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라
류세라
[텐아시아=박수정 기자]
“가수 활동할 때는 샵에 데려다주면 머리하고, 누워서 샴푸하고, 내려오면 이동하고, 차 안에서 밥 먹고, 자다가 일어나서 공연하는 것이 다였어요. 이제는 샵을 찾고, 직접 배송하고, 택시 타고 이동해요.”

“최대한 혼자서 해볼 때까지 해보려고 해요. 앨범 만들 때 포부가 있었어요. 혼자서 음악 하려는 청소년들이 있잖아요. 요즘에는 시스템 속에 들어가서 트레이닝을 받고 만들어져야 데뷔를 할 수 있는데 제가 혼자서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었어요. 아직 그 목표는 잘 못 이룬 것 같아요.”

“정말로 한 곳만 바라보는 팬들을 생각했어요. 옛날 영상을 보며 그립다고 하는 팬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어요. 어쨌든 하나의 날짜가 정해지면, 그 날짜를 바라보며 설레는 기간이 있지 않잖아요. 팬들에게 그 설렘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걸그룹 나인뮤지스 전(前) 멤버 류세라가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나눈 이야기다. 스타제국과 계약이 만료되고, 나인뮤지스를 떠난 지 1년, 류세라는 자신이 직접 만든 앨범으로 팬들 곁에 돌아왔다.

류세라는 지난 7월 팬카페 ‘세라와 함께’에 솔로 앨범 발매 공지를 올렸다. 음원은 발표하지 않고, 오로지 앨범으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앨범을 만들었다. 팬들은 돌아온 류세라를 반가워했고, 류세라는 처음 예상했던 장수보다 더 많은 앨범을 추가 제작하기도 했다.

류세라는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TheRyuSera)’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큰 화제를 모았다. 류세라의 이야기는 ‘탈퇴한 아이돌이 혼자 제작부터 배송까지 수작업으로 앨범 내는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에 알려졌다.

모든 것을 도움 받았던 생활이 끝나고,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하는 기분은 어떨까. 단순히 작사와 작곡을 했다고 혼자서 해낸 것이 아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받았던 기획사 아이돌이 아니라 혼자서 녹음하고, 엔지니어를 찾아가고 심지어 택배 봉투에 페인트 스프레이를 뿌리는 작업까지 류세라는 혼자서 했다. ‘세레나데(SERenAde)’라는 로고 도안부터 앨범 비닐 포장,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모두 직접 했다. 친동생, 친구 두어 명이 함께했다. 류세라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은 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믹싱 작업뿐이었다.

1년 동안 류세라는 모든 걸 혼자서 해냈다. 동영상 강의를 보면서 작곡 프로그램을 배웠고, 친구에게 배운 포토샵과 영상 편집 기술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냈다. 지난 해 12월 공개한 자작곡 ‘온리 원(Only One, 그대는)’ 뮤직비디오를 편집할 때는 일주일이 넘게 소요됐다. ‘온리 원’은 두 명의 류세라가 동시에 등장해 랩까지 선보이는 뮤직비디오다.

이 모든 것이 음악에 대한 의지에서 출발했다. 류세라는 스타제국과 계약 만료 이후, 여러 소속사와 미팅을 가졌다. 29세의 나이, 아이돌로서는 적지 않는 나이의 류세라에게 미팅을 했던 대부분의 회사들은 음악 대신 연기의 길을 제시했다. 류세라는 “어차피 곡을 계속 만들 것이면 지금 시작해도 늦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뮤지션의 길을 택했다. 나인뮤지스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었던 류세라다. 류세라는 “어차피 곡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이 쭉 갈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철저히 혼자가 안 됐으면 이 생각을 못하지 않았을까”라며 홀로서기 이후 더 강해진 음악에의 열정을 보였다.

류세라 솔로앨범 ‘세레나데’ 메이킹
류세라 솔로앨범 ‘세레나데’ 메이킹
‘세레나데 메이킹 필름3’에서 류세라와 만난 팬이 류세라에게 묻는다. “언니 노래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요?” 류세라는 답했다. “그렇게 만들게.” 류세라와 팬 사이의 애틋함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믿고 기다리는 팬들도 류세라의 큰 힘이다. 류세라는 팬을 위해 유튜브로 자작곡을 간간히 공개하며 소통해 왔다. 이번 앨범도 팬을 위한 선물이다. 류세라는 이번 앨범을 배송할 때, 10명의 팬에게 직접 배송하는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사전에 연락하지 않은 서프라이즈 배송이었기에 부재중인 팬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에는 땅을 치며 울었다는 팬들의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세라는 “10명을 찾아갔는데 집에 있던 사람이 2~3명이었다. 미리 연락해서 갔으면 그들도 좋고 나도 좋았을 텐데 그놈의 서프라이즈 때문에 아쉬웠다. 처음에는 다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10명으로 줄인 건데… 팬들이 정말 고마웠어요. 나를 1년 동안 안 잊고, 굳이 카페에 가입해 신청하고 주문하고… 양식도 복잡했잖아요. 정말 감사했어요”라고 전했다.

류세라는 팬에게 했던 다짐을 지켰다. 9월 19일 자신의 생애 첫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류세라는 콘서트마저 혼자서 직접 준비한다. 라이브 밴드 섭외, 공연장 대관, 연습실 대여, 각종 렌트까지 홀로 진행했다. 무대 당일 스태프도 아직 없다. 진정한 의미의 ‘단독’ 콘서트다. “티켓도 제가 나눠줘야 할지 몰라요”라며 웃어 보이는 류세라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콘서트는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매진돼 100석을 추가 오픈하기도 했다. 류세라의 진심이 통하고 있다.

음악과 팬에 대한 사랑만으로 시작한 진짜 홀로서기다. 한 달 동안 다녀온 베트남 여행에서 느꼈던 깨달음이 터닝포인트가 됐다. 류세라는 “우리가 영원히 사는 게 아닌데 굳이 내가 이렇게 살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앨범을 만들면서 많이 내려놨다”며 “‘사람들이 뭘 좋아할까, 어떤 모습을 해야 나를 좋아하고 조금 더 잘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버리게 됐다. 그냥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류세라의 모습은 자신의 길에 대한 답을 찾은 또 다른 여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콘서트까지 직접 해낸 뒤, 또 다시 큰 경험을 겪게 되는 류세라의 모습은 어떨까. 자신감을 훈련한다는 류세라의 말을 들으며 그를 더 응원하게 됐다.

“이슈가 되는 것하고, 내 진심이 통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찾고 가고 싶은데 그 균형 찾는 것 자체가 큰 철학인 것 같아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내가 이슈가 되는 게 더 좋은 건지 소수지만 조금씩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게 좋은 것인지. 내가 내 일을 열심히 하면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만들어진 자신감을 훈련하고 있어요.”

류세라, 나인뮤지스 탈퇴後…”지금도 늦지 않았다” (인터뷰)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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