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41회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 줄 요약

8차원의 아티스트 부활의 김태원이 겉보기와는 달리 이가 안 좋아 고기 못 먹은 지 6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냉장고와 함께 공개됐다. 이가 부실한 김태원이 주로 먹는 것은 두부와 액상 제품들이었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동남아 요리’에서는 홍석천과 이원일이, ‘영양실조 기러기를 부활시키는 요리’로는 이연복과 최현석이 명승부를 펼쳤다.

리뷰

김태원의 냉장고는 생각보다 화려했다. 잘 정돈돼 있고 동남아 요리의 각종 소스와 재료들이 두루 갖춰져 있었으나 이는 부인의 취향일 뿐, 이가 부실한 그가 먹을 수 있는 건 제한적이었다. 보기에도 아삭한 오이소박이는 셰프들이 다 한 입씩 맛보았으나 김태원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정형돈이 “김태원 씨의 요리 취향은요? 중식, 한식?”이라고 묻자 김태원이 약간 머뭇거리다 “다 먹고 싶죠…”라고 말하는 순간 정형돈은 손수건을 꺼내들고, 짠하고도 공감이 되는 이 말에 스튜디오는 초토화. 셰프들도 손수건을 꺼내들고 어깨를 들썩였으나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알쏭달쏭.

앞니로만 식사한다는 김태원이 주문한 요리의 원칙 두 가지는 첫째는 입안에서 살살 녹을 수 있는 요리, 둘째는 안 씹어도 그냥 소화되는 요리였다. 잇몸이 안 좋아 인공치아를 해 넣을 수도 없는 그를 배려한 요리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가족을 떠올리게 할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동남아 요리’에는 이원일의 ‘삼겹살 팟티’와 홍석천의 ‘연어 ?양꽁냥’이 맞붙었다. 태국 요리 전문점 CEO 홍석천과 필리핀 유학파 이원일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했다.

이원일은 필리핀 식 국물 없는 국수를 잡채 당면으로 요리했다. 삼겹살을 양배추 필러로 대패처럼 저미고 모든 재료를 최대한 얇게 손질한 데다 두부를 넣은 매콤한 잡채로 주문자의 취향을 잘 살렸다는 찬사를 들었다. 홍석천은 ‘동남아 요리’에 의욕을 보였으나, 원하던 새우가 없어 연어를 택하는 통에 ‘비린내’를 잡기 위해 긴장하고 갖은 애를 다 썼다. 이원일의 요리에는 ‘동남아 야시장 맛’이라는 중평이, 홍석천의 요리에는 “국물맛이 끝내준다”는 칭찬들이 나왔다. 매운 맛과 잡채를 좋아하는 김태원의 선택으로 이원일 승.

‘영양실조 기러기를 부활시키는 요리’에서는 최현석과 이연복의 ‘빅매치’가 긴장과 기대 속에 펼쳐졌다. 고기를 좋아했지만 이젠 못 먹는다는 김태원을 위한 돈가스인 최현석의 ‘돈 워리 비 해피’와 이연복의 체면을 살려줄 부드러운 완자 요리 ‘복면완자’. 고기와 야채를 잘게 다지느라 이연복의 쌍칼이 ‘드럼’처럼 도마를 누볐고, 두부 다지는 모습만으로도 다들 감탄. 특히 김풍은 목을 빼고 스승님의 현란한 조리 과정을 구경했는데, 완자를 손으로 툭툭 뽑아내는 모습이 묘기 같았다. 최현석의 온갖 섬세한 조리과정도 바쁘게 펼쳐져, 냉장고 주인 김태원은 “무림 절대고수들의 대결 같다”고 했다. 칼질만으로도 박진감 넘치는 기싸움이었다.

‘복면완자’는 냉면을 먹은 지 6년이 넘었다는 김태원이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지는 요리”라면서 두고두고 계속 먹고 싶다며 극찬. 예전엔 돈가스 마니아였던 김태원이 끊은 지 4년이라는 돈가스를 최현석의 요리로 음미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고기를 갈았다는 것이 ‘배려의 극치’라면서 평소 두 숟갈 밖에 안 든다는 김태원이 너무나 맛있게 시식하자, 다들 티슈를 뽑아들고 ‘눈물바다 상황극’을 연출했고 김태원은 “생각보다 힘든 락커들 많다”며 웃음으로 받아쳤다.

김태원은 승부를 못 가리겠다며 다수결을 제안했고, 나머지 열 명으로 동점일 경우 김태원이 다시 선택하겠다는 방식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결국 5:5였는데, 김태원이 복면완자를 택해 이연복 승리. 맛있는 음식 들고 건강해져 좋은 음악 많이 들려달라는 이연복 셰프의 덕담도 훈훈했다.

수다 포인트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젊은 날의 영양실조로 잇몸이 부실해 잘 씹지도 못한다는 게 놀라웠어요. 명곡들의 탄생에는 역시 엄청난 산고가 있었군요.
-고기든 뭐든 잘게 다지고 배려심을 발휘해 만들면 건치가 아니어도 그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겠네요. 보양식이나 유동식으로도 손색이 없는 요리들이었어요.
– 진행자와 셰프들의 손수건 상황극은 너무나 웃기고도 짠해 실컷 웃었습니다.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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