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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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고 해서 꼭 심각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을 마주한 포맨은 퍽 덤덤했으며 심지어 유쾌하기까지 했다. 다만 이들은 아낌없이 노래를 들려주며 재회를 기약했다. 참으로 포맨다운 무대였다.

지난 29일과 30일 포맨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굿바이 콘서트 ‘유학:留學 (부제:WAVE GOOD BYE)’을 개최했다. 멤버 김원주의 군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 포맨은 콘서트 초반 “마지막인 만큼 우리의 노래를 많이 들려드리려고 한다. 많은 노래를 준비했다. 오랫동안 공연을 하기 위해 일부러 공연 시간도 한 시간 앞당겼다”고 공언해 팬들의 환호를 샀다. 그리고 이들의 말처럼, 초저녁 시작된 공연은 밤늦게야 끝이 났다. 관객들은 다가오는 월요일이 두렵지 않은 듯,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포맨의 음악을 함께 나눴다.

포맨은 ‘이유+너 하나야+못해’ ‘이불킥’ ‘답정너’를 부르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김원주는 “사실 ‘답정너’ 가사에 담배를 못 피운다고 나오는데, 실제로는 담배를 핀다. 그래서 그 가사를 부를 때마다 괜히 이상하다”고 깜짝 고백을 해 신용재를 당황하게 했다. 신용재는 “원주 형이 흡연 고백을 했으니 나도 하나 고백을 하겠다. ‘못해’의 후렴구 첫 소절이 ‘밥도 잘 먹지 못해’인데, 사실 밥을 굉장히 잘 먹는다”고 덧붙여 좌중을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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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은 ‘원주의 이야기’ ‘용재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먼저 ‘원주의 이야기’ 테마에서는 이별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슬픈 발라드 넘버가 선곡됐다. 그는 015B의 ‘1월에서 6월까지’를 솔로로 부르며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신용재는 이승환의 ‘천일동안’으로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이어 두 사람이 함께 한 ‘그날들’ ‘안 되는데’ ‘헬로’ 등이 이어지며 여름밤을 촉촉이 물들였다.

‘용재의 이야기’는 ‘스타(Star)’로 시작했다. 신용재는 “우리의 마음을 노래로써 전달해드리고 싶었다”면서 ‘내 여친’ ‘베이비 베이비(Baby Baby)’ ‘청혼하는 거에요’와 같이 달콤한 세레나데를 열창했다. 포맨의 환상적인 화음에 여성 팬들은 물론, 남성 팬들 역시 짐승(?)에 가까운 탄성으로 화답했다.

소속사 식구들도 공연장을 찾아 포맨의 마지막 콘서트를 응원했다. 29일 공연에는 가수 임세준과 미가, 30일에는 벤과 윤민수가 지원군을 자청했다. 특히 윤민수의 경우, ‘프로미스 유(Promise U)’의 랩을 하며 등장해 분위기를 달궜다. 그는 신용재와 김원주에 이어 스트링 세션, 코러스, 브라스 세션에게까지 댄스를 요구하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면서도 윤민수는 든든한 응원과 노래를 전하며, 소속사 수장으로서 또 절친한 형으로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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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맨은 팬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로 고마움을 전했다. 공연 전 팬들에게 받았던 신청곡 중 하나를 뽑아 즉석에서 무대를 펼쳤다. 신용재는 태양의 ‘눈 코 입’을 골라 직접 건반 반주를 하며 불렀다. 간드러지는 신용재 특유의 알앤비(R&B) 보컬이 더욱 빛을 발했다. 이어 김원주는 자신의 솔로곡 ‘예쁘다’를 불렀다. 특히 그는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올려 노래를 선사하는 등 특급 팬서비스를 이어갔다. 가사에 맞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은 물론,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에도 친절히 응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팬들의 화답도 이어졌다. 앙코르 무대가 시작되기 전, 홀로 무대에 오른 김원주를 향해 ‘금방 다시 만나자’라는 문구의 슬로건 이벤트를 펼친 것. 이어 스크린을 통해 신용재의 응원 메시지가 등장하자 결국 김원주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신용재는 “지난 7년 동안 형과 함께 하며 즐겁고 행복했다. 형이 군 복무를 하러 잠시 떠나지만, 금방 올 거잖아. 나도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 몸 건강히 잘 다녀오길 바라. 항상 고맙고 사랑해, 형”이라며 속 깊은 동생의 면모를 보였다. 이어 신용재의 지휘 아래 관객들이 입을 모아 “잘 다녀와”라고 외쳤고 김원주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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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무대는 본 무대처럼 풍성하게 꾸며졌다. 포맨은 ‘유학’ ‘가수가 된 이유’ ‘고백’ ‘쌩 큐(Thank you)’ 등의 무대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관객들은 각 곡이 소개될 때마다 폭발적인 환호를 보냈으며, 박자에 맞춰 야광봉을 흔들거나 눈을 감고 감상에 빠져드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포맨의 음악을 즐겼다. 마지막까지 포맨과 팬들 모두 서로에게 충실한 모습이었다.

앞으로 2년간 완전체 포맨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맨이 노래해 온 7년이라는 시간에 비하면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재회의 날도 금세 찾아올 터. “원래 너답게 더 씩씩하게 잘 지내다 오면 돼.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먼 길을 걷다 보면 우리 사랑은 언젠가는 만날 테니”라는 포맨의 노래처럼.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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