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너를 사랑한 시간'
SBS '너를 사랑한 시간'
SBS ‘너를 사랑한 시간’ 1회 2015년 6월 27일 토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구두회사 마케팅 팀장인 하나(하지원)와 항공사 부사무장 최원(이진욱)은 옆집 사는 절친 사이이다. 슈즈 론칭을 앞두고 모델이 잠적하는 바람에 모든 일이 꼬여버린 하나. 그 와중에 애인은 곧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통보를 하고, 하나는 자신의 연애 실패의 원흉을 모두 원이 탓으로 돌린다. 하나의 하소연을 묵묵히 받아 주던 원은 하나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다.

리뷰

서른네 살 여자에 대한 조롱과 야유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서른네 살 생일을 맞은 오하나(하지원)는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지만, 축하는 축하가 아닌 나이 먹은 여자에 대한 동정으로 가득하다. 생일에 애인에게 청혼을 받을 줄 알았던 하나는 이별 통보를 받고, 그 원흉을 절친 최원(이진욱)에게 돌린다. 18세 봄, 그 이전부터 절친 사이로 지내오던 하나와 원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직 결혼 하지 않은 싱글남녀인 둘은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500만 원을 주는 내기를 시작한다.

‘너를 사랑한 시간’은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리메이크작답게 내용이나 느낌이 대만 원작의 형식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인지 과장된 몸짓과 대사, 만화적 포인트는 신선함보다는 유치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양다리 걸치던 전 남친의 결혼식장에서 횡포를 부리는 최원과 하나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90년대식의 드라마적 요소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 또 한 회 만에 둘 사이의 관계, 앞으로 펼쳐질 복선을 깔아 놓기에 급급해 너무 많은 상황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듯. 또 잦은 회상씬으로 오히려 내용은 개연성이 떨어지고 툭툭 끊기는 느낌이다.

하지원은 그동안의 털털하고 보이쉬한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사랑스러운 커리어 우먼으로 분한 하지원의 연기는 조금 어색한 느낌을 준다. 대사는 오글거리고, 그녀의 상큼한 몸짓과 표정은 오히려 어색함을 돋보이게 한다. 대만드라마의 형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하지원의 발랄함에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걸까? 그녀의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갑론을박도 뜨겁다. 반면 하지원과 이진욱의 연기호흡은 기대 이상. 새롭게 펼쳐질 둘 사이의 케미는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감을 높인다.

첫 회의 포인트는 서른네 살 오하나의 여자로서의 삶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그 무게는 나이 먹은 여자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로 가득했다. 특히 최원의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 성질부터 죽여”라는 말은 드라마에서의 말하고자하는 가치관을 한 줄로 요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하지원의 완벽한 모습에 허점을 만들기 위한 드라마적 공식으로 이용됐겠지만 주 시청층인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공감과 분노의 강약조절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첫 선을 보인 ‘너를 사랑한 시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할 시간’이다. 누군가를 먼저 사랑하기 전에 내 자신을 사랑할 시간을 먼저 갖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만큼 이 드라마만의 개성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이제는 리얼리티가 뛰어난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만화적 요소를 고루 갖춘 로맨틱코미디가 얼마나 큰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수다포인트

– 하지원 씨, 아직도 교복이 잘 어울리다니, 대단하시군요, 그 비법은?
– 이제 첫방이니까, 조금씩 더 나아질 두 분의 케미를 기대하겠습니다!
-진지 청년 최정원씨, 단역이라니 아쉽습니다.

이현민 객원기자
사진. SBS ‘너를 사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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