근 올라왔어요. 한 번에 뭔가를 이루겠다, 이런 것보다 인내심이 좀 많은 편이죠. 이번에 ‘너를 기억해’는 시놉시스 상에는 최은복에 대해 딱히 나와 있는 성격이나 설명이 없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정확하고 꼼꼼한 편이라 그런 고지식한 부분들이 조금 재미있어 보이도록 연기했죠. 누가 잘못된 걸 말하면 “아닙니다”라고 정정해 주는 식으로요. 그런데 갑자기 제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캐릭터란 걸 알게 된 거에요. 일단 눈빛에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느낌의 얼굴을 보여야지 싶었고. 잠깐씩 나오더라도 이야기에 연관성을 지니도록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손승원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상대방의 몸을 넘어서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크기로 말을 건넸다. ‘헤드윅’의 열정적인 모습도, 드라마 상에서의 악역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의 안온함이 느껴졌다. “‘헤드윅’을 했을 땐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한마디도 안 했다”는 그는 “평소엔 조용한 편”이라 말하면서 ‘손승원이 생각하는 악역’에 대한 이야기 또한 조곤조곤 내뱉었다.
“원래 악역을 좋아했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악역을 매력 있게 보거든요. 특히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를 좋아해요. 악역이지만 사랑받는 악역이잖아요. 악역 연기는 제겐 도전 같은 거에요. 모든 사람들은 착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악한 연기를 한다는 건 도전인 거죠. 그래서 연기를 할 땐 제 속의 모든 악을 꺼내요. (웃음) 평소에 참고 참았던 거, 속상했던 것들 다요. 어쨌든 무대나 매체는 연기론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용서가 되는 공간이니깐요. 그런 점이 배우로서 되게 매력 있는 거죠. 그런데 악역을 할 땐 전 ‘난 나쁜 놈이야’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아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 입장에선 그건 정당한 행위거든요. 그 행동을 하는 전사나 이유가 있죠. KBS2 ‘힐러’에서도 제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니 그 여자를 갖고 싶고 지키고 싶고, 그 와중에 친구들로부터 받는 무시도 있었을 거고, 그래서 전 그 캐릭터가 나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너를 기억해’에서의 최은복도 마찬가지죠. 이준영이 날 구해줬으니 빚을 갚는 것뿐이에요. ‘난 나빠’ ‘난 악역이야’라고 생각하면 ‘악’밖에 안 보일 거예요. 앞으로 공감할 수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신인 배우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은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손승원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예상 밖이다.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똑같은 대답을 했는데”로 시작되는 그의 호기로운 말이 제법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상남자’의 향기를 폴폴 풍기던 손승원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인터뷰니깐 왠지 좋은 말을 하고 싶잖아요. ‘믿고 보는 배우’ 이런 거. 처음에 인터뷰를 할 땐 멋있는 말을 해야 될 거 같아서, (웃음) 모든 역할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고 되고 싶다, 같은 것들을 많이 말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첫 번째는, 연기 잘하는 배우죠. 전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막연한 것 같지만 그거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는 혼자서 될 순 없어요. 감독님, 좋은 작품, 대본과 함께 만났을 때 가능한 거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돼서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쉬지 않고.”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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