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
MBC '무한도전',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
[텐아시아=한혜리 기자] 메르스로 인한 국가비상사태. 병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무서운 기세로 수도권을 잠식했다. 메르스가 확산될 초기, 국가에서는 “낙타와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조금 황당한 예방법을 안내했다. 이는 중동지역에서 발생하는 메르스 특징에 따른 안내 지침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일상 속에서 낙타를 쉽게 볼 수 없으며 이런 안내에 국민들은 의아해했다. 이에 예능 프로그램이 나서서 이러한 현상을 풍자했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문제 제기’와 ‘권고 조치’였다.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프로그램은 사과를 건네야 했다.

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1. ‘무한뉴스’를 통해 보도된 메르스 예방법
지난달 1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3년 만에 ‘무한뉴스’ 코너가 꾸며졌다. 이날 앵커를 맡은 유재석은 “요즘 메르스가 범국민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며 “낙타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라며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했다. 이에 박명수는 “낙타를 한국에서 어디서 봐. 박쥐를 어디서 구해”라고 역정을 내며 “피부에 와 닿는 말을 해야지”라고 쓴 소리를 남겼다.

특히 박명수가 남긴 한 마디는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기도 했다. 황당한 예방법이 공개되고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을 박명수는 가감없이 방송에서 이야기를 했다. 평소 풍자개그와 호통으로 예능인들이 꺼리는 발언도 마다하지 않던 박명수는 자신의 캐릭터를 활용해 이같은 현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박명수의 발언을 통해 개그의 풍자적 정신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사회적 상황을 유쾌하게 풍자해왔던 ‘무한도전’은 이번에도 역시 뉴스 형태 보도로 메르스 예방법을 유쾌하게 풍자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 후 일부 염소 농가 측에서 “방송 후 염소 출하가 뚝 끊겼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무한도전’ 측은 재방송에서는 해당 부분을 편집한 뒤 방송했다. ‘무한도전’ 측은 “당시 방송에서 언급한 부분이 의도와는 달리 염소를 비롯한 가축 농가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재방송과 다시보기에서 해당 부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편집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쾌한 풍자에 안방 시청자들은 웃을 수 있었지만 거론된 염소 농가 측은 방송을 보고 맘편히 웃을 수 없었다. 파급력이 큰 방송 프로그램에서 거론으로 인해 염소 출하의 영향을 받은 일부 염소 농가 측은 이에 ‘무한도전’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무한도전’ 역시 염소 농가 측에서 이해하며 제기된 문제를 인정하고 재방송을 편집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무한도전’의 풍자는 시청자의 웃음과 공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방송에서 한 마디로 피해를 입은 염소 농가 측에게는 사과의 인사를 건넬 수 밖에 없었다.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
KBS2 '개그콘서트-민상토론'
#2. 정부를 비판 논란에 휩싸인 ‘민상토론’
‘무한도전’의 풍자가 지나가고 바로 다음 날 14일 KBS2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역시 메르스 예방법을 풍자했다. 이날 방송에서 유민상은 “낙타 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먹으라는 거냐”, “정부 대처가 빨랐더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어 박영진은 “복지부 장관이 한심하다?” “복지부 장관이 보건을 모른다?” “서울시장은 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혼란만 키웠다?” 등의 말을 했다. 송준근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항간에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얘기가 떠돈다. 그럼에도 방역을 위해 굳이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범 국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유적으로 풍자한 ‘무한도전’과는 달리 ‘민상토론’은 구체적인 인물들을 꼽아가며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이에 지난 15일 인터넷미디어협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상토론’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고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지난달 24일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열렸다. 회의에서 야당 추천 심의위원은 “풍자 방송일 뿐이다”면서 ‘문제 없음’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당 추천 심의위원은 ‘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민상토론’에 ‘의견 제시’가 결정됐다.

‘민상토론’은 갑작스럽게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엉뚱한 발언을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너로 지난 4월 초 첫방송한 후 각종 사회 이슈를 풍자 속에 담아내 호평을 받아왔다. 이날도 역시 ‘민상토론’은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당시 큰 이슈가 됐던 메르스 예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인물들을 거론하며 신랄한 풍자를 했다.

‘무한도전’과 마찬가지로 ‘민상토론’ 역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켰지만 ‘민상토론’은 더욱 적나라한 풍자를 선택했다. 프로그램 성격 상 토론이 오가며 언성이 높아지고 이는 마치 황당한 예방법을 내놓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게다가 복지부 장관과 서울시장 등 구체적인 인물들을 거론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에 ‘민상토론’은 ‘의견 제시’라는 제재를 당했고 풍자 개그는 한 순간에 외압논란에 휩쓸리게 됐다. 풍자는 현실의 잘못된 점을 유쾌하게 꼬집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다. ‘풍자’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지나치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계 기관들은 돌아봐야 할 때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MBC ‘무한도전’, KBS2 ‘개그콘서트’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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