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집밥 백선생’ 9회 2015년 7월 14일 화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줄 요약
더운 여름, 몸보신에 가장 흔히 이용되는 ‘닭’을 주재료로 요리했다. 많은 닭요리 중에서도 그동안 외식 메뉴라고만 여겼던 닭갈비가 오늘의 메인 요리. 닭갈비를 위해 닭을 손질하고, 양념장을 만들고, 채소를 준비해서 굽는 과정을 거치는 사이사이에 백선생은 옛날 통닭, 치킨 스테이크 또한 만들어 보인다.
리뷰
오늘의 최종 목표는 닭갈비였다. 집에서 해먹는 요리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던 닭갈비를 식당용 불판 없이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만들기로 했다. 백선생은 닭 손질, 양념장 만들기, 채소 손질의 과정을 거쳐 닭갈비를 탄생시켰다.
우선 백선생은 닭 뼈만 쏙 발라내는 해체작업인 닭 발골 작업을 통해 제자들이 닭의 부위를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부위별로 잘라서 판매하는 닭을 닭갈비에 맞게 손질해보였다. 다음으로 고추장, 간장, 간마늘, 설탕, 맛술을 동량으로 넣고 고춧가루로 농도조절, 참기름과 후추로 마무리하여 만든 양념장에 손질한 닭을 재워두고, 고구마, 당근, 감자, 양파, 양배추, 고추, 대파 등 채소를 손질하여 준비해뒀다. 준비해둔 재료를 팬에 올리고 탈 것 같을 때 물을 조금 넣어 양념이 타지 않게 하고, 양념이 겉돌지 않도록 졸이는 듯이 굽는 방법 또한 강조했다.
짜인 틀 안에서 언제나 자유롭게, 유동적으로 가르침을 행하는 백선생은 이번에도 닭갈비 완성을 향해 가는 중 갑작스러운 요리들을 선보였다. 백선생이 닭을 손질하다가 이전에 제자들의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옛날 통닭을 튀기고, 채소를 손질하려 꺼내다 발골 해놓은 닭을 발견하고 만든 치킨 스테이크와 소스를 만들자 제자들은 메인 요리였던 닭갈비가 의미 없겠다는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평상에 둘러 앉아 완성된 닭갈비를 굽고, 중간에 우동사리를 넣고, 마지막으로 묵은지를 넣어 볶은 닭갈비 볶음밥를 선보이자 제자들은 감탄을 숨기지 못하며 바쁘게 먹기에 이르렀다.
우발적으로 하는 요리가 대박이다, 시대가 원하는 요리라며 칭찬 하면서도, 초지일관 참견하고, 끊임없이 발골 된 닭에 집착하던 김구라의 모습은 이번 방송에서도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게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닭 발골을 향한 김구라의 그런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선생처럼 닭을 발골 해주는 곳이 어디든 하나쯤은 있어주길 기대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김구라의 끈질긴 질문에도 백선생은 ‘발골 해주는 곳은 없다, 5만원은 받아야한다, 자꾸 그러면 시장에서 욕먹는다’ 등의 말로 김구라를 비롯한 우리의 기대를 아쉽게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마트 곳곳에서 닭을 들고 김구라처럼 떼쓰며 상인들과 실랑이 하는 장면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도 들어 백선생의 단호한 답에 안심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백선생이 손질해 둔 닭으로 만든 치킨 스테이크는 제자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발골에 도전하게 하는 맛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제자들의 반응과 치킨 스테이크의 비주얼은, 발골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여기고 치킨 스테이크는 포기하려던 이에게도 그 맛을 직접 느끼고 싶어 닭 발골 작업에 도전하게 할만 했다.
백종원이 셰프가 맞다 아니다, 그가 보여주는 요리는 맛이 훌륭하지는 않다는 등 백종원의 요리 세계에 대한 다양한 말들이 오가는 요즘이다. 닭갈비를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다고 놀라던 제자들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집밥 백선생’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려는 것은, 집에서 하는 요리는 어렵고 한정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꾸고 우리가 아는 맛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방송에서 백선생은 배달과 외식 음식의 상징인 닭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 방법을 보여주었다. 더 특별하지도 않은 재료로 소스를 만들었으며 심지어 닭 손질까지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만지지도 못했던 닭을 만지고 해체하게 하는 도전정신까지 심어주었다. 그가 누구인지, 얼마나 높은 수준의 요리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깊어가는 여름밤, 온 가족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닭 한 마리 함께 요리해먹는 기쁨을 선사해주었으니 말이다.
수다포인트
– 박정철씨, 가르침에 집중하며 보여준 리액션, 보기 좋았어요!
– 닭 발골 동영상 조회 수 역시 높아질 듯하네요!
– 시비 건다고 지적받는 김구라씨도 품어주는 백선생님, 진정한 스승님이시군요!
– 나란히 정렬한 생닭을 보니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군요.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집밥 백선생’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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