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10년이다. 이현우가 연기를 시작한 지. 스물셋이다. 더 발전하고 싶고, 삶을 즐기고도 싶은, 청춘의 한 시절이다. 최근, 영화 ‘연평해전’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현우는 일전의 인터뷰에서 “‘연평해전’은 노력의 결실을 본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결실을 맺었으니, 그것을 취해 다디단 열매의 맛에 흠뻑 빠져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보내고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배우로서의 성장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기 위해선 일상을 더없이 충실하게 보내야만 함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빠져 있는지에 대해 듣는 일은 생각보다 꽤 의미 깊은 일이었다.Q. 얼마 전보다 살이 더 빠진 것 같다.
이현우 : 앗, 아니다. 머리를 내려서… (웃음)
Q. 요새 주변에서 그렇게들 휴가 계획을 묻더라. 여름에 어디 안 가나?
이현우 : 그러게, 휴가철이네. 딱히 스케줄이 있거나 해서 못 가는 건 아닌데 아직 계획은 없다. 아, 이번에 회사에서 MT를 간다. 그게 올해 첫 휴가일 것 같다.
Q. 보통 쉴 때는 어떤 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인가.
이현우 : 동네 친구들을 만난다. 나까지 포함해 제일 친한 친구가 셋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다. 한 명은 이번에 배우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우연한 기회로 ‘연평해전’을 같이 찍었다. 부산에서 함께 촬영도 하고, 영화 나온 걸 보면서 같이 뿌듯해 하고 그랬다. 또 한 명은 패션 쪽 공부를 하다가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게 됐다. 친구들도 바빠져서 시간이 없지만 밤늦게라도 잠깐 만나 소주 한 잔씩 하고 들어간다. 어떻게 보면 다 연관된 직업이라 서로 얘기도 잘 통한다. 집도 가까워서 맨날 보는 애들인데 일터에서 또 보니 더 좋더라. Q. ‘연평해전’ 관객 수가 300만을 넘었다.
이현우 : 너무 감사하다. 주위에서 400만, 500만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신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평해전’은 최종 누적 관객 수 600만을 넘었다.) 내가 출연했기 때문에 많이 봐 주셨으면 하는 것보다도, 이번 영화는 한 분이라도 더 보셔서 몰랐던 부분이나 그분들에 대한 감사함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Q. 영화와 관련된 리뷰 같은 것도 찾아보나.
이현우 : 당연히.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다른 관점으로 보신 분들도 있다. 그래도 어찌됐든 (영화를) 봐 주신 거니깐. 쓴소리든 단소리든 이야기를 해주신다는 건, 영화를 보고 난 후 뭔가를 느끼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한 거라고 본다.
Q. 쓴소리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 편인가.
이현우 : 이렇게도 보셨구나 한다. 가끔 얼토당토않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때는 그러신가 보구나 하고 그냥 넘긴다. 인터넷 검색 창에 내 이름을 자주 쳐서 보기도 하고, 블로그 같은 곳도 들어가서 보곤 하는데, 웬만하면 좋은 것들을 (마음에) 많이 담으려고 한다.
Q. ‘연평해전’과 관련해 인터뷰(tenasia.hankyung.com/archives/568994)했을 때 영화 얘기를 주로 물었는데, 실은 2015년을 보내고 있는 이현우의 현재가 제일 궁금했다. 작년 2월쯤에 한 해를 어떻게 보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했기에 올해는 어떨까 싶었거든.
이현우 : 그건 늘 똑같다.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나도 이번 연도가 되게 궁금했다. 작년에 ‘기술자들’이 나온 후 ‘연평해전’을 바로 찍으면서 내년에 개봉할 이 영화가 어떻게 보여질까, 결과가 어떻게 될까, 참 궁금했다. 다행히 영화가 잘 되고 있으니, 내가 또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해야겠지. 내가 잘해야지, 이제부터. (웃음)
Q. 매년 목표를 세우는 편인가, 아니면 큰 그림만 그리나.
이현우 : 구체적으로 목표를 정해두는 성격은 아니다. 올 초에 2015년에 뭘 했으면 좋겠냐고 물을 때면 기회가 된다면 팬미팅을 또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멀리 있던 매니저를 바라보며) (팬미팅) 했죠, 형? 일본 다녀온 게 이번 연도죠? (매니저의 ‘응’이라는 대답을 듣곤) 감사하게도 진행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건 마음속에만 있었지 구체화하진 않았다. 집에 있었다. 하하. Q. 그래도 올해에 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MBC ‘밤을 걷는 선비’에 특별출연도 하지 않나.
이현우 : 맞다, 맞다. 드라마, 재미있을 것 같더라.
Q. 도포 입은 모습이 역시나 잘 어울리더라.
이현우 : 사극을 정말 오랜만에 찍었다. 사실 한 회만 나오는 거고, 촬영 회차도 많진 않아서 부담은 덜했다. 재미있었다. 매니저 형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내게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얘기를 들어서 좋기도 했다. 얼굴도 그렇고, 풍기는 분위기나 사진에 담겼을 때의 모습 같은 것이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남자다워진 것 같다고 그러더라.
Q. 어린 시절에 사극을 많이 해서인지 더 잘 비교되었겠다. 아직도 청룡의 헌신이었던 처로의 모습(MBC ‘태왕사신기’(2007))등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데 말이다. 그때 연기했던 것들, 다 생각나나.
이현우 : 진짜 예전이구나. 기억해 내려고 하면, 다 생각난다. 엄마랑 같이 다니던 것부터, 촬영 현장, 주위의 동료들, 아역 친구들과 그들의 어머니들과 같이 얘기하던 것까지. 다 추억이다.
Q.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극에서 연기할 때의 방식이나 목소리 톤이 일반 드라마에서와는 다르지 않나. 영화와도 차이가 있을 거고. 어떤 식으로 구분 지어서 연기하나.
이현우 : 사극에서의 목소리 톤은 확실히 다른데, 정확히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밤을 걷는 선비’를 할 땐 대본을 보고 내가 맡은 정현세자는 이렇겠구나 생각해서 준비를 한 거였다.
Q. 연기할 때 보면 맡은 캐릭터에 따라 톤이 달라지는 것 같다. 랩 할 때도, 노래할 때도 바뀌고.
이현우 : 사실, 이게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양한 톤을 갖고 있다는 게 좋을 수도 있는 거지만, 나의 주된 목소리가 뭘까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난 평소에 말할 때, 인터뷰할 때, 연기할 때, 노래할 때, 목소리가 다 다르거든. 단단한 하나의 보이스를 갖고 싶다. 남자는 보이스가 생명인데… 남자배우는 보이스가 생명이다!
Q. 그렇긴 하지.
이현우 : 요즘 들어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목소리도 너무 얇고 하이 톤으로 얘기해서 가족도 그랬고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도 목소리를 바꿔야 할 거 같다, 평소에도 말하는 습관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게 잘 안 된다.
Q. 평소 톤으로 말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현우 : 이게, 말하기가 참 애매하다. 음, 이런 톤(낭랑하지만 차분한 톤)은 아니다, 절대.
Q. 원래 ‘일’용 목소리가 다 따로 있다.
이현우 : 그렇지. 업무용 목소리. (웃음) 그래서 친구들이랑 같이 내가 인터뷰한 영상을 보면 얘 또 인터뷰 톤으로 말한다고 그런다. 친구들과 있을 때 편하게 얘기 하다가 인터뷰 톤으로 말하려고 해 봤는데, 그게 안 된다. 그러다가 일과 관련된 사람이 와서 일 얘기를 하면 친구들이 옆에 있어도 그 목소리가 나온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 카멜레온 같아. 하하. Q. 목소리에 대한 고민이 많구나.
이현우 : 평소에도 이렇게 (인터뷰하듯) 말하고 다니면 내가 민망하고 어색할 것 같다. 까불까불 얘기하다가 친구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면 “저 자식 왜 저러냐” 이러겠지? 하하. 그냥, 요새 이 고민이 제일 크다. 주위의 다른 배우 형들이나 동료들한테 얘기를 들으면 알게 모르게 일부러 노력해서 (목소리를) 바꾸신 분들이 참 많더라. 난, 어떤 목소리를 가질 수 있을까.
Q. 결국엔 연기에 대한 얘기로 귀결될 거 같다. 요새 연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 뭔가 좀 더 채워야겠다거나 스스로가 자신에게 요구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거나.
이현우 : 그런 것보단,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친구랑 편하게 얘기하며 소주 한잔을 하다가, 그냥 뭔가, 이렇게 살아가면서 쌓이는 경험들이 괜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던 게 아니었구나. 이런 일상들이 쌓이고 쌓여서 네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했던 말씀들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구나 싶어진다. 친구랑 편하게 얘기하거나 혼자 멍 때리고 있을 때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렇게 눈을 편안하게 뜨고 있으니 이렇게 연기를 하면 되는 건가,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이런 모습을 보이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말이다.
Q. 비슷한 얘기를 다른 배우에게서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슬퍼서 울고 있을 때조차도 울 때의 호흡을 기억해야겠다 생각했다고. 그러면서 내 감정인데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기억을 해둬야 하나 싶었단다.
이현우 : 이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 같은 건데, 그런 순간이 문득문득 있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는데 무슨 말인지,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다. 정말 공감된다.
Q. 연기 연습은 집에서 하는 편인가?
이현우 : 연기 연습은 작품이 정해지면 그때 시작을 하고, 평소엔 내 삶을 보내는 데 ‘완전히’ 집중한다.
Q. ‘완전히’라는 건 스물세 살 이현우의 삶 그 자체에 대한 얘기인 건가?
이현우 : 맞다. 배우란 직업이 일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백수이기 때문에, (웃음) 그전까지는 친구들 만나고 하고 싶은 것들 레슨 받고 그런다. Q. 스물세 살은 어떤 나이인 것 같나.
이현우 : 내년이면 20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나이! 하하. 며칠 전에 동갑인 친구들이랑 밥 먹으면서 맥주 한 잔씩 하며 얘기했는데, 우리 몇 개월 뒤면 20대 중반이라고, 시간 진짜 빨리 간다고 했다. 걔들을 고등학교 때부터 봤으니… 그날, 옛날얘기 많이 했다.
Q. 20대 중반이 되는 게 싫은가?
이현우 : 싫지 않다. 그냥, 빨리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그런데 이 마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하하.
Q. 지금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좀 즉흥적인 성향 같기도 한데.
이현우 : 완전! 감정 기복도 심할 땐 심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보단 자유분방하다. 해서는 안 될 짓을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마인드가 그런 편이다.
Q. 좋아하는 노래만 들어봐도… 엄청 세더라. 음악을 듣는 스펙트럼이 굉장하구나 싶었다.
이현우 : 하하하. 힙합 음악을 많이 듣는다. 원래는 좀 감성적이고 잔잔한 랩이나 멜로디 랩을 많이 찾아 들었는데 우연히 키스에이프를 알게 되면서 음악 듣는 취향이 달라졌다. 그 음악이, 좋아하는 분들은 열광해서 빠져있고 아닌 분들은 왜 이렇게 시끄러운 음악을 듣느냐고 할 정도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힙합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 같더라. 그런데 뭐, 내가 좋아서 듣는 거니깐.
Q. 요새는 누구를 좋아하나.
이현우 : 키스에이프랑 같이 하이라이트레코즈 소속인 비프리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빅뱅은 워낙 팬이어서 꾸준히 듣고. 요새 랩 수업을 다시 받기 시작했는데 선생님이랑 같이 맨날 해외 영상 찾아서 보고 그런다. 랩 가사는, 아직이다. 써야 하는데… 무조건 많이 쓰라고 했는데. 하하.
Q. Mnet ‘쇼미더머니’도 보겠다. 곁다리 질문인데, 누가 우승할 것 같나.
이현우 : ‘쇼미더머니’는 시즌 1만 안 본 것 같고, 다 챙겨봤다. 우승은… 흐흐. (살짝 망설이다가) 이번에 랩 수업을 다시 시작하면서 친분이 생긴 형이 거기에 나오거든. 그래서 그 형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베이식 형이라고, 엄청 잘한다. 우승 후보다. 이번에 잘하는 분들이 많이 나왔는데, 원체 뼈대가 있으시니깐! Q. 최근에 MBC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한 인터뷰를 봤는데, 거기에서 데뷔 10주년이란 얘기가 나오더라. 벌써 그렇게 되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
이현우 : 하하. 데뷔가 2005년인지, 2006년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화랑전사 마루’(2006)를 데뷔작으로 말하긴 하는데 그 전에 짧게 찍은 것들도 있어서. 하하.
Q. 어린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경험이 이현우란 사람을 완성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
이현우 : (한참 생각하다가) 거의 인생의 반을 연기했던 거니… 음, 이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건데. 하하. 어린 시절에 연기를 한 것이 내게 끼친 영향이 큰 것 같긴 하나 엄마, 아빠, 가정환경의 영향이 제일 크다. 이쪽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엄마가 매니저 일을 보시면서 날 다 따라다녀 주셨고 일을 해주셨으니깐. 그러니 항상 현장에서 엄마한테 배웠다. 뭔가 하기 싫어도 엄마 눈치를 보면서라도 하게 될 때도 있었고. (웃음)
Q. 그 시간을 잘 지나온 사람으로서,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혹시 있나.
이현우 : (쑥스럽게 웃으며) 이런 얘기를 할 날이 오다니! 그런데 내가 해줄 얘기가 뭐 있나.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 살기도 바쁜데! 인생, 혼자 사는 거다. 흐흐. 그냥 제발, 잘 되든 안 되든, 배우 일을 하든 안 하든, 인성만 바랐으면 한다. 모든 사람들이 착한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Q. 본인은 지금 말한 것처럼 살고 있나?
이현우 :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게도 악한 면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그건 꺼낼 때만 꺼내려 한다.
Q. 뭐, 그걸 조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착한’ 사람이다.
이현우 : 하하.
Q. 올해도 반 이상이 지났는데, 2015년의 마지막 날, 한 해를 정리한다면 어떤 말로 마무리하고 싶나.
이현우 : 이건 항상 똑같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나가고 싶다고 했잖아. 이 말이 또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한 발 또 나아갔구나, 라고 내가 나에게 말해 줬으면 좋겠다.
Q. 외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변하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꼭 지켜내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뭘까.
이현우 : 지금 지닌 내 성격, 마인드, 생각하는 것들. 옛날부터 항상 하는 말인데,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내고 싶다. 그게 중요한 것 같다.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성장을 하든 안 하든, 그거 하나면 어디에 가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이현우의 인터뷰와 더 다양한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8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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