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서윤 기자]1990년대 김희선은 인터넷 용어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십대 시절 혜성처럼 데뷔, 뛰어난 미모뿐 아니라 발랄하고 통통 튀는 모습으로 각종 CF와 드라마 여주인공을 싹쓸이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던 그녀는 어느새 유치원생 학부형이 되어 첫 엄마 연기에 도전했다. 가까이 본 김희선은 긍정 에너지 그 자체다. 일부러 ‘어떤 사람’이 되려 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그는 90년대 톱스타들이 2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바람직한 예의 표본처럼 보였다.Q. 상반기 MBC ‘앵그리 맘’으로 고교생과 엄마를 오가는 연기에 도전했다.
김희선: 먼저 교복이 너무 짧아서 놀랐다. 교복을 입은 채 액션을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웃음) 사회적으로 여러 학원 문제들이 일어나는 부분에 있어 너무 짧은 교복도 문제가 아닌가 해서 촬영하면서 실제 학교에서 선생님들에게 문제제기하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나보다 어린 분들도 많더라.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짧은 교복을 입으면 어쩌냐?”라고 혼내기도 했다.
Q. 김희선의 첫 엄마 도전이 어떨까 궁금증이 많았는데
김희선: 내가 대학시절에 애를 낳았으면 함께 연기한 김유정이 딸이다. 그런 아이가 학교 폭력을 당하면 어떨지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자신이 없었던 건 내 교복 차림이 어색하지 않을까였지 엄마 마음을 표현하는 건 자신 있었다. 딸에 대한 엄마 마음이라는 진정성에 대해 내가 잘 해내면 교복 입은 모습 등이 어색하지 않을거란 생각 했다. 강자가 교복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으면 나머지가 다 엉망이 될 것 같았다.
Q. 학교 폭력을 맞닥뜨린 부분이 마음이 많이 안 좋았나보다.
김희선: 촬영 때 유정이가 멍과 피로 분장을 했는데 피흘리며 쓰러져 있는데 촬영인데도 너무 기분이 나쁘더라. 스태프들마저 숙연해졌었다. 학교 폭력같은 무거운 주제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피하려는 경향도 있는데 관심을 가져주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아픈 마음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어땠니?”라고 말 한마디 걸어줄 수 있다면 내가 출연한 드라마의 의의가 있는 것 같다.
Q. 심각함과 코믹함, 액션과 눈물 연기까지 다양한 진폭을 오가는 연기가 김희선을 통해 더할나위 없이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희선: 나는 20년째 재발견되고 있는 것 같다.(웃음) 다른 건 없었고 그저 진심이었다. 내 아이가 커서 유정이 나이가 됐을 때를 생각하며 촬영하니 정말 울화통 터지고, 현실이면 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걸 근데 너무 억척스럽게 표현하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으니 엄마의 진정성도 나오면서 부담되지 않게 귀엽게 표현하려고 균형감각을 맞추려고 했다. 그런 수위 조절이 쉽지만은 않더라.
Q. 연기 실력도 그새 늘어난 걸까?
김희선: 뭐든 한번에 잘할 순 없다. 최근작인 SBS ‘신의’ KBS2 ‘참 좋은 시절’ 등 여러 작품을 거치며 구력이 좀 쌓인 것 같은데 이번에 실제 나와도 비슷한 역할을 맡으면서 좀더 친근감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Q. 액션 연기에도 이번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김희선: 그동안 따귀를 때리는 등 몇몇 액션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액션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발차기며 주먹질도 원없이 했다. 액션연기가 노력에 비해 결과가 크더라.(웃음) ‘아 나도 액션을 할 수 있겠구나’란 자신감도 얻었다.
Q. 원래 김희선에게는 태생적으로 불의를 못 참는 정의감같은 게 존재한다는 느낌이 든다.
김희선: 여자 김보성?(웃음) 어떤 기사를 봤는데 자기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얘기하더라. 나는 남들이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한다. 그게 내가 가진 하나의 원칙이다. 여기(연예계)가 좁다.(웃음) 사람들에게 잘 하고 살아야 한다.
Q. 시원시원한 성격은 20여년간 활동해오면서 터득하게 된 건가? 아니면 태생적으로 지닌 기질일까?
김희선: 나처럼 호불호가 강한 사람들은 팬들도 내 성향을 따라가더라. 좋아하는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또 되게 싫어한다. 이런 부분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는 것 같다. 다만 나는 항상 내 성격대로 하는 게 가장 편한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사람도 있고 나같은 사람도 있는 거니까. 그냥 자기 모습대로 사는 게 가장 편하고 오래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시어머니에게도 처음부터 “어머니, 저 술 잘 마셔요”라고 고백했다. 내숭 떠는 건 금방 들통나니까, 어머님 앞이라고 술 못 마시는 척은 못하겠더라.
Q. 엄마 역할에 도전하면서 ‘애기 엄마’ 김희선이 실제로는 딸을 어떻게 키우는지도 사람들의 관심사다.
김희선: 연아 엄마라는 것도 또다른 나의 이름이다. 아이를 위한 여러 계획도 짜주고 유치원도 꽤 신경쓴다. 내가 딸 인생의 매니저인데 잘 돌봐줘야지.
Q. 최근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 원조 한류를 이끈 사람으로서 좀더 늦게 태어났으면 해외에서 인지도도 더 많이 얻었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나?
김희선: 다 각자의 몫이 있는 것 같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걸 그들이 못하듯, 나도 그들의 걸 할 순 없다. 남의 밥 탐내면 얹힌다. 내가 지금 나왔으인기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요즘 후배들을 보면 연기뿐 아니라 노래, 춤, 말하는 센스까지 모든 걸 갖추고 나오는데 사실 나는 별다른 준비 없이 나왔으니까.
Q. 한류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성룡과의 각별한 인연도 늘 화제다.
김희선: 정말 예뻐해주신다. 감사하게도. 함께 영화를 찍은 게 벌써 10년 전인데 꾸준히 연락하며 안부를 챙기고 중국에서 열린 생일 행사때는 전용기까지 보내주셨다. 이번에도 사실 스케줄이 되면 ‘앵그리맘’에 출연하려고 하셨고.
Q. 2013년 ‘신의’로 컴백 후 휴식 없이 드라마, 예능 등에 도전하고 있다. 김희선의 다음 행보는 뭘까?
김희선: 액션 연기 맛을 보니 도전 욕구가 더 샘솟는다. 남자 배우들이 왜 액션 영화를 하는지 알겠더라. 안젤리나 졸리처럼 멋진 액션 연기에 대한 꿈이 있다.
Q. 배우로서의 희망사항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희선: 최근 한 방송계 지인에게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건 좋은거야’란 내용의 문자를 받았는데 마음에 굉장히 와닿더라. 배우답게란 말도 이젠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데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도 전진할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