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파일럿 프로그램. 방송사들이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전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서 1~2회 분량으로 시험 방송하는 샘플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이다.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규 편성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어도 주목받지 못한 파일럿 프로그램은 그저 한 번의 특집 방송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방송된 파일럿(pilot)들은 ‘정규편성’ 활주로에 착륙해도 좋다는 그린라이트 신호를 받을 수 있을까.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누가 뭐래도 2015년 화제의 프로그램이다. 스타들이 각자 준비한 주제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관심을 모으는 부분이지만, ‘마리텔’의 진정한 묘미는 방송을 진행하는 스타들이 실시간으로 네티즌들과 소통하는 것에 있다. 실시간 소통이 장점인 ‘마리텔’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인터넷을 활용해 네티즌들과 실시간 소통을 시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과 18일, SBS에서 방송된 파일럿 프로그램 ‘18초’에서도 실시간 소통을 활용하고 있다. ‘18초’는 8명의 출연자들이 18초짜리 동영상을 12시간 동안 편수에 제한 없이 제작하고, SNS에 올려서 조회수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18초’는 스낵비디오(짧은 시간 안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디오)라고 부르는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TV 예능에 접목시킨 것이다. 방송에서도 출연자들은 자신들이 올린 18초 영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다음 영상 제작에 반영하는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일럿 프로그램 ‘18초’가 정규편성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산만함을 해결해야 한다. 스낵비디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TV 방송분마저 스낵비디오처럼 구성되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다. 지난 2주간 방송된 ‘18초’는 8명의 출연자들이 클립을 만드는 과정을 스포츠 중계처럼 보여줬다. 8팀의 영상 제작과정을 모두 담으려다보니 각 팀의 방송분량이 짧아질 수밖에 없었다. ‘월급도둑’ 팀이 어떤 기획과정을 거쳐서 위트 있는 영상을 만들어냈는지, 영국남자 조쉬가 왜 삼겹살을 굽고 있는지, 표창원 소장의 동영상을 보고 네티즌들이 어떤 추리를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인 이야기만 계속해서 이어졌다. 산만한 것은 지루한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스타들이 제작한 영상이라 하지만 18초라는 짧은 길이의 영상이 반복된다면 누구나 산만함과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움을 줘야 하는 곳이 바로 스튜디오 중계석이다. 이번 파일럿 방송에서도 중계진은 각 팀의 제작과정을 중계하고, 현장을 직접 연결해 인터뷰를 나누고, 세계 각 지역별 조회 수를 언급해주는 등 다양한 임무를 소화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함이 크다. 중계진들이 지금보다 더 확실한 캐릭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마리텔’ CG처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재미를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런 스타일의 예능의 선두주자인 ‘마리텔’은 백종원, 이은결, 김영만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18초’도 정규편성을 원한다면, 이미 SNS에서 유명한 스낵비디오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월급도둑 팀, 영국남자 조쉬, 표창원 소장처럼 18초짜리 영상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계속해서 찾아내야 할 것이다.
TENCOMMENT, 옐로 라이트. 좀 더 맛있게 스낵비디오를 한 접시에 담는 방법을 연구하자.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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